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부당대출 혐의 등으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연 이어 받은 거제수협이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징계 문제로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수협중앙회측은 최근 거제수협장과 상임이사, 지도상무 등이 부당대출 등 규정위반에 대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각 3개월, 1개월, 6개월의 직무정지 처분을 통보하고 이사회에 의결을 요구했다. 그 외 경징계·시정·주의를 요구한 관련 직원도 1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거제수협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조합장과 상임이사는 ‘견책’, 지도상무는 ‘감봉’ 등 경징계로 감경 의결해 수협중앙회에 보고했다.

이에 대해 수협중앙회측은 “거제수협 이사회의 의결은 명백한 규정위반”이라며 지난달 31일 ‘이사회 징계의결 결과 집행 중단 및 재의결 요구’하는 공문을 거제수협에 보내는 등 마찰음을 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거제수협에서 징계요구 건에 대해 감경 결정을 내리려면 사유가 분명해야 하며, 이 경우에도 협의해 의결하도록 돼 있다. 거제수협 이사회는 그 어떤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징계감경을 의결해 법과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수협중앙회측은 거제수협에 이사회 징계감경 처분을 무효화하고 한달 이내에 재의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양수산부에서 조합장 등에 대한 행정처분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자 거제수협은 내부검토에 들어 가 조만간 이사회를 소집해 당초 중앙회의 요구대로 이들을 징계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일부 대의원들은 “이사회가 조합장과 핵심 임원들의 공백으로 조합의 경영을 걱정 했던 것 같은데 생각이 좀 짧았던 것 같다”면서 “사태의 근본 원인을 따져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한데도 스스로 비난을 자초한 격”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원들도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비슷한 유형의 사건에 대한 외부적 질타와 함께 조합 이미지까지 추락되자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최근 몇년 사이 불거진 거제수협 관련 사건들이 조합장 교체에 따라 의도치 않게 물러나거나 좌천성 인사를 당한 측에서 경영부실이나 사소한 내부 잡음까지 수사기관 등에 제보해 온 행태를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이러다보니 내부적으로 수습이 가능한 부분까지 들쑤셔져 조합이 마치 불법을 일삼는 집단처럼 외부에 비쳐지고 이로 인한 신인도 추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거제수협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지역인사는 “무엇보다도 조합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며 “조합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냉철히 분석하고 그 반성의 토대 위에서 쇄신책이 마련돼야 조합원들도 공감하고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거제수협이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조합원이 어디 있느냐“면서 ”옛날에는 안그랬는데 언제부턴가 이상한 악습이 조합 내부에 천착 돼 있다. 잘못이 있다면 엄중하게 벌하되, 조합장이 바뀔때마다 보복성 인사라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이걸 청산하지 못하면 거제수협의 미래는 없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한편, 거제수협 사건은 지난해 하반기 직원 채용 비리 등에 대한 제보와 함께, 지역 부동산업자에게 대출규정을 어기고 수십억원을 부당대출 해 줬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과 검찰이 잇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경남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구 해양범죄수사계)에서 거제수협 본점과 고현지점 등을 압수수색을 하고, 개발업자 등 2명을 구속했으며 이들은 모두 기소 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경찰은 부당대출 등을 해줘 조합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배임)로 조합장 등 임직원 9명을 입건해 통영지청에 송치,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수협중앙회는 지난해 9월 이후 세차례에 걸쳐 거제수협 대출업무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 내규 등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해 관련 임직원에 대한 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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