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건은 지난해 6월 사용폐쇄된 8,777㎡ 규모의 '구 사등소각장'을 민간업체에 연 임대료 1억9백만원 정도를 받고 향후 20년간 임대해 하루 48톤의 해양폐기물 소각처리시설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 안은 의회에서 두차례나 논의됐다. 먼저 2013년 12월말 환경피해를 우려하는 장평마을 주민들의 반대와 일부 시의원의 반대의견으로 집행부가 자진철회 했다. 당시 찬성의견을 낸 의원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두번째는 지난 7월 열린 제170회 임시회에서 "필요한 시설임에는 공감하나 주민여론이 좋지 않다"며 심사보류시켰다.

그런데도 지난 23일 열린 의회 상임위에 이 안건이 느닷없이 상정돼 통과됐다. 산건위원장은 "거제시에서 발생하는 해양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판단돼 상임위 심사에서 원안 가결했다"고 본 회의에 보고했다.

한 야당의원이 "지난 7월 임시회에서 심사보류 당시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대를 얻어 다시 진행하라고 했다"면서 "이미 장평동측에서 수차 반대하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며 심사보류안을 냈지만 허사였다. 

세차례에 걸쳐 반대민원을 제기한 장평동발전협의회 등 주민들은 거제시와 의회를 상대로 "주민설명회나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업자측도 주민설명회를 할려고 노력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화가 난 장평주민들은 본 회의장에 반대 피켓을 들고 찾아와  의회사무처 직원들과 적잖은 실랑이까지 벌여가며 실력행사에 나설 정도로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민원이자 큰 관심사였다. 그런데도 의회는 이렇다할 해명이나 급박하게 상임위를 통과시킨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물론 거제시도 비난에서 비켜 갈수 없다. 장평주민들의 반대민원을 잘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동의안을 제출했다지만 변명에 불과해 보인다. 시가 업체측이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제대로 챙겨 보았다고 믿을만한 구석은 거의 없다.

본 회의에서 생중계된 업자측의 발언도 가관이었다. 장평지역 유지급 인사들의 실명을 일일이 거명해가며 적지 않은 공을 들였고, 마치 자신들의 사업을 이해하고 동의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치 않아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또 "시간상 금전적으로 많은 투자가 됐다. 올해를 넘기면 너무 많은 돈이 투입된다"고 말하자, 한 의원이  "시업 시행도 안했는데 무슨 투자가 됐죠?"라고 되묻는 웃지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렇듯,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직결된 중대한 현안을 의회에 상정하기 위한 본질적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안 건은 전격적으로 상임위에 상정돼 심도있는 토론은 커녕, '거수기'들에 의해 무탈하게 통과돼 버렸다.

다행히 본 회의에서 부결됐기 망정이지, 만약 그대로 원안 통과 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를 두고 지역의 한 언론은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았거나, 아니면 의원 개개인마다 말못할 사연이 있는지, 의회 권위를 천박하게 추락시키고 의회를 한낱 '이권 챙기기' 도구로 전락시킨 역사적 현장"이라고 혹평했다.

게다가, 안건 부결 이후 지역에 돌아다니는 풍문은 사실이든 아니든 가히 우려스런 수준이다. 풀뿌리 민의를 대변한다는 기초의원들에게는 듣기에 민망하고 매우 위험한 말들이다.

그런 뒷말이 진실이든 허황된 소문이건 그 자체는 중요치 않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런 말이 당사자들의 입을 통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내용들이다. 관련자들이 사업 성사를 위해 유력 정치인을 들먹이거나 사석에서 주고받은 허풍일수도 있고, 동료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 결국 관련자들의 가벼운 입과 처신이 이번 사태의 불쏘시개였던 셈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에게 '부패' 딱지는 치명적이다. 생사가 걸린 업자 입장에서는 정치인들에게 갖다 바치는 걸 절대 '부패'로 보지 않는다. 이해가 딱 맞아 떨어지는 '형님, 아우' 사이 투자와 생산의 개념으로만 볼 뿐이다. 단, 시민들의 눈과 수사기관의 감시망을 제대로 벗어 났을때 말이다. 이번 사태가 그런 수준으로 확대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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