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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효] 패각(貝殼)에 생명을 불어넣다목피화(木皮畵) 이어 패각(貝殼) 공예 심취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21.01.27 14:31

대형 조선소에서 37년간 근무하고 지난해말 퇴직한 정동효(61)씨, 그는 작년 10월 거제저널 [이 사람]을 통해 60을 넘기면서 아쉽고 허전한 그 무엇을 채우기 위해 목피화(木皮畵)에 우연찮게 빠져든 과정이 소개됐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공부하는 그는 요즘, 바닷가 아무데나 굴러다니는 굴 껍데기 패각(貝殼)에 생명을 불어넣어 보기드문 작품을 만드는 데 몰두해 있다.

두 달 전쯤, 코로나19로 인해 모임도 못하고 답답하던 차에 바람이나 쐴 겸 거제대교 인근 한 바닷가를 찾았다. 그때 발견한 게 거제에서 흔히 ‘홍굴’이라 불리는 패각류(貝殼類)였다. 굴 종류인데 자그마한 게 올망졸망 한덩어리로 붙어 있는 게 신기했다.

마침 그곳에서 만난 한 마을 어르신이 "옛날에는 거제 해변가 여기저기 홍굴이 많았지. 언제부턴가 자취를 감췄다가 우리 동네에서만 3∼4년 전부터 다시 나타났다"고 귀뜸했다.

이곳의 홍굴은 원래 꽤 깊은 바닷속에서 자란다고 했다. 그런데 거제대교 주변 마을 어민들이 해마다 견내량 해역에 자생하는 돌미역을 채취하기 위해 길이 8m 가량의 트릿대로 바위틈을 헤집을 때마다 많이 떨어져 나와 파도에 밀려 해변으로 온다는 얘기까지 덤으로 해줬다.

문득 그는 이 걸로 뭘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몇 개를 주워와서 나름대로 연구에 들어갔다. 투명 유리잔에 홍굴을 넣고 바닥에 보조 재료를 깔았더니 그럴싸했다.

더구나 홍굴을 넣은 유리잔에 건전지와 휴대폰 충전기, 발광 다이오드를 이용해 빛을 내게 만들었더니 제법 근사한 작품이 나왔다.

발품도 꽤 팔았다. 본격 작품을 만들기 위해 홍굴을 많이 주워 모아야 하는데 물때를 잘 맞춰야 했다.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일곱물에서 아홉물 시기를 맞춰야 괜찮은 홍굴을 주울 수 있으므로 기다림이 필요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홍굴을 작품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고르고 다듬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홍굴 덩어리를 솥에 삶아 일일이 알맹이를 꺼내고 락스로 안팍을 깨끗이 씻은 다음 표백 처리해야 냄새도 없어지고 썩지 않게 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야 제대로 된 재료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간과 인내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몇차례 시도 끝에 어렵사리 만든 몇 개 작품을 모아 지인들에게 선보였더니 "바닷가에 지천으로 늘린 보잘 것 없는 굴 껍데기에 생명을 불어넣으니 이토록 아름다운 작품이 됐다"며 찬사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더러는 패각 작품이 너무 신기하다며 TV프로에 제보하겠다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다. 혼자만의 순수한 취미로 생각해왔을 뿐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내키지 않았기 때문.

다만, 꼭 필요로 한다면 언젠가 지역의 여성, 장애인 봉사단체 일원으로 참여해 앞서 선보인 목피화(木皮畵)와 이번 패각 작품 제작과정을 재능 기부하고 싶은 바람은 갖고 있다. 

동효씨는 "사실,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경이롭고 대단한 작품"이라며 "뭐든 그냥 지나치지 말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하고 눈에 띄는 하잖은 물건이라도 간단한 아이디어만 갖다 입히면 새로운 생명을 지닌 예술작품이 될수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코로나19로 모든 게 멈춰버린 것 같은 이때, 평범에서 비범을 찾아내는 그의 쉼없는 탐구자세가 다음 작품을 기다려지게 한다.

<패각 작품 재료>
<제작 중인 패각공예품>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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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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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봉아빠 2021-01-29 18:31:05

    슬기로운 탐구생활에 경이로운 작품...대박 ^^
    편안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자세가 귀감이 되네요.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쉬엄쉬엄 작품활동하세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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