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개는 백색, 황색, 검정색, 바둑이 등 색상이 다양했다.

거제나우 대표 반용근

거제개는 진돗개, 제주개 오수개, 해남개 등과 같은 우리나라의 도서개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도서개들은 그 지역의 특성에 따라 체구가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었다. 사람도 굶주리던 당시, 개에게 충분한 먹이를 공급하지 못하던 지역은 개의 체구가 다소 작을 수밖에 없었고 사냥감이 많고 사람들의 생활도 다소 낳은 지역은 반대로 개의 체구가 다소 클 수도 있었다.

거제개는 사냥능력이 뛰어나다 해서 특별히 귀하게 여기거나 보호되지도 않았고 일반적인 지역의 ‘똥개’로 취급 받았다.

한 평생 씻어주지도 않고 털도 한 번 손질해 주이 않아 언제나 더러웠다. 주인 따라 남의 잔치집에 갔을 때는 사람들의 발길에 걷어 채이기도 했고 겨울철 따뜻한 곳, 부엌에 들어갔다 어머니의 부지깽이 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거제개는 사냥에는 천부적인 소질을 지닌 데다 온순하고 끈기 있고 신뢰가 깊어 거제인의 기상을 닮았다는 평가 속에 지역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주인이 다른 사람과 싸울 때는 온순함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상대방을 공격했다.

거제개로 사냥을 즐겼던 지역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1930년대 거제시 삼거마을 윤봉권씨의 거제개 ‘요요’ 수월리 신모씨의 메리, 둔덕면 죽전마을 최홍안씨(73) 집 봇지, 1950년대 사등면 지석리 김건주씨 소유, ‘독구’와 같은 년대, 조규봉씨(68)의 봇지, 1960년대 둔덕면 술역리 이헌일씨(작고) 소유 ‘에스’ 1980년대 둔덕면 시목리 이재우씨(작고)의 ‘메리’ 등 수많은 거제개들이 사냥으로 명성을 떨쳤다.

또 거제개는 귀신을 쫓았다는 거제시 연초면의 설화(巨濟市誌 기록)도 있다.

 거제개의 ‘설화’

▲거제개 보존육성회(회장 신홍규)가 지난 1994년 까지 사육하던 거제개 '순이' 사돈 집에서 사냥개 한 마리를 가져와 사냥을 하며 지냈다. 하루는 구천 삼거리에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사냥을 갔다. 한 마리가 굴속에 들어가 짐승과 싸우는데 흙더미가 무너져 개 한 마리가 굴속에 갖히게 됐다. 그러자 밖에 있던 개가 어디론가 달려가 괭이와 소쿠리를 물고 와 끙끙거렸다. 그런데 그 개는 밤마다 울타리가에 있는 살구나무를 보고 짖어댔다. 시끄럽다는 이웃들의 항의도 있어 그만 그 개를 개잡는 사람에게 팔아버렸다. 주인이 밤마다 꿈을 꾸는데 그 개가 나타나 말하기를 살구나무 귀신이 밤마다 주인을 잡아가려하기에 짖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자기를 그곳에 팔았다며 원망을 했다. 꿈을 깬 주인이 아들을 깨워 다시 그 개를 찾아오라고 했으나 아들은 밤이 어두워 못가겠으니 내일 아침에 가겠다고 했고 다음날 아침 아들이 개를 찾아 갔을 때 개는 이미 고기가 돼 있었다.  그 후 주인을 지켜주던 개가 없어지자 주인은 죽고 가세도 기울었다’

‘거제개 사냥 이야기

거제개는 대개 생후 5~6개월이 되었을 때 산에 데리고 가면 이리저리 냄새를 맡고 돌아다녔다. 사냥에 소질이 있는 거제개는 주인으로부터 50m정도 떨어진 곳에서 짐승을 찾아 돌아다녔다. 1년 정도로 자라면 꿩과 고라니, 너구리, 여우 등을 사냥했고 2년이 가까워오면 멧돼지도 잡았다.

