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고등학교 외부 캐노피가 강풍에 파손됐다. 사진= 거제신문 제휴>

제9호 태풍 ‘마이삭’이 거제를 할퀴고 지나가면서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물론 우려할만한 큰 피해가 없어 시민들과 행정당국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현재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마이삭'은 처음부터 경로 유동성이 높은 특이한 태풍이었다. 최초 상륙 지점은 거제시 남단 쪽으로 역대 최악 태풍으로 꼽힌 2003년 매미 보다 동쪽으로 다소 치우쳤고,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위치는 강원도 쪽으로 2002년 찾아왔던 태풍 루사와 비슷했다.

이 때문에 한·미·일 3국의 태풍 관련기관들이 경로를 두고 각기 판이하게 엇갈린 분석을 내놔 더욱 관심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기상청이 정확히 맞췄으며, 미국과 일본은  예측이 크게 빗나가면서 체면을 구겼다. 평소 우리 기상청을 믿지 못해 미·일의 기상예보를 선호하는 일명 '기상망명족'들도 다소 머쓱해졌다.

태풍 마이삭이 거제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3일 오전 1시40분께 였다. 하지만 이때쯤 태풍이 지나간 걸로 착각이 들 정도로 오전 1시가 넘어서면서 강풍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바로 태풍의 중심에 들었기 때문이다.

마이삭이 접근해 오던 2일 저녁 9시께 부터 거제지역은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사등면 가조도는 수백가구가 정전되고 시내 상가 간판과 현수막 등이 파손되는 사고가 속출했다.

이어 방송을 통해 사등면 청곡리 들막마을 10여 가구와 장승포항에는 백중사리와 겹친 탓에 바닷물이 넘치면서 도로까지 침수 피해를 입었으며, 덕포해수욕장 보도블럭 일부가 파손되고 옥포동에서는 신호등이 휘고 가로수가 뽑혀 쓰러진 모습이 뉴스 화면을 탔다.

강풍 피해가 잇따르자, 거가대교는 이날 오후 7시30분부터 통제에 들어갔고 태풍이 근접하던 밤 11시30분 부터는 급기야 거제와 통영을 잇는 신거제대교와 구 거제대교를 모조리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마이삭이 거제에 도착하기 직전 거제시 일운면 서이말 등대 부근에는 초속 38.7m 강풍이 휘몰아치면서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하지만 비는 예상외로 적게 내렸다. 기상청 강수측정장비가 설치된 지역 5곳의 이틀간 누적강수량을 보면, 장평동 163㎜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어 장목면 장목리 112.5㎜, 남부면 저구리 91㎜가 내렸다. 이에 반해 능포동 양지암은 30㎜, 일운면 서이말은 34㎜에 불과할 정도로 지역별 강수 편차가 컸다. 다만, 비가 적게 내린 곳은 바람이 매우 강했다.

거제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된 안전총괄과 재난상황실에 3일 오전 9시 현재 접수된 피해 현황은 50여건에 이른다.

육상 피해로는 교통시설물 및 신호기, 표지판 파손 17개, 옥외광고물 파손 4건, 기타 주택지붕, 담장 및 유리 파손 18건 등이다. 또 옥포동 진목초교 부근 도로가 쓰러진 가건물에 막혔으나 주민센터에서 긴급복구로 통행이 재개됐고, 집중호우로 일부 저지대 가옥이 침수 위기에 처했으나 소방당국의 기민한 대처로 긴급 배수를 실시해 안도하기도 했다. 

해안지역의 경우 당초 오후 9시19분인 거제지역 백중사리 시각에 맞춰 태풍이 때리면 상당한 침수피해까지 우려됐으나 태풍 도착시간과 다소 어긋나면서 그나마 피해가 줄었다.

해상 피해는 거제면 내간리 등지의 소형어선 반파 10척, 남부면 저구리 육상양식장 전파 1동, 일부 파손 3동에 그쳤으며, 선착장 등 항만 피해는 동부면 수산항 물량장 등 안전휀스 및 보도블럭 파손, 인명구조함 유실 등 1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시 대책본부는 각 일선 주민센터를 통해 피해상황을 추가로 파악중에 있어 피해 규모는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게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겨진다.

반면 거제와 인접한 부산은 3일 새벽 1시30분께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여성이 창문 파손을 막으려고 테이프를 붙이던 중 유리창이 깨지면서 팔을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출혈이 심해 숨지는 등 15명의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났다.

태풍이 곳곳을 훑고 지나가면서 자연 쓰레기는 물론, 각종 육상 쓰레기까지 낙동강을 따라 바다로 유입된 후 해류를 따라 거제 연안으로 밀려들고 있어꽤 골칫거리다. 이를 제대로 치우려면 상당한 처리비용과 함께 시간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거제시는 보고 있다.

결코 적지않은 상처를 남긴 ‘마이삭’의 내습에도 큰 피해가 없었던 건 다행히 거제가 태풍의 중심에 든데다, 태풍 경로에 대해 시민들이 많은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며 미리 대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태풍의 영향권에 들기 시작한 2일 늦은 오후에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일찍 귀가를 서둘러 시내에는 평소에 비해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농어민들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농작물 쓰러짐 방지조치 등은 물론, 선박 안전피양과 양식장 및 어장 피해 최소화를 위해 나름대로 대비를 철저히 했다.

이와 함께 거제시도 며칠전부터 관내 전 마을에 태풍 예고 방송을 수시로 하면서 사전 대비를 독려하고, 각 시설 및 안전 관련부서장들이 관내 730여 개소의 재해위험지역에 대한 사전점검에 나섰다.

태풍이 접근하면서 변광용 시장을 비롯한 허동식 부시장과 김태수 안전도시국장 등 관계자들은 2일 오후 8시께 재난상황실에 도착했다. 이어 실시간 관내 상황을 주시하면서서 피해가 발생하면 즉각 조치할수 있는 즉응태세를 갖추도록 재해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이들은 태풍이 완전히 물러가고 큰 피해가 없는 상황을 확인한 후 3일 새벽 3시께 퇴청했다.

밤새 재난상황실을 직원들과 함께 지킨 조미래 시 안전총괄과장은 "시민들의 마음도 마찬가지겠지만, 무엇보다 인명 피해가 없다는 게 너무 다행스럽다”면서 “앞으로도 평상시 재해대책은 물론, 다음주 초 북상하는 제10호 태풍 '하이선'에 대한 대비도 긴장의 끈을 놓지않고 더욱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태풍 내습시는 물론, 과거 장마시에도 상습 침수를 겪어오던 고현항 저지대 침수 문제는 근본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의 침수피해 처리 문제는 고현항 재개발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이후에도 시의회 차원에서 일부 의원들과 지역언론에서도 근본적인 피해 대책을 강구토록 수차례 지적해 왔다.

2018년 7월 태풍 '쁘라피룬' 내습으로 취임식을 취소한 변광용 시장은 가장 먼저 고현항 배수펌프장을 방문해 조속한 배수시설 완공을 시공사에 독려해 지난 해 준공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1년이 지난 현재 고현항 배수펌프장은 대형펌프 6대를 완전 가동할수 있는 시설을 완비했다. 이번 '마이삭' 내습때도 고현·장평지역에는 163㎜의 비가 내렸으나 대형펌프 2대 정도 가동으로 빗물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수정 9. 4>

<동부면 한 도로에 동백나무가 강풍에 뿌리가 뽑힌채 쓰러졌다. 사진=거제신문 제휴>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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