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수월 자이아파트 104동 지하주차장 화재 당시 모습. 출처=거사모 홈페이지>

거제의 한 대형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지난달 새벽 불이 나 주차차량 163대와 약 1천평의 대규모 시설 피해가 난 사실이 한달여만인 26일 뒤늦게 밝혀졌다.

더구나 화재 발생시간이 새벽 4시께인데다 비상벨이나 스프링클러 등 소방안전시설이 전혀 작동 안 돼 한 입주민의 신고가 없었더라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해 충격을 주고 있다.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전 3시 45분께 거제시 수월동 자이아파트 104동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가 거제소방서에 최초 접수된 시간은 4시 5분이었고, 이어 6건의 추가신고가 이어졌다. 최초 신고자는 입주민 A씨로 "지하주차장에서 연기가 심하게 나는데 불이 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출동 소방관들은 당시 현장이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미 연기가 심해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지하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꺼멓고 매캐한 연기는 통로를 타고 3층까지 계속 번져 올라가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통로별로 지상 20∼25층인 104동에는 불이 날 당시 132세대 약400명의 입주민이 곤하게 잠에 빠져 있었다. 연기나 불이 조금만 더 확산되고, 신고가 조금만 늦었어도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 어려운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날 불은 소방차 10대와 소방관 50명에 의해 20여분만에 큰 불길을 잡았으나, 지하주차장과 아파트 통로에 가득 찬 연기를 완전히 빼내는데는 무려 2시간이 넘게 걸렸다.

화재로 인한 피해도 막대했다. 소방당국이 잠정 집계한 피해는 승용차 2대 완전 전소와 함께 입주민 차량 163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고, 약 1천평의 지하주차장 통신시설과 장비 등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 됐다.

당국은 피해 총액이 수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짐작만 할 뿐 정확한 피해 규모 조차 집계되지 않을 정도라고 밝혔다.

당시 불이 났던 지하주차장은 아직도 연기 냄새가 날 정도로 보수공사가 진행중이며, 차량은 지상 곳곳에 분산 주차시키고 있다. 또 피해를 입은 일부 외제차 등 고급승용차 소유자들이 보험사측과 피해보상 범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관리사무소에 설치된 CCTV 분석 등을 통해 최초 발화 위치는 모닝승용차로 확인했다. 하지만 화재 직후 국과수의 현장조사 및 자동차 감식결과 ‘전기적 원인’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발화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걸로 전해졌다.

경찰관계자는 “이번 화재는 범죄로 인한게 아닌데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특별히 수사를 더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소방당국에서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처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화재가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백명의 주민들이 곤히 잠든 새벽시간 지하주자창에서 불이 났는데도 정작 비상벨이나 스프링클러 등 기본적인 소화시설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26일 오전 이 사건을 본사에 제보한 40대 입주민 B씨는 “요즈음은 조그마한 화재 사건이 나도 언론에 금방 보도되는데 이런 엄청난 대형화재가 왠지 조용히 덮어지고 있는 게 너무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거제에서 고급 아파트라면서 기본적인 소방시설도 작동 안된다는 게 정말 화가 나고 분노가 치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입주민들 중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분들이 말을 들어보니 당시 피해 추정액이 자동차와 건물을 합쳐 5억원이 넘는 대형 화재로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관리사무소측과 일부 입주민들은 '아파트 값 떨어진다'며 조용히 하라는 소문이 떠 돈다는데, 이 정도면 안전 불감증은 커녕, 제 정신이 아니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그는 “관리실에 물어봐도 CCTV가 오래 돼 주변이 잘 안 보인다는 등 답답한 대답 뿐이고, 소방서에 전화해도 제대로 말을 안해 준다”며 “앞으로 이 아파트에서 계속 살아야할지 고민을 거듭하다가 거제저널에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제소방서 관계자는 “최초 발화지점은 모닝 승용차로 밝혀졌다”며 “앞으로 조사과정에서 소방시설 안전관리위탁업체와 관리사무소의 위법사항이 드러날 경우 형사입건이나 과태료 처분 등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자체점검 당시부터 일부 소방시설에 문제가 있어 보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예방,소방시설설치유지및안전관리에관한법률(약칭 '소방시설법') 제25조(소방시설 등의 자체점검)에는 아파트관리업체는 1년 중 상, 하반기 2회에 소방시설 안전여부를 자체적으로 점검 해 그 결과를 소방관서에 보고해야 한다. 상반기에는 소방시설 작동기능 점검과 하반기는 종합 정밀점검을 하도록 돼 있다.

부산에 있는 아파트 소방시설위탁관리업체는 지난 상반기 자체 소방점검 결과 104동의 경우 지하주차장 피난유도등 고장과 펌프설비, 배선스위치 등 잡다한 소방시설 고장이 일부 발견됐다고 소방서에 보고했다.

거제소방서는 지난 7월25일부터 9월12일까지 해당 위탁업체 등에 시정조치 명령을 하고, 불이 나기 2일전인 9월15일 이 아파트 현장에서 직접 점검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소방점검 결과 “이상없음”이 나왔다. 다시 말해 소방시설위탁관리업체의 자체점검과 나 소방당국의 현장확인 당시에는 가장 기본적인 소방시설인 스프링클러나 비상벨의 작동여부는 지적사항이 아니었다.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 부분에 대한 양측의 답변이 다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담당이 아니라 정확히 모르지만 소방시설에 대한 지적사항이 나와서 보수중에 있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방서와 경찰에 확인을 했다면서 뭐가 더 궁금하나. 궁금한 게 있으면 여기 직접 와서 물어보라”며 답변을 회피 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시설 자체점검에 따른 시정조치 기간은 9월 12일까지 이미 끝난 상태였고, 9월15일 소방서에서 그 결과를 점검했을 뿐”이라며 "관리사무소측의 답변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렇다면 불과 2일전까지 이곳의 소방시설에 별 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불이 났을 때 왜 비상벨이나 스프링클러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을까? 여기에 대해 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시설위탁관리업체와 관리사무소 등을 상대로 그 부분을 계속 조사 중”이라고 답변해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켰다.

당시 화재사건은  현재 ‘거사모’ 홈페이지에 관련 동영상 1편이 올라와 있을 뿐, 다른 사건에 견주어 인터넷 등지에서도 조용하다. 이에 대해 제보자 B씨는 “이 보다 훨씬 피해가 적은 화재사건도 금방 보도되는 세상인데 너무 이상하지 않느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한편, 거제시 수월동 1092번지 일원에 지어 진 거제 자이아파트는 2008월 12월 준공 돼 입주 했으며, 20∼25층 높이의 15개동에 1196세대 4015명이 거주하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다.

<지난 달 17일 수월자이아파트 104동 지하주차장 화재 당시 출동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는 모습. 출처=거사모 홈페이지>

<지난 달 17일 수월자이아파트 104동 지하주차장 화재 당시 동영상 자료. 출처=거사모 홈페이지>

<수월자이아파트 104동 지하주차장 화재 위치도. 출처=Daum지도>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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