출향인 김건주씨는 독구와의 사냥 경험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1950년대 중반 초겨울, 김씨는 인근 가조도 섬에 볼일이 있어 나룻배를 타고 가게 됐다. 독구가 따라 왔지만 당시 뱃사람들은 개를 배에 태우면 재수가 없다며 태워주지 않았다.

배가 떠나자 뭍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독구가 갑자기 물속으로 뛰어들어 배를 뒤 쫓아왔다. 돌아가라고 아무리 고함을 쳐도 독구는 못들은 척 헤엄쳐 오기만 했다.

섬에 올라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데 함께 갔던 독구는 슬거머니 산으로 올라갔다.

또 물을 헤엄쳐 오겠거니 생각한 김씨는 그대로 배에 올랐다. 그런데 배가 막 출발할 때 쯤 독구는 노루 한 마리를 바다로 내 몰아 쫓아가고 있었다.

초겨울 북풍에 다소 파도가 일었고 노루와 독구는 파도 속에서 숨바꼭질을 계속했다.

그래도 무심한 뱃사공은 성포를 향해 계속 노를 저어갔다. 성포부두가 가까워졌을 무렵, 멀리서 노루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쯤에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김씨는 사공에게 통사정 했다. 쌀 한 말을 줄테니 같이 개를 찾으러 가자고 했다. 사공은 쌀 차후 재수는 없을망정, 쌀 한말에 쾌히 승낙했다.

한참을 노 저어 갔을 때 바다 가운데 독구의 모습이 보였다. 개가 있는 곳에 다가갔을 때 노루는 이미 숨을 거두고 독구는 자기 체구만 한 포획물을 물고 육지를 향해 헤엄치고 있었다.

그날 김씨는 그 노루를 아들이 결핵을 앓고 있는 집에 쌀 두말을 받고 팔아 한 말을 뱃사공에게 주었다.

이후 독구는 멧돼지 사냥도 자주 했다. 자신의 체구보다 서너 배가 더 큰 놈도 사냥을 했는데 그때 독구는 침착했다.

둔덕면 상서리 뒷산에 발견한 멧돼지는 사등면 오량리 뒷산까지 추격해 생을 마감하게 했다. 독구는 그곳까지 사냥감을 쫓아가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 숨 쉴 여유도 주지 않고 귀를 물었다 꼬리부분을 물었다 공격하기를 30여 분, 개의 공격에 방어를 위해 빙글빙글 돌던 멧돼지는 마침내 거품을 입에 물고 주저앉아버렸다.

김씨는 인근의 큰 돌과 지니고 있던 사냥용 칼을 이용해 손쉽게 멧돼지를 포획했다.

독구는 백구였다. 귀는 반쯤 서 있었고 평소 꼬리는 늘어뜨렸지만 사냥을 할 때는 치켜세웠다는 것이 김씨의 증언이다.

거제개는 옛날 우리나라 포수들이 곰 전문사냥에 이용했던 그런 개들의 종류였을 가능성도 있다.

1929년 함경북도 부령군 창평리와 회령시 무산리 경계에 있는 무산령에는 곰 전문사냥꾼 강씨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그 집 곰 잡은 개는 흰둥이로 만주개의 석달 된 새끼보다 작았고 낯선 사람이 다가가도 짖지 않았다. 마치 쓰레기통에서 자고 나온 것처럼 더러웠고 부르르 몸을 털면서 일어설 때는 그 몸에서 개벼룩이 뚝뜩 떨어질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곰 사냥을 나설 때는 침착했다.

 다른 사냥개들처럼 냅다 뛰지도 않고 요란스럽게 짖지도 안으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포수들과 같은 속도로 갔다. 방금 지나간 것 같은 멧돼지의 발자국을 보아도 그대로 지나가고 했지만 막상 곰을 추격할 때나 겨울잠을 자는 곳을 발견했을 때는 눈빛이 달라지며 민첩했다. 곰을 물어서 잡지는 못했고 사람들이 곰을 잡을 수 있도록 발견하고 추격하고 주인이 위태로울 때는 즉각 공격에 나섰던 이 개의 침착성이나 민첩성이 거제개를 닮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계속)

반용근 대표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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