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천 대표기자>

엊그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우리나라 5인 이상 기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이 ‘330만원’이라는 자료를 내놨는데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인터넷이나 SNS에는 “도대체 어느 나라 통계냐” “우주에 와 있는 기분” “정신나간 통계”라는 등 불만 댓글이 폭주했다. 일부 노동단체는 정부가 ‘엉터리 통계’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비난성명까지 낸 모양이다.

매월 발표하는 ‘노동력조사’는 주로 고용동향이나 근로실태(임금 및 근로시간)의 특성을 분석하고 정책개발 등에 활용하기 때문에 현실과 차이가 있다고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이 조사통계는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 중 2만5000개의 표본으로 고용계약이 1년이상인 근로자와 정규직만을 대상으로 했다. 근로자 소속 사업체에서 지급한 전체 임금을 근로자 수로 나눠 평균임금을 산출한 것이다.

문제는 일당이나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은 물론, 건설 하도급자에게 소속된 근로자나 가사서비스업 종사자(보모, 파출부, 가사운전사, 정원사, 가정교사 등), 가내 제조업자(의류, 전자부품 등)와 유흥업소 종사자 등 사업장 단위에 소속되지 않은 종사자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또 고정사업장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자가 고용한 근로자(대리운전, 차량이동판매, 포장마차, 노점상, 행상 등)와 농림어업 종사자 등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근로자는 통째로 조사대상에서 빠져있다.

임금을 적게 받는 집단은 아예 빼 버리고, 고액임금자를 포함해 합산한 뒤 평균을 내다보니 이런 허무맹랑한 월평균 임금이 나왔다. 게다가 실제 지급액에서 빠지는 4대 보험금 등이 포함된 세전(稅前) 기준이니 더욱 그러하다.

이번 논란은 조사주체의 목적이야 어떠하든, 정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할 정부기관의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오히려 국민적 불신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신뢰성 없는 정부통계가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7.0%라고 발표하자 통계 조작논란에 휩싸였다. 정부 목표치인 7.0%에 딱 맞아떨어지는 수치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정부의 통계가 이미 국내는 물론, 대외적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중국에서는 '관리가 통계수치를 만들고 통계수치는 관리를 만든다(官出數字·數字出官)'라는 풍자말까지 나돌까.

통계 불신은 요즘 한창인 선거 여론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여론조사는 설문내용이나 조사방법, 조사시점, 표본 수, 조사대상자 등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조사자가 어떤 특정한 의도나 목적을 갖고 있다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실제 민심이야 어떻든, 후보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에 하도 목을 매니 선거철만 되면 듣도 보지도 못한 '여론조사기관'이 여기저기서 설쳐 댄다. 이런 곳에 조사의뢰를 하면 같은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해도 지급비용에 따라 결과는 매번 다르다.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을 잘 나타내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수학자와 통계학자, 여론조사관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2+2는 얼마입니까." 답은 각각 달랐다. 수학자는 "4"라고 답했다. 통계학자는 "신뢰수준 100%에서 4이며 오차한계는 0"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여론조사관은 슬그머니 다가와 귀에 대고 되물었다. "답이 얼마가 되기를 바라십니까?"

수년전 필자가 ‘이혼’에 관한 칼럼을 통해,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를 통 틀어 1∼3위권이라는 주장을 반박한 적이 있었다. 인터넷이나 관련 서적을 아무리 뒤져 봐도 우리나라가 ‘이혼천국’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대략 세계에서 10~15위권 정도라는 언급은 몇군데서 확인됐다. 더구나 각국에 따라 이혼율의 집계방식도 제각각이었다. 이쯤되면 이혼율 통계는 우리 내부의 사회적 지표는 될지언정 세계 순위는 별 의미가 없다. 우리의 이혼율이 세계 선두권이라는 엉터리 통계를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게 유명 강사들이라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다.

정보화 사회에서 통계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거의 모든 정보와 지식이 숫자로 가공돼 표현된다. 통계는 숫자를 활용해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고 현상을 파악하고 설명할 때 유용한 수단이다. 언론도 통계를 활용하면 독자들에게 한층 설득력이 있고 신뢰성이 돋보이는 기사가 된다.

하지만 통계는 ‘함정’이 있다. 자기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거나, 부적절한 샘플을 동원하거나, 숫자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그 통계는 불신과 거짓의 잣대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세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냥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말이 있다. 숫자나 확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나 SNS에 떠 도는 출처불명의 통계나 여론조사, 그거 너무 믿지 말았으면 한다.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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