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석님의 맹수와 명포수 ‘꾼’ 참고

 관다산맥(완달산맥:完達山脈)에는 야견(野犬)들이 있었다.

 당초 이 개들은 중사영감(中士令監) ‘더프킨’이 산막에서 사육하던 개들이었는데 주인이 주인 죽자 산으로 들어가 야견이 되고 말았다.

1920년 11월, 백계 러시아인 사냥꾼 바이코프(1872~1958)는 이 야견들이 표범과 싸우는 장면을 본 일이 있었다. 두목 개 ‘장바이’가 이끄는 여덟 마리의 사냥개들은 난폭했다.

‘장바이’는 군용견 도베르만과 만주개를 고배시켜 얻은 수캐였고 그 중의 ‘팽투’는 세퍼드와 만주개를 교배시켜 엳은 암캐였다. 

도베르만과 세퍼드는 영리하고 민첩한 군용개들 이었으나 추위에 약하고 끈기가 없다는 약점이 있었다. 때문에 터프킨은 그들을 추위에 강한 만주개와 교배를 시켰다.

만주개는 지방 부호들이 경비견으로 사육하는 개들이었는데 몸무게가 15관이 넘고 털이 불곰처럼 길게 밀식돼 있었다.

도베르만과 또한 세퍼드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개들은 군용개가 갖고 있는 영리한 머리, 기민한 동작, 만주개가 갖고 있는 완강한 체구와 용맹, 잔인성을 아울러 갖춘 사냥개로 변해갔다.

그들은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바깥에서 잠을 잤고 눈보라가 치는 만주의 산을 야수처럼 뛰어 다녔다. 그리고 곰이나 멧돼지들을 포수의 도움 없이 물어 죽였고 범과 표범도 겁내지 않았다.

그날 장바이는 숲속에 숨어 있는 표범의 바로 앞까지 육박, 적을 숲속에서 끌어냈다.

표범은 약이 올라 개를 향해 도약 했으나 장바이는 일순간에 몸을 돌려 도망갔고 표범은 장바이를 추격하느라 5~6m 뒤에 진(陣)을 치고 있던 개들의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그 때 일곱 마리의 개들이 한꺼번에 표범에게 덮쳐들어 처참한 난투를 벌였는데 전신에 상처를 입은 표범에게 치명상을 준 것은 역시 장바이 였다.

장바이는 동료들이 표범과 난투를 벌이자 재빨리 돌아섰다. 그리고 도베르만의 무서운 주력과 15관이나 되는 만주개의 몸무게로 표범을 들이받아 쓰러뜨린 후 어느새 그 목줄을 물고 난폭하게 흔들었다. 그 싸움에서 한 마리의 개도 희생됐고 장바이도 표범의 발톱에 할퀴어 가슴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음날 아침 이 개들은 큼직한 만주 범을 추격했는데 결국 장바이가 범을 잡게하는 수훈을 세웠다.

홍수가 지나간 듯 한 벌판에서 범과 개들이 대치하고 있었는데 개들은 반원의 진을 치고 맹렬하게 짖고 있었고 그 안에 거대한 만주범 한 마리가 오만스럽게 앉아 있었다. 범은 산림의 왕 답게 조무래기 깡패 따위엔 관심도 없다는 듯 가볍게 으르렁 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놈은 발톱을 감추고 있었을 뿐이었다. 놈은 개들이 다가서면 언제라도 강철 같은 뒷발로 땅을 차면서 도약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10m 이내에 있는 개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

백전노장인 장바이는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개들은 20m 이상의 거리를 두고 진을 치고 있었으며 범이 그 속에 뛰어 들면 전호좌우에서 한꺼번에 덤벼들 생각이었다.

바이코프는 100m 거리에서 일단 멈춰 동료들에게는 더 이상 접근하지 말라고 지시해 놓고 혼자서 범에게 접근했다.

법은 갈기를 세우고 아가리를 벌여 위협했다. 80m, 60m, 50m, 이제는 산탄총의 사정거리가 됐다. 범의 눈에서 시퍼런 불이 일고 그 꼬리가 일직선으로 섰다. 그 때 장바이가 감연히 범에게 돌진했다.

그러자 범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대포알처럼 날아 장바이를 덮쳤다. 그러나 그 순간 장바이는 날쎄게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미 첫 번째 도약을 실패한 범은 그대로 개를 추격했는데 바이코프를 향해 도망해 오던 장바이는 바이코프가 총을 들어 올려 겨냥하는 것을 보더니 옆으로 몸을 피했다. 총은 2연신이었으나 나머지 한 발은 쏠 필요가 없었다. 이것으로 범의 사냥은 끝났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