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이 불량 의혹이 제기된 마스크 포장과 KF94 마스크. 오른쪽은 정품 KF94 마스크>

거제시가 관내 65세 이상 노인 및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무상 배부한 마스크 6만장에 대해 불량품 의혹이 제기 돼 전량 회수 조치에 나서면서 체면이 구겨졌다. 

시는 애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 시민들의 불안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 예산으로 마스크 무상 배부를 결정하고 물량 확보에 나섰다.

이에 기획예산담당관실에서 마스크 긴급구매 및 배부계획을 수립하고 예비비를 편성해 지난 6일 조달청 등록업체인 창원시 소재 A사와 시가 5억3600만원 상당의 KF94 마스크 15만 장의 납품에 대한 전자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 8일 65세 이상 노인 등 취약계층 배부용으로 2억1000만원 상당의 1차분 마스크 6만장을 우선 납품받았다.

시는 지난 9일 면·동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상자에 대한 빠른 배부가 지시됐고, 이날 오전부터 65세 이상 고령자, 1~3급 이상 장애인, 보건소 등록 임산부 등 3만여명에게 이·통장들이 1인당 2장씩 직접 배부했다.

그러나 당일 배부된 마스크를 수령한 일부 세대에서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소동이 일어났다. 

이와관련 지역 커뮤니티인 '거사모'에 가품(假品)으로 의심된다는 글을 올린 한 시민은 11일 전화를 걸어와 거제저널 기사에 올려진 마스크와 자신이 직접 거제시에 신고한 마스크는 다른 제품이라고 밝혔다.

취재결과 당시 각 가정에 배부된 마스크는 종류가 여러 개였으며, 기사에 올려진 마스크 역시 조잡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임시 검수 결과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미 배부된 마스크를 전량 회수 조치하는 한편, 담당공무원이 해당 마스크 샘플 60여장을 소지, 세종시에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직접 출장해 제품 감정을 의뢰했다.

가품(假品) 의혹이 제기된 마스크는 검정색 비닐 포장지에다 마스크 자체도 겉으로만 봐도 조악할 정도로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제품이었다. 

보건 및 의료용으로 널리 쓰이는 KF94 정품 마스크는 필터가 3∼4중으로 촘촘하고 조밀하게 구성돼 있으나, 해당 마스크는 제조사 표기가 없는 건 물론, '4중 방역마스크' 라지만 필터라고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반대편이 훤히 비치는 단순한 천조각 1장으로 마감돼 있었다.

특히, 해당 제품은 최근 공급되는 공적 마스크는 물론, 일반 시중에서 판매하는 마스크 보다 훨씬 비싼 1장당 3500원 꼴의 가격으로 시가 납품받아 더욱 논란이다.

결국 거제시가 구매한 조달물품이 도착했으면 담당 부서에서 정품 여부를 면밀히 검수해야 함에도 배부에만 급급해 포장조차 뜯어보지 않는 등 직무를 게을리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다행히 이번 계약은 조달청 등록업체와의 전자계약에 따라 계약보증서만 징구하고 선금은 지급하지 않아 별다른 금전적 손실없이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시는 3일 정도 소요되는 식약청의 마스크 제품검사 결과를 토대로 고문변호사의 법률자문을 통해 A사를 지방계약법에 따라 행정조치 하는 한편, 거제경찰서에 고발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변광용 시장은 “코로나19 지역 확산으로 시민들의 불안함이 큰 시기에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 함량미달 제품이 배부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빠른 시일내 품질 기준에 적합한 제품을 확보해 재보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거제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정식 수사의뢰나 고발장이 접수되지 않았다"면서 "만약 제품이 가짜로 확인 돼 수사의뢰나 고발이 들어오면 ‘코로나19’ 관련 범죄 척결 차원에서 즉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마스크 생산업체가 KF94 마스크의 품질기준 등을 정한 식약청의 정식 허가를 거치지 않고 불량품을 유통시켰다면 '사기미수'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불량 마스크는 거제시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대량 납품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경찰의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거제시는 앞서 지난 5일부터 관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1500장을 시작으로 사회복지시설 등 종사자에게 5만5414장의 마스크를 배부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해당 제품도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정품 여부 등에 대한 거제시의 추가적인 자체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수정 : 3.11. 12:30>

<불량품 의혹 제기된 KF94 마스크와 포장지. 육안으로 봐도 아주 조악하다>

<왼쪽이 불량 의혹이 제기된 KF94 마스크, 오른쪽은 정품 KF94마스크>

<불량품 의혹 제기 KF94마스크는 '4중방역마스크'로 표기돼 있지만 필터라고 볼수 없을 정도로 달랑 1장뿐이다. 육안으로 봐도 반대편이 훤히 비칠 정도로 품질이 떨어지고 조악하다>

<정품 KF94마스크는 필터가 4겹일 정도로 촘촘하고 조밀하게 구성돼 있다>

<불량 의혹이 제기된 마스크 포장지 뒷면. 제조사도 명시돼 있지 않고 겉면에 흰색 마스크나 내용물은 검정색 마스크였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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