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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살인vs상해치사' 논란, 본질 아니다.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18.11.03 16:14
<mbc 뉴스 화면 갈무리>

지난달 4일 발생한 이번 사건은 거제지역에서도 20여일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인터넷신문 모닝뉴스가 ‘신오교 괴담...카더라 뉴스로 확산’이라는 제목으로 시중의 소문을 첫 보도한데 이어, 26일 거제저널에서 관련 취재를 거쳐 구체적인 내용을 머릿기사로 보도해 세간에 알려졌다.

이후 검찰이 가해자 A(20)씨를 지난달 29일 재판에 넘기면서 중앙언론과 지상파 방송을 통해 사건이 보도되자 여론의 본격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또, 사건현장 주변 CCTV 등이 공개되면서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한 가해자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불과 나흘만에 청와대 국민청원이 30만명에 육박하고, 인터넷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여론의 분노가 뜨겁다. 향후 재판과정에서도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감형될 걸 우려하는 지적도 많다.

건장한 20대 A씨가 키132cm 체중 31kg의 왜소한 50대 후반의 피해여성을 "제발 살려달라"는 애원에도 30여분간 72회에 걸쳐 주먹과 발로 무자비하게 폭행 해 숨지게 했다는 건 인간으로서 도저히 용서받기 어려운 행동이다.

그래놓고 가해자는 "만취 상태여서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자세한 진술을 거부했다거나, 범행 직후 지구대에 찾아온 가해자 가족들이 "내 아들이 그랬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애초 경찰은 이번 사건의 가해자 A씨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11일 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약 20일간 보강수사를 벌여 살인죄로 죄명을 바꿔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취재결과,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자 경남지방경찰청에 즉시 보고하고, 신고자 진술과 주변 CCTV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해 가해자 A씨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경찰의 구속영장을 검토한 뒤 법원에 이를 청구해 가해자 A씨는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된 걸로 확인됐다.

경찰은 부실수사 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뒤늦게 언론 브리핑을 열어 "피해 여성이 무차별 폭행당한 건 맞지만, 가해자 A씨와 일면식도 없고, 범행과정에서 흉기를 사용하지 않은 점, 치료받다 5시간 후에 숨진 점 등을 미뤄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또, 검찰이 유심히 살핀 가해자의 휴대전화에 대해선 "증거가 명확했다. 그래서 별도의 추가 디지털 포렌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일부 소홀한 점을 인정했다.

이에 반해, 검찰관계자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머리 부분을 발로 집중 구타하는 등 30분간에 걸쳐서 무차별 폭행한 점, 피해자가 전혀 저항할 수 없었던 점,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살인죄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터넷 검색에 관한 부분은 살인죄의 고의를 판단하는 부분이라기보다 계획적 범행인가의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수 있고,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책임을 피하려고 변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법정에서 사실여부가 판가름 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찰 단계에서 수사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었고 검찰을 거쳐 최종 결론에 이르면 혐의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경찰수사 단계에서는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고, 검찰의 추가수사 과정에서 살인죄로 바뀐 건 큰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검찰도 피의자를 특정 죄명으로 기소하더라도 재판과정에서 승소 확률이 높지 않는 등 여의치 않을 경우 공소장 변경을 통해 예비적 공소사실로 재판을 이어가는 건 왕왕 있는 일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 역시 검찰이 살인죄로 기소해도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섣불리 예단키 어렵다.

법적으로 상해치사와 살인을 구분하는 기준은 '사람을 죽이려는 고의성‘에 달려있다. '사람을 죽이겠다는 고의' 나 '죽을 수도 있겠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야 살인죄가 적용된다. 폭행이나 상해의 결과로 사람이 숨지더라도, 폭행치사나 상해치사는 될지언정 '살인의 고의'가 없으면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들어, 서로 다투다가 화가나 상대의 뺨을 한 대 때렸는데 사망했다면 폭행치사, 단순히 싸우는 과정에서 상대에게 상처를 입혔는데 그로 인해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면 상해치사죄를 적용하게 된다.

누가보더라도 명백하고 객관적으로 사람을 살해할 의도나 행위가 규명되면 당연히 살인죄로 처벌하겠지만, 모든 살인사건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다. 따라서 살인의 고의성 여부는 심리적 요인에 가깝고 객관적 규명이 힘들어 지금까지 많은 강력사건에서 논란이 돼 왔다.

물론, 살인과 상해치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적용 혐의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상해치사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그칠 정도로 형량의 차이가 크다.

결국 경찰수사가 일부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검찰의 2차 수사를 거쳐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되도록 하는게 수사단계의 목적이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살인죄가 명백한데도 경찰이 상해치사로 축소했다거나, 부실수사를 감추기 위해 쉬쉬하며 숨겨 왔다는 식으로 억지 쟁점화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거의 가짜뉴스에 가깝다.

또, 어느 국회의원이 경찰청장을 상대로 "만약에 살인죄가 적용된다면 경찰의 신뢰가 떨어지고 나중에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도 감안이 되지 않을까"라는 논리 비약은 이번 사건의 본질과 한참 거리가 멀다.

보다 중요한 건 이제 사건이 재판에 넘겨진만큼, 검찰은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철저한 공소 유지로 가해자의 죄책을 증명해 엄중한 처벌을 이끌어 내는게 더 절실한 일이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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