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시대포럼' 추진위원회       이 아 석

부산과 거제를 잇는 새로운 동맥이 뚫렸다.
거칠고 황량했던 유배의 땅이며, 수탈과 가난과 고립의 섬에서 새로운 조선 산업의 메카로, 해양관광의 보물로 탈바꿈해가는 거제도가 부산의 새로운 출구이자 동반자로 활로를 열게 되었다. 이것은 분명 남해안 시대의 새로운 서막이며, 과거 부산포의 개항 이래 한 세기 반동안 절영도가 막아 선 해안선으로 이루어지던 부산이라는 한계를 넘어 신항만과 더불어 남해안 거대하고 새로운 관문으로 성장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특히 거제는 우리나라 제2의 섬이라는 의미를 초월하여 한반도의 동,남해와 한려수도의 정점에 자리하여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가치가 대단히 돋보이는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 거제가 부산과 어우러지는 활력의 가치와 효과 또한 대단할 수 밖에 없다. 흔히 사람들은 지역과 지역이 통합할 경우 면적이나 인구, 생산경제의 양적유발 효과를 먼저 떠 올린다.  그래서 줄곧 익숙해 온 경계에 집착하여 변화를 거부하거나 오직 당장의 현상에 급급하여 이불리를 따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이런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함께 도로를 공유하고 이동하는 동질감과 문화적 민속적인 유대, 지향성에 대한 공감 등 공동체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마땅하다.  단지 내 것과 네 것을 합해 크기를 키우는 통합이 아니라 서로가 힘을 합해 잠재력을 키우는 통합이야말로 발전의 지금길이며 공유의 진정한 가치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일일 것이다.

지금 부산과 거제, 통영과 창원은 울산과 더불어 과거 경남이라는 행정구역에서 소속감을 누렸던 공동체였다.  그래서 경남에 대한 향수를 공유했던 많은 사람들은 이렇듯 이합집산하는 행정통합이나 변화에 선뜻 동의하지 않고 그 경계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미 지구촌이 도시국가 중심으로 눈부시게 변모해 가는 추세를 안다면 과거의 경계를 초월하여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광역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제 동남권의 지형은 새로운 축을 만들어야 한다.
허브공항과, 신항만과, 해양관광을 축으로 연결하는 거대하고도 다양한 남해안시대의 청사진이 새롭게 그려지고 조화를 이루어 나가게 해야 한다. 그와 함께 이웃한 창원광역시와 울산은 물론 부산과 거제와 통영과 멀리 여수와 고흥, 진도에 이르는 남해안 시대의 역사를 다시 써야한다.  이것이 지금 남해안 시대의 포럼을 여는 요긴한 과제다.

필자는 얼마 전부터 이 포럼으로 올곧은 지성을 갖진 분들을 초청하고 그들의 지혜와 힘을 모으는 작업을 함께 선언하고자 했다.  시작부터 다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당장 영남권의 숙제로 떠 오른 국제공항을 두고 ‘밀양’과 ‘가덕’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공항을 결정하는 지혜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미래에 대한 지향성을 활기 찬 남해안의 관문에 두느냐, 일부 내륙의 편의에 두느냐는 보다 포괄적이고 미래지향적 안목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이것을 두고 오직 지역이기심에 사로 잡혀 갈등을 부추기는 대립의 양상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적인 논리에 연연하거나 투쟁방법에 편승하여 허브공항으로 가야하는 본래의 추지를 벗어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산과 김해, 거제와 통영을 중심으로 하는 남해안 포럼의 수많은 구성원들이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결코 소홀한 발표를 할 것이라고 여기지는 않지만 남해안 시대의 활로에 중요한 구심점이 될 이 사안을 직시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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