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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 "점점 꼬이네"…장기화 조짐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19.06.13 19:10
<지난 12일 변광용 시장이 거제시 옥포동 애드미럴호텔을 찾은 현대중공업 실사단 조영철 부사장 등에게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

실사 연거푸 무산에도 현대重, "될 때까지" 강공…답답한 국면 지속
노조 파업 및 주총무효 소송에 현대重, 무더기 고발…'난장판'
대우노조, 실사 '원천봉쇄' 방침 불변, 거제시장·의장 동참…'똘똘 뭉쳐'
매각 주도 산업은행 예상 밖 '뜨뜻미지근' 행보…현대重만 '난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현장실사 단계에서 '삐끗'거리고 있다. 지난달 말 주총을 통해 법인 분할은 완료했지만 아직 갈 길이 먼데도 실사가 연거푸 무산되면서 점점 꼬여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실사단은 지난 12일 거제 애드미럴호텔에 도착해 산업은행, 대우조선 등이 참여하는 4자 대화를 노조측에 제의했으나 단박에 거부당하고 1시간여 만에 철수했다.

지난 3일에 이어, 지난달 26일 특수선 분야 실사 시도까지 합하면 벌써 세번째 노조의 봉쇄에 단 한발자국도 대우조선에 들여놓지 못했다. 따라서 14일까지 예정된 기한 내 현장실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측은 쉽사리 실사를 건너뛸 뜻이 없어 보인다. 실제 지난 12일 실사단을 이끌고 왔던 조영철 부사장(CFO·최고재무관리자) 등은 '언제까지 실사를 할 생각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될때까지 해야 안되겠느냐"고 말했다.

또 '노조가 계속 실사를 거부하면 실사 기간을 연장할거냐'는 질문에도 "그럴수도 있다. 기간은 2주가 될수 있고 더 늘어날수도 있다"고 대답해 항간의 실사 생략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총 무효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임시 주총에서 통과된 물적분할(법인분할)을 무효로 주장하며 전면 파업에 이어, 2주째 매일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측은 다음주 초반쯤 주총무효 소송도 제기할 방침이다.

노조와 사측은 감정이 격해지면서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도 계속되고 있다. 사측은 지난달 31일 주총 당시 불법·폭력행위를 저지르고 지난 12일 안전교육장 기물을 파손하고 관리자를 폭행한 노조간부 등 79명을 고소했다.

앞서 사측은 지난 27일 한마음회관 진입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노조관계자 42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대우조선 인수를 둘러싼 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대우조선 노조 역시 매각 철회가 없는 한 실사저지를 위한 봉쇄를 절대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기간이 연장돼도 정상적인 실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여전히 실사 생략 가능성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공권력의 힘을 빌어 실사를 강행할 경우 분위기는 급속히 악화될 걸로 보인다. 앞서 같은 금속노조 소속인 두 노조는 경찰이 실사를 위해 투입될 경우 동시 전면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실사단이 설사 대우조선에 들어가더라도 노조가 이에 맞서 현장에서 과격한 저지로 인명피해 등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산업은행과 인수 당사자인 현대중공업의 고민이다. 

이와함께, 지난 11일에는 지금껏 대우조선 매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노조와 시민대책위의 불만을 샀던 변광용 거제시장이 '대우조선 매각절차 중단과 재검토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반대 대열에 동참했다.

변 시장의 뒤늦은 입장문 발표에 대해 여러 관측이 있지만, 최근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우조선 매각추진에 대해 신중한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견해가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울산시처럼, 민주당 소속의 경남도지사와 거제시장이 대우조선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 매각 강행 과정에 상당한 부담과 함께 노조와 시민대책위에는 힘을 보탤 거로 보인다.

대우조선 노조와 시민대책위 등은 변 시장의 입장 선회에 대해 "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 매각반대 대오를 더욱 공고히 하며 결속을 다지는 모습이다. 

변 시장은 입장문 발표 이후 지난 12일 거제를 찾은 현대중공업 실사단과 면담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도 보였다. 이날 오후에는 서울로 가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거제지역의 강한 매각반대 정서를 전달하고 앞으로 남은 기업결합심사에서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김상조 위원장은 "아직 (현대중공업이) 기업결합심사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경쟁국 심사도 통과해야 되기 때문에 그 결과는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기업결합심사가 상정되면 수평적, 수직적 산업구조와 독점 여부 등 전반적 사항을 면밀히 체크할 것"이라고 화답한 걸로 전해졌다.

가장 주목되는 건, 대우조선의 대주주로 매각 주체였던 산업은행의 최근 행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매각추진 초기인 지난 2월만해도 "(대우조선 매각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산은에 또다시 20년 더 있어야 한다"며 매각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 회장은 또 "대우조선해양은 절대 흑자 경영으로 돌아서지 않았다"며 "올해와 내년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지금 이 시점이 그나마 시장 상황이 좋은 구조조정 적기"라면서 매각 당위성을 강조했다.

대우조선 노조에 대해서도 "세상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가는데 우리만 석기시대에서 살 수는 없지 않냐"며 "투쟁과 파업으로 일자리가 지켜지고 기업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쓴소리까지 하는 강공을 펴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본 계약을 앞두고 부행장과 기업구조조정팀 관계자들을 거제로 보내 기자간담회를 시도할 정도로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는 등 애초부터 매각 추진의 중심에 서 있었다. 

물론, 이 와중에 대우조선 노조와 시민단체는 이 회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원하고, 일부단체는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 파업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노사 문제일 뿐"이라며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직을 걸었다'던 이 회장 역시 이상하리만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같은 산업은행측의 '무대응 행보'는 지금까지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주도해온 주체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불러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결정으로 민감한 사회적 갈등이 폭발했는데 갑자기 침묵하는 건 책임 회피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측은 "우선 현장실사를 할 수 있도록 노조와 대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면서도 "산업은행측과 더 상의를 해 봐야 어떤 결정이 나올 것"이라며 현재로선 뚜렷한 해결책이 없음을 시사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실사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앞으로도 공정위의 국내 기업결합심사와 함께 조선경쟁국인 중국, 일본, EU 등 해외 기업결합심사라는 더 어려운 난관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남은 절차가 특별한 일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빨라야 내년 1분기나 상반기쯤 돼야 인수가 마무리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갈 길은 먼데 지금은 앞이 잘보이지 않을 정도로 '첩첩산중'이며, 약간의 변수만 생겨도 장기화 할 조짐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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