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제왕적 대통령제가 최순실 사건 불렀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최순실 사건 불렀다” “개헌과 최순실 사건은 별개의 문제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25일 거제에서 현 시국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동안 거제시 상동동 거제축협 농수산물유통센터 컨벤션홀에서 거제시민 300여명을 상대로 특강을 했다.

이날 강연은 김 전 대표가 1시간 가량 발언 하고, 뒤 이어 청중의 질문을 받아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 됐다.

김 전 대표가 강연할 당시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후 4시 '최순실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사실을 몰랐다.

김 전 대표는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는 개헌을 통해 권력을 축소하고 ‘이원집정부제(대통령제에 의원내각제를 가미한 정치형태)’로 나가는 게 옳다고 본다"며 바람직한 권력구조 개편을 강조했다.

이어, 김 전 대표는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기초지자체는 없애고 인구 50만을 기준으로 광역자치단체로 행정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치인도 아니고 얼굴도 모르는 교육감을 선거를 통해 뽑는 현행 방식은 확실히 잘못됐다. 교육감 직선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관계도 밝혔다. 그는 “집권여당 대표가 된 이후 지금까지 박 대통령과 다섯 번을 만났다. 하지만 그때마다 배석자가 있었고 단 한번도 대통령이 직접 부르거나 독대한 사실이 없다”며 둘 사이의 서먹한 관계를 에둘러 표현했다.

김 전 대표는 중국에서 ‘개헌’ 발언을 해 당시 국내에 정치적 논란을 일으킨 배경을 설명하고, 당 대표로서 박 대통령과 가급적 충돌을 자제한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그때 상해에서 ‘개헌’을 말한 건 비보도를 전제로 사석에서 한말이 보도 됐다. 이때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당시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었기 때문에 당 대표로서 도리가 아니었다는 판단에 따라 사과 한 것이다. 일부에서 내가 꼬리를 내렸다고 하는데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사사건건 날을 세우면 누가 좋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질의 응답 시간에는 청중 2명으로부터 ‘국회의원 정수 조정’과 ‘최순실 사건’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김 전 대표는 “국회의원이 맨날 일은 안하고 싸우는 꼬라지 보니까 의석수를 확 줄이라는 말 아니겠느냐. 일만 잘하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해 청중들을 웃겼다.

최근 정국을 요동치게 만든 ‘최순실 사건’에 대해서는 “이제 덮을래야 덮을수 없다. 특검을 해서라도 반드시 법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단호한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은 매일 또 무슨 일이 불거질지,어디서 뭐가 튀어 나올지 하루 하루가 위태하고 불안하다"며 최근의 새누리당 분위기를 전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특유의 느릿한 어투에 간간이 유머를 섞어가며 편안하게 강연을 이어 갔다.

강연에 참석한 청중들 중에는 3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많았다. 또 새누리당원으로 보이는 5∼60대 중장년층과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