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욱 기자

조선은 관리들의 청렴을 북돋고 탐오(貪汚)를 방지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모두 사용했다. 청백리(淸白吏)로 발탁하는 것이 당근이라면, 국고를 유용하거나 뇌물을 받은 관리들을 처벌하고 '장오인녹안(贓汚人錄案)'에 이름과 죄상을 적어 본인은 물론 그 자손까지 벼슬길을 막은 것은 채찍이었다. 그러나 조선 전 시기에 청백리에 뽑힌 정승이 불과 17명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그 숫자는 미미했다. 청백리는 명예뿐이지만 재물은 명예 이외의 모든 것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후세에 전해지는 청백리 중에서도 세종 때의 유관(柳寬)과 황희 (黃喜)정승의 일화는 유명하다.

우의정을 지낸 유관은 여름철 어느 날 흥인문(興仁門)밖 초가집이 너무 낡아 방안에서도 우산을 받치고 지낼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면서도 아내에게 하는 말이 더욱 걸작이다. “여보 우산도 없는 집에서는 이번 장마를 어떻게 견딜는지 걱정이군요” 당시로서는 우산도 흔치 않았다.

영의정 황희 정승 또한 우의정 유관 못지 않다. 하루는 병조판서가 비새는 정승 댁을 찾아왔다가 쏟아지는 소나기 덕분에 의관이 흠뻑 젖어 돌아갔다. 마침 집이 협소하여 행랑채를 새로 짓고 있던 그 병조판서는 “정승의 집이 저러 할진데 내 어찌 집을 늘려 지을 것인가”하고 짓던 집을 헐어버렸다. 황희는 말 한마디 없이 아래 사람에 모범을 보인 것이다.

청렴한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공직기관이 갖추어야 할 최고덕목은 아닐 터이다. 공직기관이라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오죽하면 기업의 경영마인드를 행정에 도입하려고 하는 시도가 생겼을까.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공직기관의 효율이나 창의, 혁신 등은 소수의 엘리트들이 총대를 메면 충분히 가능하다. 앞을 내다보는 지혜와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창조적 파괴’를 하겠다는 용기를 가진 개혁적 소수가 있으면, 그 공직기관은 충분히 혁신적이고 또 지혜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청렴은 다르다. 청렴은 절제와 같은 덕목으로서 공직자들 가운데 소수가 아닌 전체가 절제의 덕목을 가질 때 비로소 성취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서울의 한 행사장에서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무원이 되려거든 싱가포르에서 태어나고, 가수가 되려거든 한국에서 태어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사람은 태어나서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을 이렇게 바꿔서 말했다. 싱가포르 공무원들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는 또 인어공주 동화를 각색한 자작(自作) 동화를 소개하면서 싱가포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두터운 신뢰를 강조했다. 박 장관의 동화는 두 싱가포르 청년이 난파당해 무인도에 남았다가 이 섬을 찾은 인어공주를 만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셋이 즐겁게 지내다 인어공주가 두 청년에게 "누가 나와 결혼하겠느냐"라고 묻자 두 싱가포르 청년은 "정부의 결정에 따르기로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대답했다. 인어공주가 "싱가포르 정부가 뭐가 그리 대단하냐"며 채근하자 두 청년은 "싱가포르 정부는 근육질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고 건강하면서 요요현상이 없다"고 했다는 것. 박 장관은 "자존심이 상한 인어공주는 바다로 몸을 던져 물거품이 됐고 싱가포르 정부는 두 청년을 구조했다"고 마무리 지었다.

청렴하고 우수한 공무원이 싱가포르의 힘이다. 그런 싱가포르는 국민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우리 거제시도 싱가포르의 힘을 가져보길 기대한다.

이상욱 경남도민신문 기자  lsw3032@naver.com

<저작권자 © 정의로운 신문 거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