혈육의 죽음은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비참하고 견디기 힘든 것이 자식을 잃는 일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자식의 죽음을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 단장지애(斷腸之哀)라고 말해왔다. 

참척(慘慽), ‘참혹할 慘’에 ‘근심 慽’이라는 漢字다.
‘참혹한 근심’이라는 뜻이지만, 그건 곧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아픔을 뜻한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만큼 참혹한 근심이 없기 때문이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소설가 박완서씨가 ‘하나님은 없는게 낫다’라고 절규한 것도 이 ‘참척’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완서씨는 생전에 스물여섯살의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보냈다.

박완서씨의 산문집 ‘한말씀만 하소서’에서 그는 “내 수만 수억의 기억의 가닥 중 아들을 기억하는 가닥을 찾아내어 끊어버리는 수술이 가능하다면 이 고통에서 벗어나련만.... 하나님이란 그럴 수도 있는 분인가? 사랑 그 자체라는 하나님이 그 것밖에 안되는 분이라니. 차라리 없는게 낫다”고 원망하기도 했다. 

젊디 젊은 외아들의 죽음을 목도한 어미의 마음에 찬 분노와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참척을 당한 어미에게 하는 조의는 아무리 조심스럽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위로일지라도 모진 고문이고 견디기 어려운 수모(박완서의 ’한말씀만 하소서‘)’라는
그의 절규는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을 물끄러미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 

남편을 잃은 여자를 두고 우리는 ‘과부’라고 한다. 부인을 잃은 남자를 ‘홀아비’라
하고, 부모를 잃은 아이를 우리는 ‘고아’라고 한다. 그렇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를 뜻하는 단어’는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나님조차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아픔을 다 헤아릴 수 없고, 그 고통스러운 마음을
온전히 담을 방법이 없어서 이 땅위에 그런 단어는 없다고 전해진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수많은 ‘자식들의 목숨’을 우리에게서 빼앗아갔다.

가슴이 아프지 않은 죽음은 어디 있겠냐만은 ‘잘못된 어른들’ 때문에 이제 겨우
17살된 어린 자식들의 죽음을 눈 앞에서 그저 지켜보아야만 했던 부모님들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자식 잃은 부모에게 남은 인생은 없습니다”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 자신의 딸을 겁탈하여 죽인 범인을 찾아내어 마침내
그 범인을 죽인 아이의 아버지가 한 말이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다 알 수도 없겠지만 나도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그 아버지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어렴풋이 짐작만 될 뿐이다.

참척(慘慽),
두 번 다시 이 땅위에서 잘못된 어른들 때문에 금쪽같은 우리의 아이들을 먼저
앞세우는 ‘참척의 아픔’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거제나우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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