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이 벌써부터 ‘네탓’ 공방을 벌이는 모양이다. 한마디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극치다.

새누리당이 참패한 이유는 굳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분열과 지역구도만 봐도 제1당은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도 ‘배신의 정치’ ‘진박’ ‘친박’의 저질 마케팅을 벌여 스스로 쪽박을 깼다.

주연과 조연이 훤히 보이는 공천파동을 통해 누가 표를 깍아 먹었는지 선거결과에 모두 나와 있다. 자기네들만 몰랐지 민심은 이미 그들의 앞날을 예견하고 있었다.

총선 열기가 한창일 때 이른바 ‘친박’ 맏형이라는 한 최고위원은 서울 유세장에서 “새누리당의 대표는 대통령이다”고 큰소리 쳐 댔다. 그렇다면 답이 나왔다. 4·13 총선은 대통령이 진 선거다. 의원내각제가 아닌 게 천만다행일 뿐이다.

국회가 잘했다기보다, 대통령이 정치력 미흡과 소통 부재를 되짚어보지 않고 툭하면 ‘국회 탓’으로 돌리는 행태를 국민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뒤집힌 민심이 총선을 통해 드러났는데도 청와대는 애써 태연하다.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길 바란다. (이번 총선 결과는) 국민의 이러한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노동 개혁이 꼭 이뤄져야 한다는 신념하에 이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다"

과연 이런 말에 공감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성찰의 자세보다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가겠다'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의 '오기'와 '불통'의 정치가 오늘의 이같은 상황을 자초했다는 인식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러면 민심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앞으로 야당의 협조없인 뭐 하나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정권을 염려해서가 아니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이기에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러워서다.

국민은 '퇴행의 정치'를 보면서 늘 진화한다. 남은 22개월동안 상대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타협의 정치를 기대한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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