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오늘(28일) 부터 전면 시행된다.

'김영란법'은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서 묵인돼 온 부정한 청탁이나 접대, 금품수수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부정·부패의 연결고리를 끊고,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김영란법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성영훈 위원장은 최근 한 모임에서 법 시행과 관련, "핵심은 청탁하지 말고, 청탁받지 말고, 공짜 밥·공짜 술 먹지 말고, 애매하고 의심스러우면 더치페이(각자 계산)하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은 중앙·지방 행정기관, 공직 유관 단체, 공공기관, 각급학교, 언론사 등 4만919곳이다. 직접 적용대상만 4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 된다. 또 이들과 교제·접촉하는 사람들도 법 적용을 받게 되므로 사실상 전 국민이 대상인 셈이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외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이 주요 내용이다. 공무원, 교사, 판·검사, 경찰 등 모든 공무원을 대할 때 인허가 업무, 인사 개입, 성적 처리, 수사·재판 등 법이 정한 14가지 업무에 대해 부정청탁을 하면 안 된다.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 원(연간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 하도록 돼 있다.

직무 연관성이 있다해도, '3·5·10룰'(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지키면 되지만, 위반하면 금액에 따라 적게는 몇배, 많게는 몇십배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3·5·10'룰의 허용 기준은 어디까지나 예외 조항으로 △원활한 직무 수행 △사교 △의례의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인정된다.

법 집행기관인 검찰과 경찰은 위반자 처벌에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해, 일각의 '공권력 남용' 우려에 대한 지적을 경계하고 있다.

우선, 경찰은 수사 지침과 관련해 112나 전화로 들어온 신고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출동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확실한 현행범이 아닌 이상, 고소·고발인이 실명 증거자료가 첨부된 서면신고서를 제출할 때만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일선 경찰에는 이런 신고처리 메뉴얼에 대한 교육을 이미 마쳤다.

검찰 역시 원칙적으로 신고가 들어온 사건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다른혐의 없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자를 먼저 찾아 나서거나, 근거가 부족하고 법 악용 소지가 있는 신고에 대해서는 수사권 발동을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도 28일부터 이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신고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 법 적용 대상자가 400만명이나 돼 무차별적 신고가 난무할 것을 우려해 실명으로 된 서면신고만 받을 계획이다. 따라서 전화나 팩스 신고는 원칙적으로 접수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또 신고내용이 불명확할 경우, 10일 간의 보완기간을 주고 이 기간 내에 보완되지 않으면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종결 처리한다고 밝혔다.

다만, 검‧경 등 수사기관은 김영란법 위반신고를 받고 수사를 하다 다른 혐의가 나올 경우에는 수사를 확대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수사기관은 김영란법 위반 행위가 동시에 뇌물, 배임수재죄로 인정되는 경우 법정형이 더 높은 ‘뇌물죄’와 ‘배임수재죄’를 우선 적용하게 된다.

다른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다 김영란법 위반이 드러나면 당연히 처벌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뇌물죄(공무원)나 배임수재죄(민간인)는 금품의 대가성이나 부정한 청탁 여부를 따져 처벌했지만 김영란 법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법 적용대상자가 수사기관의 금융계좌 추적 등으로 이 법이 허용한 범위(1회 100만원, 년300만원)를 위반해 돈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받게 된다. 허용된 범위(100만원) 이하라도 해당기관에 징계통보를 피할 수 없다. 이런 사례는 수사 실무적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법 시행과 관련해 시민들은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거제시청 인근에서 10여년간 식당업을 해 온 김 아무개(61·여)씨는 “확실히 분위기가 틀린다. 우리 식당은 평소 공무원들이 자주 찾는데 최근들어 농담쪼로 하는 말을 들어보면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그래도 요즘 힘들고 어려운데 솔직히 우리로서는 불만이 참 많다”면서, “하지만 어쩔수 없지 않느냐. 당분간 식당 매출이 많이 줄게 생겼다"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거제시 한 과장급 공무원도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직원들에게 업무 관련자는 외부에서 만나지 말고 가급적 사무실에서 만나라고 한다”면서 “시범 케이스로 걸렸다가 무슨 창피를 당할지 몰라 나 역시 움추려 지는 게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허가부서에 근무하는 한 30대 공무원은 “아예 업무와 관련있는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는게 이 법에 걸리지 않는 최고의 방법"이라며, “좀 답답해도 할 수 없지 않느냐. 어떤면에서는 오히려 홀가분하고 잘 됐다고 생각 한다”고 말해, 이 법의 시행 취지와 다소 다르게 해석했다.

인터넷신문사를 운영하는 한 언론인은 “인터넷신문은 오는 11월 19일부터 개정된 신문법에 따라 대표를 제외하고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직원 5명을 반드시 고용해야 하는 등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면서, “따져보면 언론과 직무관련성이 없는 데가 어디 있느냐.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판에 이제 광고 한 건 부탁하기도 눈치가 보인다. 아뭏든 난감하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물론 지금 껏 논란이 돼 왔던 것처럼 법 시행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방송사에서 이 법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70.6%가 취지에 공감한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국민권익위는 법률 시행 후 개선점을 찾아 점진적으로 보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결국 이 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법률 위반자를 징계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법 취지에 맞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우리 국민 모두의 의식 변화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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