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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마스크여, 마스크여이승열 전 거제교육장
거제저널 | 승인 2020.09.08 13:25

'방독면 벗어'라는 지시에 이어 '군가 시작'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방독면을 벗고 첫 호흡으로 마신 최루가스의 캡사이신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필자가 겪었던 화생방 교육의 기억이다.

제대를 앞둔 군기 빠진 병장이었던 터라 유독 더 독하게 와 닿았을 수는 있다. 그때, ‘방독면이 없으면 이 가스체험실에서는 살기 힘들겠다’라고 느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를 찾아 쓰며 비슷한 불길함을 느낀다.

지인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 거제도의 조선소에서 사용하는 안전 용품들의 소비량은 상상을 초월했다. 산업용 코팅 장갑이나 보안경, 안전화, 용접 앞가리게 뿐만 아니라 방진마스크도 그랬다.

평소 학교나 가정의 소비 규모만 접하던 나는 그 말을 듣고 산업 현장의 스케일에 놀라 경애감 마저 들 정도였다.

초임 발령을 받은 이후 줄곧 거제도의 학교에서만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필자는 배를 만드는 도시의 노동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늙었다.

그런데도 세계적인 조선소의 위상은 야광 테이프가 등에 붙은 작업복과 새벽의 출근 오토바이 물결, 퇴근길의 교통 체증 정도의 자잘한 인상이 대부분이었다.

지인의 말을 들은 이후, 비로소 그런 작은 부분이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판이니 조선소의 구조나 환경을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는 아주 생경한 세계일 것이다.

용접복이나 용접 장갑은 거칠고 투박하나 위험한 작업 현장에서는 필수 안전 용품이다. 특히 도장 작업에서 배출되는 분진을 막는 마스크는 고성능이어야 한다. 그 마스크는 군대에서 사용하는 방독면과 흡사하다.

여과 필터가 붙어 있고 얼굴에 단단히 고정하기 위해서 탄력성이 높은 고무 밴드도 붙어 있다.

나는 이 글에서 조선소의 안전용품의 안정성에 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코로나 19사태 이후 의무 착용이 된 마스크에 대한 평소의 무지함을 고백하려고 한다.

위의 방진 마스크는 외부의 유해물질이나 위험한 병균,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쓴다. 안 써서 피해가 생기면 그 피해는 모두 본인에게 돌아갈 뿐이다.

요즘 학교에서 강조하고 있는 초미세먼지 방지 메뉴얼에도 마스크가 등장하는데 그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또한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모든 마스크는 방진마스크나 미세먼지 마스크처럼 자신의 건강을 위해 착용하는 것으로 알고 지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마스크는 애초 나로부터 남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결코, 이기적인 도구가 아니라 이타적인 의료보조기구였다. 요즘처럼 팬데믹 상황에서는 누구나 경로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감염이 될 수 있을 것인데, 무심코 뱉는 자신의 비말로부터 남을 보호하기 위해서 불편함을 무릅쓰고 마스크를 쓴다는 사실은 마땅한 공익적 태도임을 잘 모르고 살았다.

가족 외의 다른 생명체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동물은 사람이 유일하다.

동물들의 새끼 사랑은 때로는 사람보다 뛰어나서 무책임한 부모나 어른을 일컬어 ‘동물보다 못한 존재’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사실 동물은 자신의 새끼에게만 희생하고 사랑을 베풀 뿐이다.

그렇다면 공공재인 방역은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배려이고 사랑이고 때로는 숭고한 희생일 것이다. 덥고 습한 날에 마스크를 쓰는 불편과 일상생활을 하는 고통은 적지 않을 것인데 기껏히 마스크를 끼는 이웃을 보는 일은 즐겁고 행복하다.

외부의 위협요소는 차단하고 자신의 비말은 배출하는 밸브형 마스크를 이기적이라고 지탄하는 정서적 바탕은 공동체를 지키려는 숭고한 소망 때문이다.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으로 인한 환경 파괴는 결국 자연 재앙과 감염병의 창궐을 가져오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마스크를 상용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는 사회를 맞게 될는지 모른다.

그 미래세계의 생존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지는 잘 모르지만, 하여튼 연대하고 협업하지 않으면 사람은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은 변하지 않을 것인데 이때, 정말 필요한 지혜는 바로 마스크에 있다.

나로부터 남을 보호할 때 비로소 나도 안전할 수 있다는 지혜를 잊지 말자.

나아가 자연환경의 보존을 위해 나의 욕심을 줄이고 불편함은 참아야 비로소 내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함께.

나는 오늘도 집을 나서며 배려라는 덕목을 사무치게 가르치는 마스크를 챙긴다.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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