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국회가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0년만에 처음으로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걸로 나타나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수출 부진과 설비 투자 악화 등으로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4분기(-3.3%) 이후 41분기(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다 어려운 경제 여건을 견인하기 위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완전히 발이 묶여있다. 이번 추경안은 미세먼지 대응(1조5000억원), 선제적 경기대응과 민생경제 지원(4조5000억원), 산불 등 국민안전(7000억원) 명목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사법 및 선거제도 등 4대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당분간 처리 시한조차 불투명하다

빠루와 쇠망치가 난무하는 ‘동물’ 국회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도 올스톱시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떠나면서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에게 국회통과를 신신 당부했던 사안들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의료와 교육, 관광·레저, 정보통신서비스 등의 규제개선과 자금·조세 감면 등의 내용이 포함된 서비스발전기본법과 개인정보를 제외한 비식별 데이터의 광범위한 활용을 허용하자는 내용이 담긴 빅데이터 3법도 마찬가지다.

또, 대기업 총수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일감 몰아주기 규제강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각종 경제 법안들도 제출됐지만 무더기로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난장판’ 국회가 조기 수습될 여지도 별로 없어 보인다. 여야 4당이 처리시한까지 명시해가며 어렵사리 마련해 밀어붙이는 ‘패스트트랙’을 선뜻 접을 리도 없다. 물론 이를 결사적으로 막고 있는 한국당도 “어짜피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초강경 입장이다.

선거제도 개편안과 공수처안 등 개혁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법안 처리에만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좀 더 대화하는 게 불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앞으로도 서로 인내하며 얼마든지 정당 간 협의가 가능한데도 민주당은 너무 조급하게 밀어붙이고 한국당은 자신들이 앞장서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스스로 짓밟으며 육탄 저지로 맞서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국회에서 주말 사이 여야간 대치 정국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입장을 밝혀야 되는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첨예하게 충돌하는 정치판 한가운데로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게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높은 걸로 전해졌다.

결국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점수를 내지 못하는 경제정책과 맞물려, 꼬일대로 꼬인 국내 정치와 해법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대북정책이 조기에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정권을 향한 여론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강경 일변도인 한국당에 대한 비판 보다, 국정을 책임진 청와대와 민주당의 곤혹스러움이 더 깊어지는 게 엿보인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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