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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양원] “석유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사곡해양플랜트 산단 논쟁을 지켜보며-
거제저널 | 승인 2017.08.08 17:03
<미래솔루션 윤양원 이사>

“석기시대는 돌이 없어졌기 때문에 끝난 것이 아니다.

돌을 대체할 기술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석유시대도 석유가 고갈되기 전에 끝날 것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실질적 창설자이자, 석유패권국 사우디의 석유장관을 지낸 ‘셰이크 야마니(Sheikh Ahmed Zaki Yamani)’는 이렇게 말했다.

일명 석유황제로 불렸던 야마니의 예언대로 석유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는 화석연료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 지구촌 곳곳에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언을 예고하는 수많은 증거들이 넘쳐나고 있다.

100여 년 전 내연기관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졌던 전기자동차가 다시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고, 풍경화의 소재로 간혹 그림 속에만 등장했던 풍차는 태양광· 태양열 등과 더불어, 이제 에너지 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비중 있는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기류와 궤를 같이해 최근 프랑스는 “2040년부터 휘발유와 디젤로 구동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를 전면적으로 중단하겠다”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다수의 국가들도 이런 추세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로 석유시대의 종말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에너지 시장의 역사성과 복잡성을 감안하면 한마디로 단언하기엔 어려운 문제다.

에너지 시장은 본질적으로 제로섬게임(ZERO SUM GAME)의 영역이다. 그래서 특정 에너지원이 해당 문명의 하부구조(주로 경제적 영역)를 유지시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효용(效用)을 제공하지 못하면, 그 에너지원은 게임의 테이블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효용이란, 석유가 가진 교환가치(交換價値)와 이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획득 가능한 경제적 부가가치의 함수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단순화시키자면 가성비(價性比)라 표현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석유는 발견되는 위치와 유정의 크기에 따라 생산원가의 차이가 매우 큰 에너지다. 채굴에 적용하는 기술과 이동에 드는 물류비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시장분석 기관인 라이스터드 에너지(Rystad Energy)에 따르면 매장 위치에 따른 유종별 생산원가의 차이는 3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저렴한 중동산 육상원유의 평균 생산원가가 배럴당 27달러인데 비해 앙골라의 심해(deep water)유전은 74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물론 해상원유도 종류가 다양해 수심이 깊지 않은 곳에 위치하는 천해(shallow water)유정은 심해유정에 비해 생산원가가 다소 낮은 편이긴 하다.)

이쯤에서 최근 사곡만에서 추진되고 있는 거제해양플랜트 산단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나온 국제유가 60불의 전망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에너지 시장은 제로섬 게임의 시장이다. 그래서 특정 에너지원의 가성비가 해당 문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낮아지면, 즉 가격이 상승하면, 이보다 더 낮은 가격의 대체재(代替財)가 시장에 등장하게 된다.

석유의 경우 직접적으론 셰일오일과 오일샌드 등과 같은 비전통석유와 간접적으론 셰일가스와 재생에너지(자연에너지) 등과 같은 이종(異種)의 에너지원을 대체재로 들 수 있다. 물론 이를 좀 더 확장하면 에너지 소비효율을 상승시키는 모든 기술 역시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석유의 가장 무서운 적수는 셰일오일이다. 그 중 셰일오일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미국의 텍사스주 Permian 지역에서 생산되는 셰일오일은, 생산원가 측면에서 이미 심해유정과 천해유정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추월한지 오래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셰일오일의 생산원가는 2016년 배럴당 46.31달러에서, 2017년 7월엔 31.76달러까지 하락해, 심지어 전통적 육상석유의 위상마저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시장에 대한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위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셰일자원을 가진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또한 셰일자원의 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결과, 2015년부터 본격적인 셰일가스 생산을 시작했고, 그 생산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원가가 가장 높은 해상유전에 투입될 해양플랜트 시장을 무작정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단 주장은 그리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물론 보다 효율적인 해상석유의 채굴기술이 개발되고, 이로 인해 채굴원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주장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른 속도와 낮은 비용으로 시장을 잠식해오는 대체재가 지속적으로 등장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므로 이런 에너지시장의 경쟁적 상대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해양플랜트 시장의 전망을 예측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필자처럼 에너지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땐 더욱 그렇다. 물론 해당 주장이 이해관계 당사자의 것이라면, 그 목적성에 비추어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그리고 향후 국제유가의 전망과 관련해, 과연 배럴당 60불대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필자에게 묻는다면, 그 대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다.

