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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 청와대당 vs 검찰당
거제저널 | 승인 2019.12.31 14:32

<권석천 논설위원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기자, 중앙일보 법조팀장, JTBC보도국장 등을 역임했다. 균형잡힌 시각과 예리하고 명쾌한 논평으로 유명한 언론인이다>

두 국가기관의 정치적 공방 속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바로잡을 건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잖소.”  “아니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영화 ‘두 교황’에서 교황직을 중도 사임한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잇는 프란치스코가 나누는 대화입니다.

보수와 개혁을 상징하는 두 사람은 골방에서 부끄러운 과거를 가감 없이 털어놓습니다. 프란치스코가 고백한 뒤 베네딕토 16세가 무릎을 꿇으려고 합니다. “내 고해성사를 부탁하고 싶소.”

고해성사란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생각의 차이를 넘어 서로에게 신(神)의 용서를 구하는 그들을 보면서 모처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올해만큼 많은 친구를 잃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요? 조국 사태를 거치며 페이스북 친구를 끊거나 단체카톡방에서 “정치 문제는 올리지 말자”고 선언한 이도 있었습니다.

현실로 돌아오면 한 치의 양보 없는 대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 대한민국엔 두 개의 정당이 있습니다. 하나는 ‘청와대당(黨)’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당’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존재감도, 효능감도 없습니다. 어제 국회에서 여야가 공수처 법안을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거친 공방을 벌였지만, 청와대와 검찰의 대리전일 뿐입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판단이었는지 알 수 있다.” 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청와대 대변인은 말했습니다. 청와대는 왜 전직 수석의 영장 기각에 가타부타 반응을 내놓은 걸까요. 검찰은 왜 청와대의 반박 브리핑에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는 당사자들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대거리를 했을까요.

청와대와 검찰은 정치적인 주의 주장을 하는 정당이 아닙니다.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국가기관은 국가기관다워야 합니다. 내부적으론 온갖 얘기를 다 해도 밖으로는 국가기관답게 정제된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스스로 사태의 한 주체임을 시인하는 셈 아닌가요. 검찰은 조국 한 사람 잡겠다고 대체 언제까지 추격전을 계속할 건가요. 검사들이 법정에서 재판장을 향해 “편파 재판”이라고 활극을 벌인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어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검찰개혁의 제도화”를 말했을 따름입니다. 청와대든, 검찰이든 문재인 정부 안에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두 기관에 대해 경고하고, 충돌을 정리해야 합니다. 물론 대통령이 언급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울산 선거와 ‘감찰 무마’ 의혹의 무대가 청와대이고, 등장인물들도 대통령 가까이에 있던 이들입니다.

하지만 결국은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문 대통령은 선서했습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책임 물을 일은 묻고, 바로잡을 건 바로잡으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같은 자리에 붙들려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2016년 겨울,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섰습니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진실을 따라야 하는 자리입니다.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진실하리라 기대합니다. 시민들은 인간 문재인의 양심과 선의를 믿고 정부를 맡겼으니까요.

“압니다. 주님은 우리의 실수를 잊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주님은 잊을 수 있지만 저는 잊지 못합니다.” 프란치스코의 양심은 말합니다.

대통령도, 청와대도, 검찰도, 언론도 틀릴 수 있습니다. 틀렸을 때 틀렸다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무오류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내년에도 우린 비슷한 골짜기를 헤매고 있을 겁니다.

2020년은 부디 모두가 자기 책임을 생각하는 한 해가 되길.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새해를 맞이해봅니다.<중앙일보 논설위원. 「권석천의 시시각각」>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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