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지난 9일 거제지역 총선판을 꽤나 어지럽히던 ‘흑마늘’의 정체가 한꺼풀 벗겨졌다. 여당 경선과정에서 난데없이 불거진 이후 거의 두달만이다.

피해자로 자처하는 한 인물이 총선을 코 앞에 두고 갑작스레 입을 열고 자신이 앞서 ‘흑마늘’ 사기꾼으로 몰았던 어떤 후보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사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흑마늘’의 진상을 시원하게 밝히지도 않았다. 대신, 자신의 판단 잘못으로 처음부터 고소가 잘못됐니 어쩌니 하며 ‘북치고 장고치는 식’으로 변명하고 대충 얼버무렸다. 생각 같아서는 이러자고 여태컷 ‘흑마늘'을 키워왔는지 묻고 싶었다.

비록 말 한번 붙여보지 못했지만 수년전만해도 그는 평범한 대기업의 간부로 퇴직한 온순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어느날 ‘흑마늘’의 피해자로 자처하고 나타나 적잖게 놀랐고, “내가 뭐라하든 당신네들이 알아서 하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기자회견을 혼란스럽게 지켜봤다.

한편으론 측은하게 보였다. 누구를 탓해도 소용없겠지만, 순탄치 않았던 과거 못지않게 예순을 넘긴 그에게 '흑마늘 망령'이 또 다른 후회와 고통의 시간을 안겨줄지 모른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흑마늘의 진실은 온전히 수사기관의 손에 달려있다. 이 사건이 처음 불거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별로 달라진 것도 없다. 고소보충 조사 정도 진행됐을 뿐이다. 따라서 늘 강조한대로 우리가 사건의 옳고 그름을 따질 자격도 없고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못하다. 분명한 건 결과에 따라 누구든 잘못이 있으면 법에 따라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게 바로 법과 제도의 존재 이유다.

‘흑마늘’은 지난 총선 때 선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메뉴였다. 각자의 입맛에 따라 한동안 요긴하게 잘 써 먹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따져 보지 않고, 공지의 사실도 아닌, 더구나 공공의 이익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 이 망령을 총선판에 끌어 들인 책임은 선거 이후에도 반드시 따져야 한다.

또한 그게 마치 검증된 진실인양 떠벌리고, 얄팍하게 리바이벌(revival) 하는데 혈안이 돼 유권자인 거제시민의 눈과 귀를 현혹시킨 망동(妄動)의 책임도 끝까지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 또 다시 유권자를 농락하는 비슷한 망령이 나올 것이다. 결코 ‘아니면 말고’식이 돼서는 안된다. 후보로서 자질과 역량을 내세워 당당하게 선택받을 각오는 커녕, 네거티브 선거로 삐뚤어진 입신양명(立身揚名)을 노리는 속물을 선량(選良)으로 뽑아야 할 이유가 없다.

흑색선전이야말로 나라의 주인인 유권자의 권한을 사기 쳐 빼앗는 대의 민주주의의 공적(公敵)이다. 이제 선거판에서 이런 자들을 완전히 쳐 내야 한다. 우리가 그런 수준낮은 자를 지도자로 뽑는 호구(虎口)가 돼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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