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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psychopath) 범죄와 대응책 모색[칼럼] 서영천 / 본사 대표기자
거제저널 | 승인 2019.04.19 15:10
이 칼럼은 필자가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할 당시인 2008년 새거제신문 「시론」에 연재한 '사이코패스에 의한 무동기 범죄와 대응책 1, 2, 3시리즈'를 일부 다듬고 요약한 것입니다. -편집자-

지난 17일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살인사건 사상자가 20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40대 초반의 범인 안인득이 과거 조현병(편집형 정신분열증)을 앓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범인 주변에서는 평소 그의 행동으로 보아 조현병 보다 사이코패스(psychopath) 성향이 더 많았다고 한다. 이와함께 그가 범행을 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적으로 준비했다는 정황도 속속 나오고 있어 논란이 분분하다. 

보도에 따르면, 범인 안은 검거 직후 "밀린 임금을 못받아 화가 났다"고 했다가, 경찰조사에서는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해 왔다. 진주시 비리와 부정부패 심각하다"는 등 횡설수설 하며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조현병에 기인(起因)하든 사이코패스에 의한 범행이든, 이런 부류의 범죄자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그 동기와 목적이 불분명하고 범죄자와 피해자 사이에 특별한 관계를 찾기가 어렵다. 

사이코패스는 겉모습은 멀쩡해도 아무 이유 없이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정신병질적 성격 장애자를 말한다.

흔히 우리가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빗대 '사이코'라 하는데 이런 성격은 주로 기질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 대개 그들은 일반적인 사회규범을 내면화 하지 못하고 흉악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보통사람에 비해 월등히 높다.

더욱이 이런 정신병질의 주요 증상인 '지나친 달변이나 떠벌림', '병리적 거짓말', '과대망상적 자존심', '난잡한 성적(性的) 행동' 등은 일반인이 얼핏 발견하기 매우 어렵다. 범죄자 스스로 사회생활을 하는데 다소 불편을 겪을 뿐, 평소엔 누가 봐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어느날 조용하게 살던 평범한 이웃이나, 겉으론 멀쩡하고 잘 나가던 유명인사가 전혀 납득할 수 없는 파렴치한 행동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는 경우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된다.

사이코패스에 의한 범죄는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전에 잠재적 범죄자를 선별하기도 쉽지 않아 예측과 인지(認知)가 어려운데다 그 피해 또한 처참하고 모방 범죄 등 사회적 파급 효과도 적지 않다.

요즘은 사이코패스와 비슷한 소시오패스(Sociopath)라는 용어도 종종 등장하는데 같은 반사회적 성격 장애의 일종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행태 등에서 사이코패스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아무런 자각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와 달리,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인지(認知)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이 왜 굳이 자신과 별다른 원한이나 관련없는 사람을 범행의 목표로 선택할까? 전혀 모르는 불특정 다수의 타인은 평소 범인이 알고 지내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들 보다 그 숫자가 훨씬 많고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따라서 특정인을 표적으로 하면 범죄(용의)자를 추정할 수 있는 범위가 대폭 줄지만,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 범행 표적으로 삼으면 사전 발각이나 체포될 위험이 그만큼 줄어들고 한꺼번에 범죄적 욕구(목표)를 달성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가장 두려운 건 누구나 범죄 피해자가 될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동, 노인,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이 범죄 표적으로 노출되기 쉬운 최적의 먹잇감(?)이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란 용어는 1920년대 독일에서 발생한 엽기적 연쇄살인사건의 추적과정에서 정신분석학자인 슈나이더에 의해 비롯됐다. 그는 광신(狂信), 폭발적 성격, 자기현시, 지나친 발정(發情)등 10가지 인간의 특징을 사이코패스에 속하는 인격 유형으로 분류했다.

엽기적이고 끔찍한 범죄를 수없이 겪은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사이코패스'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함께 꾸준히 예방책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여성과 노약자 21명을 연쇄살해해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유영철 사건’부터 겨우 관심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도 꽤 오랜기간 동안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잘 알려진 1980년대 화성연쇄살인사건이나 경기 서남부권 연쇄살인사건, 속칭 '발바리'에 의한 연쇄성폭행사건 등 유사한 사이코범죄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요란하게 떠들기만 했을 뿐, 본격적인 범죄 연구나 체계적인 예방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번 사건 역시 경찰 등 관계당국의 안이한 과거 대응이 결국 참사를 불어왔다는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만만한 경찰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형국이지만, 잠재적 범죄자라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인권을 무시한채 법에도 없는 강제력을 동원할 수도 없기에 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형편이 이런데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정부나 정치권은 그동안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사이코패스 범죄' 차단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 비슷한 강력범죄가 터질때마다 언론을 통해 온갖 임시 방편만 잔뜩 쏟아내고 희생양만 찾았을 뿐, 전혀 제 할일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통렬한 반성이 선행된 적절하고 효과적인 예방책은 커녕, 그것조차 정파적 이해나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돼 흐지부지 되기 일쑤였고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고 불쌍한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사이코패스'에 의한 강력범죄는 앞으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 이 범죄는 계층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적 갈등이 커질수록 더욱 확산되고 문명이 존재하는 한 끊임없을 것이다.  

험한 세상을 별탈없이 살아가려면 때론 지혜와 슬기가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이코패스'의 살아있는 망령들은 유유히 범행 대상을 탐색하고 그 기회를 엿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나가는 말로, 밤바람 한번 쐬러 밖에 나가기 겁나고 마누라와 아이들이 잠시 안 보여도 가슴 철렁하는 무서운 세상이다.

무엇보다도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좀 억울하지만,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경찰이나 국가가 온전히 지켜주지 못한다는 현실부터 직시(直視)해야 한다.

그러니 각자가 스스로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내 가족을 잘보살피면서 살수 밖에 없다. 어차피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터 싫든 좋든 온갖 범죄자들과 평생을 함께 뒤섞여 살아야 할 운명이니까.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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