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승용차가 OK택시와 충돌 후 갓길 쪽에 이탈해 있다. 충돌한 택시는 1,2차로에 걸쳐 멈춰 있는 사고현장을 경찰과 119구조대가 수습하고 있다. 사진=거제저널 독자 제공>

지난 21일 밤 거제시 고현동 국도대체우회도로 계룡산 등산로 부근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는 코나승용차 운전자 A(26·여)씨의 초행길 운전이 빚은 어이없는 참사로 드러났다.

경찰 등에 따르면, 운전면허를 취득한지 4년째인 A씨는 이날 오후 거주지인 경북 포항에서 출발해 거제시 상동동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 그는 초행길에 거가대교를 건너 거제시 고현동에 도착한 후 시내 도로를 거쳐 계룡산 교차로를 따라 상동으로 진행하려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A씨는 계룡산 교차로에서 교각 밑으로 빠져나가 좌회전해야 함에도 초행길로 인해 노면과 표지판의 ‘진입금지’ 안내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곧바로 좌회전 역진입 후 그대로 1.5km를 역주행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A씨가 좌측으로 역진입 했던 국도대체우회도로 계룡산 교차로. 진입금지 노면 표지와 입석 표지판이 있다>

더구나 한밤중에 통행차량이 뜸하다 보니 '네비게이션'에 집중하던  A씨 자신은 물론, 지나가는 차량조차 없어 역주행 사실을 재빨리 알아채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거제저널 사고 기사를 보고 23일 오전 한 독자는 통영에 사는 자신의 지인이 사고 직전 계룡산 교차로를 지나치면서 역진입하는 A씨 차를 발견하고 비상등과 경음기를 몇 번이나 울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제보했다. 하지만 지인의 신원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했다.

충돌사고가 난 지점은 국도대체우회도로 고현3교와 계룡산 등산로 다리를 지나 고현2교 직전 중간지점으로 약간 우로 굽어지는 곳이다. 이 지점까지 A씨는 1차로를 따라 역주행 하다 역시 1차로를 마주 오던 OK택시와 충돌했다.

당시 두 차량은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차량 앞쪽이 고현 시가지 방향으로 함께 어긋나 튕기면서 A씨의 코나 승용차는 갓길 풀섶으로 이탈했다. 숨진 B(51)씨가 몰던 OK택시(소나타)는 반대방향으로 90도 회전한 상태로 서 있었다.

<앞 부분이 크게 부서진 OK택시 모습. 충돌 후 한바퀴를 돌아 주행하던 반대방향으로 서 있다. 사진= 독자 제공>

후속사고도 순식간 이었다. OK택시를 뒤따르던 1톤 포터트럭(일명 탑차)과 개인택시가 사고로 멈춰 있는 OK택시를 발견하고 이를 피하다 측면을 연쇄 충격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경찰은 포터와 개인택시 운전자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를 진행한 후 결정할 방침이다. 이들 두 차량 운전자와 택시 승객 1명도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역주행 사고를 낸 한 A씨는 사고 직후 장기파열 등 복부 및 가슴부위에 중상을 입고 대우병원을 거쳐 현재 거주지인 경북 포항기독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해 있으며, 일단 불구속 상태에서 형사 합의 여부 등을 봐가면서 추후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안타깝게 숨진 OK택시 운전자 B씨는 23일 정상적인 장례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이날 아침 6시30분께 거제시 사등면 지석리 성포양조장 앞에서 발생한 노파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양측이 별다른 이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울승용차는 종합보험에 가입해 있으며, 사고 과실책임이 있는 차량운전자 C(35)씨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 중이다.

<거제소방서 제공>

다만, 평소 지병이 없는 숨진 D(89) 노파가 사고 지점까지 온 이유에 대해서는 행적을 계속 수사 중이다.

경찰은 유족의 말을 빌어 평소 채소 등을 수확해 고현시장 등지에 내다팔러 자주 왕래하고, 이날도 지석마을에 있는 누군가에게 채소 등을 넘기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건너려고 한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경찰은 대우조선 통근버스 사고에 대해서는 사고 버스 블랙박스와 2차로를 주행하던 다른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이 거의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블랙박스 영상에는 옥포 방향의 오르막길 추월 3차로를 달리던 사고 버스는 거제시행정타운 공사현장으로 들어가는 도로 끝지점에 설치된 낙석방지용 펜스를 지탱하는 철제빔을 그대로 충격하는 직전 장면이 찍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버스가 추월 차로인 오르막 3차로를 주행할 때 2차로에는 다른 승용차가 진행 중이었다. 이때 3차로가 끝나기 직전에서 사고 버스는 비상등을 켜고 브레이크를 밟으며 잠시 주춤하다 철제 빔을 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사고 버스가 오르막 3차로가 끝나기 전에 미리 차로를 변경하거나 속도를 줄이는 등 안전운전의무를 제대로 이행해야 함에도 이를 태만히 한 과실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것이다.

<독자 제공>

경찰은 사고 당시 버스가 철제 빔을 강하게 충격해 앞부분이 거의 반토막 날만큼 큰 사고임에도 다행히 더 많은 인명피해가 나지 않은 점에 안도하고 있다.

이날 사고버스는 오전 6시가 조금 넘어 연초에서 출발해 직원 8명만 태우고 옥포로 가던 중이었다. 사고로 인해 직원 8명과 버스 운전자까지 9명 모두가 부상을 입었다.

앞서 승차한 직원들이 앞좌석에 있었다면 엄청난 피해가 났을 정도로 버스 앞 부분이 대파돼 경찰의 참사 우려를 뒷받침 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미흡한 도로교통 안전시설에 대한 지적도 뒤따랐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가 난 거제시행정타운 공사현장 진입로 입구의 낙석방지용 휀스를 지지하는 철제빔에 교통안전시설 보강이 시급하다”면서 현재 설치된 야광드럼통 등 허접한 시설로는 사고방지에 턱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에도 이곳에서 주행하던 오토바이가 철제빔을 충격해 운전자가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있었다”며 “철제빔에 충격 완충시설이나 돌출부를 둥글게 굽어지게 변경하는 등 안전성을 더욱 강화해야 된다”고 거제시에 촉구했다.

<독자 제공>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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