사실 유가는 수요와 공급이란 시장의 가격조절기능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석유시장에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주장에 공감이 가는 이유다. 그는 “석유시장은 배타적 지배력을 가진 특정 이해관계자들의 패권싸움에 의해 그 방향성이 결정된다”고 결론내리고 있으며, 1973년과 79년 두 번의 오일쇼크는 그 이론의 실증적 근거가 되었다.

2017년 현재 세계 석유시장의 절대적 패권 국가는 역시 사우디와 미국이다. 결국, 유가의 향방은 미국과 사우디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그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될 것이란 의미다. 그러므로 한반도란 작은 나라의 한 귀퉁이에 앉아 유가의 방향성을 논하는 것은, 어쩌면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말이다.

한편으론 미국산 셰일가스의 해외 수출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고 있는 LNG 선박시장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그리 긍정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중국의 셰일자원이 미국의 그것에 비해 훨씬 깊은 땅속에 위치하는 관계로 생산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단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다. 하지만 기체인 가스를 액화시켜 이동하는 데 드는 물류비용이 전체 생산원가의 40%에 육박한단 사실은 액화천연가스(LNG)의 장점인 동시에 치명적 약점이다.

미국에서 출발한 LNG선이 우리나라와 일본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0일이다.(이런 이유로 일본은 이동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여줄 파나마 운하의 확장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 두 나라는 전세계 천연가스 수입량 1위와 2위를 자랑하는(?) 수입대국이다.

하지만 향후 10년 안에 중국의 셰일가스 수출이 본격화될 경우, 선박운송을 가정해도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4~5일이면 충분하다. 운송시간이 10분의 1로 줄어들면 물류비용 또한 그에 비례해서 낮아질 것이다. 더 나아가 선박운송을 대체할 파이프라인 설치까지 가능해지면, 절감되는 물류비용으로 인해 궂이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할 이유가 없어질 수도 있다.

물론 현재 동북아지역의 국가 간 역학관계를 감안할 때 다소 과도하게 희망 섞인 바람이긴 하나, 아무튼 새로운 에너지원이 시장에 등장하는 것이 해상운송의 물동량을 증가시켜, 선박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쪽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란 의미다.

사실 국제간 무역의 98%는 해상운송에 의지하고 있다. 그리고 해상운송에서 석유와 석탄, 그리고 LNG 등의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만약 모든 국가가 자국에서 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비중을 적극적으로 높이기 시작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조선산업엔 어떤 변화가 오게 될까?

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와 2007년과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 브라더스의 부도를 겪으면서 모든 국가는 에너지 자급자족의 절박성을 체감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각 국가는 자연에너지(이하 신·재생에너지라 표기한다)의 이용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어, 최종 사용을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화석연료와 달리 신·재생에너지는 그 종류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국가에 골고루 산재되어 있다. 물론 효율성 측면에선 아직 화석연료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지만, 막대한 자본투자와 이를 통한 기술적 진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성은 무서운 속도로 화석연료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제로섬 게임의 시장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건 다른 에너지원의 비중이 축소된다는 의미다.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에너지원이 바로 석유다. 사실 해양플랜트 시장의 미래를 논할 때 셰일오일이냐 해상채굴 석유냐의 문제는 신·재생에너지를 비교대상으로 등장시키면 크게 의미 없는 논쟁에 불과할 수도 있다.

물론 에너지원의 전환엔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아마도 20~30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심한 기상현상이 매년 급증하고 있는 작금의 지구촌 상황을 고려할 때, 어쩌면 우리 생각보다 더 빠른 미래에 전환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언급한 ‘야마니’의 경고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그는 에너지 시장의 패권을 마음껏 누렸던, 행복했던(?) 시절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게 아닐까? 그래서 그 아쉬움을 담아 석유시대의 종말을 경고했던 게 아닐까?

필자의 생각에 지금은 바다를 메우기 보단 ‘야마니’의 경고를 깊이 새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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