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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코로나19' 충격파, 지역경제도 일상도 '휘청'...거제시민들 "불안하다"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20.03.04 13:36
<4일 오전 11시 평소에 비해 크게 한산한 거제시 고현동 중심가 모습>

'코로나19' 여파가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앗아갔다. 덩달아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던 거제지역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2015년 부터 지속되고 있는 조선업 장기 불황이 지지난해부터 다소 회복세를 보이며 침체됐던 지역경제가 겨우 기지개를 켜는가 싶었는데 난데없는 '코로나19'가 여지없이 뭉개고 있다.

거제는 지금까지 4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1명이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으나, 물리적인 확진자 숫자보다 더욱 우려되는 건 시민들의 심리적 위축과 불안감이다.

직장이나 길거리에는 이른바 '코로나 현상'이 생겼다. 건강한 사람일 경우 외부에서는 마스크 안해도 된다는 보건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안하면 괜히 '무식한 사람'으로 통한다.

그러다보니 대충 면마스크라도 헐렁하게 걸치고 다니거나, 비상용으로 갖고 다니다 사람 많은 곳에서는 가리는 흉내라도 내는 게 상책이다. 간혹  식당이나 길거리서 재채기를 해도 모두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 볼 정도로 세상이 변해버렸다.

유난스럽기도 하지만, 나무랄수도 없는 노릇이다. 곁자리 내주는 자체가 금기시되다보니 멀쩡한 옆 사람조차 못 믿는 희한한 일상이 5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4일 오전 11시께 찾은 거제시 번화가인 고현동 거리는 평소에 비해 행인이나 통행차량이 많이 준 편이었다. 길옆 가게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어쩔수없이 문은 열었는데 손님이 안온다"고 하소연하고, 점포 곳곳엔 '반값 할인' '임대' 문구가 눈에 속속 들어왔다.

이어 둘러 본 고현중앙시장에도 평소 활기찼던 분위기와 전혀 딴 판이었다. 상인들이나 시장을 보러 나온 시민 모두가 마스크를 쓴채 어두운 표정으로 몇 마디 주고받은 후 서둘러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다.

시장 상인 최 모(67)씨는 "큰일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문을 닫을 판"이라며 "조선 불황 때 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빨리 이 난리가 끝나야 될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디큐브백화점을 비롯해 고현과 장평동의 대형 점포들도 최근들어 평상시보다 매출이 30∼50% 이상 곤두박질했다는 소문은 이미 지역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확진자가 며칠전에 다녀갔거나, 확진자 가족이 거쳐간 것으로 알려진 점포에는 손님이 더 이상 오지 않자 아예 문을 닫은 곳도 몇군데나 된다는 소식이다.  

승강장에 개인택시를 세워둔 채 손님을 기다리던 박 모(63)씨는 마스크에다 눈 부위에는 랩까지 붙이고 있어 좀 우스워 보였다.

그는 "하도 불안해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하고 있지"라면서 "지금 1시간째 이대로 있는데...야 진짜 큰일이다. 이렇게 손님이 없는 건 처음이다. 보세요 이 시간에 길에 사람들이 안 다닌다 아입니까"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또 "이런데도 선거니 어쩌니 말이 많데? 배부르고 제정신이 아닌 인간들"이라며 "좀 직접 길에 나와서 이런 모습을 봐야 한다, 그 인간들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시민들은 거제시와 보건당국이 지역에 퍼져 있는 신천지 관련자(신도 644명, 교육생 127명)들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조차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고현동 김 모(54·여)씨는 "시에서도 드러난 명단밖에 모르잖아요. 솔직히 우리 주변에도 신천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요즘은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철이 아니라 그나마 천만다행"이라며 "만약 여행철에 코로나19가 유행했다면...전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제 구석구석에 흔적을 남기고 다녔을지...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 대형조선소 노동자 박 모(47)씨는 "정부가 지난해 겨우 일어서려던 대우조선을 매각하겠다고 덜컥 발표해놓고 지금 돌아가는 꼴을 봐라. 누가 관심이 있느냐. 너무 무책임하다. 자기네들 할 짓을 다 하면서..."라고 분개했다.

노인들도 '코로나19' 충격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그나마 하루종일 소일하던 각 면·동의 마을 노인정은 모두 문을 닫았다. 다중이 모이는 장소는 가급적 피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무섭게 모든 모임이 중지되는 등 주민들의 일상사도 대부분 정지됐다.

가끔씩 시골 마을을 드나들던 각종 행상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최근들어 외부에서 마을에 들어오는 낯선 차나 사람을 경계하는 듯한 이상한 습속도 생겼다.

공단 주변 마을마다 몇 명씩 남아있던 동남아 노동자들도 어느 날부터 자취를 감추고 보이지를 않는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최근 국내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거의 대부분 자기네 나라로 출국해버렸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도 4·15 총선 정국은 지속되지만, 유·불리를 떠나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는데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한 전직 지역정치인은 "당장 겉으로는 집권여당이 총선에 불리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지난 정권의 무능을 경험한 학습효과가 있어 표심이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 여파가 조기에 끝나지 않고 '마스크 대란'에서 보여주듯 계속 불만이 쌓이게되면 정치적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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