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도 떨어뜨린다!"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장을 비유한 말이다.

국정원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요멤버로 국가안보에 관련되는 국내·외 정보 및 보안정보의 수집·작성 배포, 범죄 수사와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업무를 총괄하고, 정부 특수활동비 54%(약5천억)를 영수증 없이 쓰는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하지만 이런 권한 뒤에는 '비밀엄수'라는 신분상의 의무가 있다. 국정원직원법 제17조에 재직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과거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한 인사의 가벼운 입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1일 그는 한 중앙일간지와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 전화)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시로 직접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핫라인은 청와대가 아니라 국정원에 있었고, 노 전 대통령 5년 재임기간 김 위원장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의 가벼운 입놀림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8년에도 입을 잘못 놀려 '비밀누설' 책임으로 국정원장직을 사퇴한 전력이 있다. 2007년 12월 대선 전날 방북해 북의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이명박 후보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고, 대선이 끝나자 이를 대화록으로 만들어 언론에 유출해 논란이 불거지자 사과문을 발표하고 물러났다.

그는 앞서, 2007년 9월 아프가니스탄 샘물교회 인질사건 때도 작전에 투입된 현직 국정원 요원(일명 '선글라스맨')을 기자회견에 동행해 과도하게 노출하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으로 논란을 빚었다. 3년 뒤인 2011년에는 일본 잡지 '세카이(世界)'에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협상내용을 기고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 당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1974년 국가정보원 전신인 중앙정보부에서 공직을 시작, 30여년간 국내 및 해외안보 현장을 누빈 정보전문가이며, 국내ㆍ해외ㆍ북한 정보 분야와 기획ㆍ인사ㆍ예산 분야를 두루 거친 정통 국정원맨이다. 평소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남긴 '國家安危 勞心焦思(국가안위 노심초사)'라는 글귀를 수첩 맨 앞장에 적어두고 있을 정도로 안보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 2006년 그가 국정원장에 임명 됐을 당시 언론에 소개된 프로필이다. 지금 읽어보니 그냥 헛웃음이 나온다.

직무상 알게 된 민감한 정보를 언론에 찔끔찔금 흘리는 그의 이상한 행태를 두고 국정원 내부에서는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격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같은 정권시절 그와 한 솥밥을 먹었던 야당 정치인들조차 "무책임한 발언을 당장 집어 치우라"고 연 이어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의 '정보 장사'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의도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견해가 더 유력해 보인다. 실제 논란을 일으킨 그의 발언 주기는 4년이고 모두 총선 전년도에 이뤄졌으며, 최근에는 출마가 예상되는 부산 기장지역 한 건물에 '행정사합동사무소 분소'를 연 것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간다.

물론, 국정원 뿐만 아니라 국가정보를 취급하는 전직 총수들의 가벼운 입은 비단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정부장을 지내다 '미운털'이 박혀 쫓겨나자 미국으로 도망해 군사정권의 비리를 폭로하다 실종된 어느 인사에서부터, 최근에는 재직 시절 前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쓸데없는 입을 놀려 감옥에 가고 요즘도 사건에 연루돼 창피 당하고 있는 전직 경찰청장까지 비일비재하다.

아무튼 국정원측이 그의 발언에 대해 고발 방침을 밝혔고, 검찰도 법리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문제는 그들이 누렸던 막강한 정보력을 국가안위가 아닌, 개인의 이익이나 정치적 역학에 동원하는 일이 대부분의 정권에서 계속 반복되고, 아직도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데 있다.

고위책임자 출신들의 이 같은 무책임한 행동이 계속 쌓이다보니 국가보위는 커녕, 조직 내부는 약화 돼 '프로'는 오간데 없고 '아마추어'만 득세하는 흥신소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이러니, 그들이 아무리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 해도 국민은 믿지 않는 것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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