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도 호스피스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고, 임종(deathbed)을 앞둔 환자나 그 가족들이 호스피스 완화치료를 청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부턴 잘 먹고 잘 사는 ‘웰빙(Well-being)만이 추구할 게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밝고 아름답게 여생을 마무리하는 ‘웰다잉(Well-dying)’까지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호스피스(hospice)라는 말은 라틴어의 ‘Hospes’ ‘hospitium’에서 유래됐으며, 주인(host)과 손님(guest)을 뜻하고 이는 따뜻하게 손님을 맞이하고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돌보며 환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대에는 ‘Hospital(주인)’ ‘Hostel(치료하는 병원)’이란 단어와 혼용되어 오다가 중세기부터는 성지(holyground)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 가는 사람들이 하룻밤 편히 쉬어가도록 한 데서 기인된 용어이다.

호스피스는 임종이 가까운 환자들의 신체적 통증 완화치료와 더불어 ‘육체적 치료와 영적치료’를 통해 정서적·정신적으로 도와줌으로써 죽음의 공포를 이기도록 하여 선종(善終, dying)을 맞도록 돕는 활동을 말한다.

호스피스제도는 특히 암환자와 그 가족들로 하여금 죽음의 공포를 떨치게 하고 여생을 편히 정리하도록 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끝까지 지켜주는 마지막 배려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 3월, 강원도 강릉에서 마리아의 작은 수녀회 수녀들에 의해 갈바리의원이 세워져 임종자들을 돌보기 시작했으며, 그 후 서울 강남성모병원 등 많은 가톨릭계 병원에서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죽음은 삶의 자연적인 일부분이라고 믿고 호스피스는 임종까지 각각 개인의 질적인 삶을 강조한다. 호스피스 프로그램은 죽음을 직면하는 동안이나 생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신체적·정서적 영역, 사회적 스트레스로 오는 증상을 완화시켜 주면서 환자를 지지하는 것이지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에게 일어나는 과정을 가족이 극복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안위를 도모하는 것으로 전인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성서(bible)를 살펴보면 골고다언덕(해골터)에서 예수(Jesus; B.C. 4경-A.D. 31)와 함께하는 성모 마리아(Maria; B.C. 18~A.D. 41)는 그리스도의 못을 빼주거나 면류관을 벗겨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그 자체가 현존의 의미, 사랑의 의미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가 골고다 언덕으로 십자가를 지고 오를 때 멸시와 수난(passion)을 받으며 예수의 얼굴을 닦아주거나 십자가를 끌어준 이가 있듯이, 호스피스 봉사자는 바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환자의 얼굴을 닦아주고 환자와 같이 지내면서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호스피스 의료서비스를 받는 말기 암환자는 해마다 암으로 숨지는 6만5천여 명의 5%인 3천 여명에 불과해 대부분 고통 속에서 최후를 맞고 있다. 호스피스 서비스가 대부분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되는데다 전용 시설과 병동이 전국 130여개로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부터 완화의료 건강보험 수가 즉 일당 정액제 수가 체계를 적용 시행하고 있고, 2017년부터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약칭: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어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여주고는 있다.

그러나 호스피스 서비스에 들어가는 의료비가 건강보험 급여에 반영되어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호스피스 환자 가족들의 경제적·재정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제도화는 아직 갈 길이 먼 형편이다. 유럽, 미국은 물론 대만에서도 원하는 사람 대부분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임종을 눈앞에 둔 말기 암환자들이 여생을 어떻게 보내도록 할 것인지 그 마지막 삶의 질에 대해서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본다. 호스피스를 정착시키기 위해 의료인 중심 사고방식에서 환자와 가족 중심 사고방식으로의 인식전환과 함께 국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호스피스는 죽음도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환자의 고통완화를 돕는 숭고한 활동이다. 이렇듯, 환자의 공포감과 외로움 등을 극복시켜 주고 최후의 순간까지 인간다운 삶을 품위 있고 자연스럽게 마무리하도록 총체적인 돌봄(holistic care)을 행하는 호스피스 봉사자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마음이다.

거제저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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