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거제지역 서예계에 끊임없이 제기된 ‘위작대필’ 논란에 대해 한국서예협회가 의혹 당사자에게 ‘회원 제명’이라는 초강수 결정을 내린 걸로 14일 확인됐다.

(사)한국서예협회는 지난 12일자 ‘회원 제명’이란 제목의 공문을 통해 ‘한국서예협회 회원으로서 부적절한 행위(대필 작품을 제출하거나 하게한 행위)로 협회의 명예를 훼손하였기에 본 협회 제119차 이사회(2018년12월7일)에서 정관 제10조에 의해 징계(회원 제명)결정되어 처리되었다’고 당사자에게 통지했다.

이와 관련 이날 오후 본사와 통화한 한국서예협회 관계자는 "제명 결정은 사실"이라며 "지난 10월 등기와 택배 편으로 두차례나 당사자에게 소명자료 제출을 통보했으나 모두 본인이 반송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본인에게 제기된 위작대필 의혹에 대해 소명절차를 거부한 걸로 보고 이사회 결정을 거쳐 제명 처분한 것"이라며 "제명된 당사자가 협회 처분에 불복해 별도의 소송 등을 제기할지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서예협회 거제지부장을 지낸 진영세 작가가 그동안 주장해 온 지역 서예계의 폐단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주민센터 서예반의 출품 작품이 심사기준에 부합되지 않고 기초가 안된 엉터리 작품인데도 버젓이 수상작으로 선정되고, 수상만 하면 정확한 실력 검증도 없이 주민센터 강사를 맡기도 했다는 것.

진 작가는 자격검정이 안된 특정 작가측이 주민센터 등지에 강사를 독점하며 지역 주민들을 나눠먹기 공모전에 끌어들이고, 스승이 해주는 체본(밑그림)을 그대로 가져가 자기 낙관을 찍어 여기저기 출품해왔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위작대필 의혹을 받는 모 작가는 "초심자는 체본을 토대로 연습을 거듭하게 되는 수련 과정의 일환일 뿐, 대필로 작품을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며 대립해 왔다.

그동안 일반시민들은 반복되는 위작대필 논란에 대해 연습용으로 체본(밑그림)을 모사(模寫)만 하는 것인지, 대필 체본을 그대로 작품화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양측의 주장에 대해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진 작가는 이번 제명 결정에 대해 "지난 10년간 가짜 작품으로 시민을 속여왔고 장난을 쳐 온 당연한 결과"라며 "내가 꾸준히 제기해 온 의혹이 모함이 아니라는 게 밝혀져 다행"이라고 밝혔다.

진 작가는 이어 "이번 사태는 도덕적 윤리적으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인데도 본인의 거짓말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다. 정말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며 "사(邪)는 정(正)을 잠깐 속일수는 있을지 몰라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진 작가는 "본인이 이번 결정에 대해 반성하고 공공기관의 강사직을 내려놓는 등 다른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여기서 끝날 수 있다"면서 "만약 그래도 반성하지 않고 또 나댄다면 지금까지 각종 대회와 공공기관에 가짜작품을 제출해 수상한 행위를 포함해 모든 비리를 수사기관 고발을 통해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작가는 또 "이번 일은 우리의 정신문화적 차원의 문제로, 거제시민은 좋은 강사로부터 좋은 강의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거제시가 그동안 어떻게 강사를 선발해왔는지 반성해야 한다. 앞으로는  공공기관 강사 선발시 좀더 깊이있는 자격 검증을 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몇 시의원에게도 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수차례 부탁했는데도 대답만 번지르하게 할뿐, 어느 누구하나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번 한서협의 ‘제명’ 결정이 오래전부터 거제지역 서예계에 제기돼 온 '위작대필' 의혹의 종지부를 찍을지, 아니면 '소송' 등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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