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점심식사를 마친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이 사내 민주광장에 모여 매각 저지를 위한 대규모 중식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18∼19일 매각반대 파업 찬반투표에서 92.16%의 압도적 찬성을 이끌어 낸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위원장 신상기)이 총파업 신호탄으로 20일 첫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낮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사내 민주광장에는 점심식사를 마친 노조원 2600여명이 모여 '단결! 투쟁!', '생존권 사수' 등이 적힌 깃발을 들거나 머리띠를 메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전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결정된 파업 결의를 다지면서 매각 저지를 위한 투쟁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노조원들은 집회 도중 '악질 현대' '재벌 특혜' 등이 적힌 허수아비 3개를 불에 태우는 화형식을 하기도 했다.

이번 중식집회는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한다는 산업은행 발표 이후 전체 노조원이 모인 가장 큰 규모의 집회다.

한 노조 대의원은 "지난 4년간 정부 감독부실과 썩은 경영으로 수많은 동료들이 직장을 떠났다"면서 "남은 노동자들도 온갖 고통을 감내하며 일터를 겨우 지켜왔는데 이제 현대중공업에 합병되면 다시 구조조정을 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파업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며 절박한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정부나 현대쪽에서 어떤 말을 해도 노동자들은 믿지 않는다. 그런 말을 믿었다가 수없이 당했기 때문"이라며 "인수 협의 과정을 보라, 우리는 사측이나 노조 어느 한쪽도 현대중공업에 인수되는 걸 몰랐다, 그러니 이제와서 저들이 무슨 말을 해도 안믿는다"고 목청을 높였다.

노조의 이런 강경 분위기는 최근 조선업황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인 대우조선을 완전히 배제한채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밀실 야합으로 매각을 추진한데 대해 분개하면서 상당한 출혈이 따르더라도 파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과거에도 임단협 결렬 등으로 몇차례 총파업 결의를 하는 등 크고 작은 진통과 충돌은 있었지만, 막판에 타협을 이끌어내면서 지금까지 우려할만한 파국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총파업은 성격부터 완전히 다르다. 노조는 실제 총파업에 돌입하면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투쟁이 될 것이라는 각오를 다지며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대하는 분위기다.

노조는 21일 노조간부 상경 집회와 함께, 오는 27일에는 전체 노조원들이 서울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현대중공업 노조와 공동집회를 열고, 이달말께는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하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했다. 이날 전체 조합원 1만438명 중 9061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59.42%(5384명), 반대 39.83%(3609명), 무효 0.53%(48명) 등으로 집계돼 파업이 가결됐다.

다음달 8일로 예정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간 대우조선해양 매각 본계약을 앞두고 금속노조 산하 두 회사 노조의 반발이 본격화되면서 '매각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수정>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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