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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거제 '학교폭력' 국민청원 게시판에…'여론재판' 우려 지적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18.11.19 17:07

지난달 초 거제에서 50대 후반 여성이 20대 남성으로부터 무차별 구타당해 숨진 사건에 대해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38만3천여명이나 이어지는 등 국민적 공분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거제의 한 고교에서 동급생끼리 일어난 학교폭력 피해 학부모의 청원이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올라와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청원의 참여인원은 19일 현재 약 4만명에 달하고 있다.

지난 9일 피해 학부모는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합리적인 처벌이 이뤄지길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서 "고1인 아들이 1년 가량 교회와 학교에서 잔혹한 방법으로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다"며 "가해 학생들은 외형적으로 성인 체형이며 운동을 수련해 상대방에게 위협을 줄 요건을 갖춘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 학생들과 대면하는 과정에서 '기절은 왜 시켰니?'라는 질문에 '궁금해서요' '재미있어서'라고 대답했고 '이번에 안 걸렸으면 또 했겠네'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피해학생 부모는"도저히 감정 통제가 되지 않아 가해학생 부모의 동의를 구하고 가해 학생 뺨을 몇 차례 때린 것을 가지고 '세 시간 반 동안 감금 폭행했다'고 저를 맞고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해 학생들이 '파트라슈('플란다스의 개'에 등장하는 개 이름) 주인 말 잘 안 들으면 목줄 채운다'고 인격 모독을 하며 수차례 때리거나 목을 졸라 기절시키고 샤워장에서 침을 뱉는 등 수 많은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가해 학생들은 아빠가 없는 것을 놀리고 엄마에 대한 성적인 욕을 퍼부었는데 아들이 이를 견디지 못해 자살까지 생각했다"며 "가해 학생들이 제대로 사과도 하지 않고 떳떳이 살아가고 피해를 당한 학생만 숨어 지내는 상황은 결코 정당하지 않다. 아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제대로 수사를 진행해 합당한 처벌을 받길 소망한다"고 썼다.

애초 이 사건은 이달 초 부터 거제지역 몇몇 언론을 통해 보도돼 세간에 알려졌고, 이어 지난 18일 부터는 청원 사실을 연합뉴스 등 중앙언론이 보도 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9월 초 피해 학부모로부터 117(학교폭력 상담전화) 신고를 통해 거제경찰서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범죄수사팀에 접수됐다.

이후 경찰은 고교 1년생인 피해학생(16세)을 괴롭혀 온 동급생 2명을 소환 조사해 범행사실을 확인하고 '폭행 및 상해, 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지난 달 25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가해학생들이 저지른 ‘성범죄’ 부분은 피해학생의 엉덩이 부위를 사진으로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삭제한 혐의로 전해졌다.

이번달 초에는 피해 학생측에서 다른 동급생 2명에 대해 앞서 송치한 학생들과 겹치는 가해행위와 함께, 수련회 등지에서 베개 등으로 폭행했다며 추가 고소해 현재 수사가 진행중에 있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피해자측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가해학생들이 진술하는 부분이 서로 엇갈리고 있어 아직 이렇다할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면서 "양측에서 이번 일을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일일이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이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에 대해 특별히 불만을 제기한 적은 없다"며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학생들인만큼 앞으로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대판 '신문고'를 목표로 출범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각종 사건·사고를 둘러싼 논란과 이슈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비판적 견해가 나오고 있다. 애초 목표한대로 정책을 제안하고 의견을 내는 직접민주주의의 효과보다, 특정 사건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나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청와대 청원게시판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도 현행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다는 의미다. 수사와 재판 절차를 통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믿음보다는 여론을 집중시키는수단을 통하면 문제가 더 효과적이고 빠르게 해결된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일선 경찰서 한 수사 간부는 "솔직히 요즘은 사건 자체 보다 수사과정의 사소한 잘못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가 골치 아프게 전개되는 게 제일 신경이 써인다"면서 "수사나 재판도 끝나기 전에 여론재판부터 하는 건 민주주의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긍정적 효과도 있다. 자칫 묻힐 뻔한 중요 사건이 청원게시판을 통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해 입법 발의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한창 젊은 나이에 음주운전 차에 치여 생사를 헤매다 최근 안타깝게 사망한 부산의 윤창호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청와대 게시판이 당초 취지대로 순수한 '신문고'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앞으로 미흡한 부분을 더욱 개선하고 다듬는 한편, 국민들도 성숙하고 올바른 참여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거제의 한 고교 동급생간의 학교폭력에 대한 청와대 국민게시판 청원 글>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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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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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 바쁜맘 2018-11-20 00:27:18

    피해 학생들을 작은 피해? 라고 생각하는 인식으로 인해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그 로 인해 학교를 그만 두고 있습니다.
    제발 마녀 사냥이 아닌 피해 학생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십쇼.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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