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11월 23일 거제개보호육성회가 상문동(당시 고현읍 상동리) 유연오씨 댁에서 구입한 거제개 '삼순이'

예부터 거제 섬에서는 개를 묶지 않고 목줄 없이 풀어 놓고 키워 개는 자신의 사냥 능력을 키우며 영특하게 성장해 갔다.

거제개가 짐승을 찿다가 피곤하면 주인 곁에서 잠을 자기도 했고 짐승을 잡거나 짐승이 있는 굴을 발견하면 주인에게 다가와 얼굴을 핥거나 꼬리로 유인해 목표물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거제시 둔덕면 시목리 이재우씨의 거제개 ‘메리’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영특했다.  

노루, 고라니 등 잘 달리는 짐승과 멧돼지 살쾡이 오소리처럼 이빨과 포악한 성품을 가진 맹수류도 잘 잡았다.

거제개가 다른 종류의 개들보다 수렵성이 뛰어났던 것은 지역적 특성 때문으로 볼 수 있다.

70년대 이전만 해도 거제지역은 사람들의 생활이 넉넉지 않아 개의 먹이를 충분히 공급할 수가 없었다.

주인이 먹다 남은 밥 찌거기에 고구마 등의 먹이가 거제개의 주식이었지만 그것도 배부르게 먹지를 못했다. 

개는 자체의 부족한 영양공급을 위해 들쥐나 산짐승을 잡아 먹어야 했다. 때문에 생사를 걸고 짐승을 잡는 용맹성이 습성화 되며 성격자체의 변화는 다른 동물 앞에서 겁을 먹거나 꼬리를 내리는 공포심이 사라졌다.

그러나 집에 매어 놓고 기른 개는 사냥에 소질이 없었고 풀어 놓고 키운 개는 80% 이상 사냥에 소질이 있었다는 것이 거제개를 길러 온 사람들의 증언이다.

특히 이재우씨의 거제개 ‘메리’는 당시 사람처럼 영리하고 사냥도 잘해 김득수 전 거제시의회 의장(62)이 개의 이름을 ‘李메리’라고 주인의 성까지 붙여 지어 주었을 정도다.

거제 일부 지역에 고정수렵장이 개장 됐던 1987년 12월, 이씨는 ‘메리’와 그의 새끼, ‘복’을 데리고 동부면 노자산 5부 능선을 가로 질렀다.

 이씨는 함께 동행 했던 김득수 전 의장에게 8부 능선 어느 지점으로 가있으라고 했다. 개를 앞세우고 한참을 숲속을 헤치고 가다 마침내 메리가 뛰기 시작했다. 얼마를 뛰었을까, 한참 후 산골짜기가 찢어지는 듯 멧돼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씨와 김 전 의장이 소리 나는 곳까지 갔을 때 메리와 복은 20여 관이나 되는 멧돼지를 물고 버티고 있었다. 메리는 귀를 물고 복은 뒤쪽 다리부분을 물고 당겼다. 10분, 20분 서서히 시간이 흐르자 멧돼지는 허연 거품을 입에 물고 기력을 상실해 갔다.

가까이에서 지켜보고만 있던 이씨는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작은 돌맹이로 멧돼지의 등을 콩콩 찍기 시작했다. 그 정도의 타격으로 멧돼지에게 충격이 될 수가 없었다. 순간 김 의장이 큰 돌로 멧돼지 머리를 서너 차례 가격하자 서서히 숨을 멈춰갔다.

그날은 운 좋게도 두 마리의 멧돼지를 포획했다. 한 마리는 개들이, 또 한 마리는 개를 피해 사람들이 있는 방향으로 쫓겨 오는 것을 김 의장이 총으로 잡았다. 
   

또 옛날 범선으로 일본을 왕래해야 했던 시절, 뱃길의 시작은 주로 거제도였다. 당시 일본으로 향해 배를 출항 시키려면 뱃사람들은 현재 거제시 남부면 다대리 사찰, 관음사 뒤편 가라산에 올라가 바람의 방향과 물길을 살펴보는 등 세심히 관찰한 후 배를 띄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런데 호랑이의 먹이로 사용하려 했던 개를 가까운 거제를 두고 멀리 진도에서 구해 올 필요가 있었을까, 의아심을 가질 수도 있다.

1967년 7월25일 동아일보는 진돗개가 표범을 잡았다는 기사를 실었다.

‘지난 5월23일 새벽 5시쯤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에 위치한 비끼니산에서 이웃마을 대전리 황용수씨(38) 진돗개가 표범을 물어 잡았다. 이 표범은 잡고 보니 12세짜리로 몸길이가 1m, 꼬리 길이가 70cm 가량이었다.

황씨는 원래 친구의 원수를 갚았다는 그 개가 8시간이나 싸웠다고 설명했는데 잡은 흑표범은 25일 대구시장에서 팔렸다’ 이 처럼 진돗개도 수렵성이 뛰어나 갖가지 사냥 기록들을 남기고 있다.

또 개가 주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이아기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3000여년 전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주인이 외출하면서 개에게 아기를 보살피고 지키라고 명령했다. 명령을 받은 개는 돌연히 나타난 늑대 무리와 생명을 걸고 싸워야 했다.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끝까지 싸워 늑대를 죽이고 주인의 명령대로 아기를 지켰다. 그러나 밤에 돌아 온 주인은 곳곳에 흘러 있는 피를 보고 이성을 잃었다. 개가 자신의 아기를 해친 것으로 잘못 판단했다.

주인은 무조건 개를 밖으로 끌고 나가 흉기로 찔러 죽이고 집안으로 들어가 불을 밝혔다.

곳곳에는 늑대의 시체가 즐비해 있고 아기는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주인은 자기의 경솔함을 뉘우치고 애견이 숨을 거둘 때 까지 울었다는 영국의 충견(忠犬) ‘도루게루’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계속>
       

반용근 대표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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