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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後] '채움과 비움의 이치' 깨달아야-거제시희망복지재단 이사장·관광개발공사 상임이사 선임 과정 취재..그 뒷얘기를 중심으로-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21.08.27 17:06

요 며칠사이 난데없는 가을장마가 기승을 부립니다. 추석을 앞두고 한창 나락과 과실이 여물 시기인데... 반갑지도 않은 비로 농사가 걱정입니다. 

예로부터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고 모기의 성화도 자연스레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거제에서는 '처서가 지나면 덤불 밑이 훤해진다'는 말도 있습니다. 무성하던 풀잎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벌초할 때가 다가왔다는 의미입니다.

한달이 넘도록 괴롭히던 폭염을 쫓아버린 비는 그저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같은 비라도 요즘처럼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는 반갑기는커녕, 별스럽고 짜증납니다.

앞서 지난 7월에 이어 오늘까지 거제시 전액 출연기관인 거제희망복지재단(이하 재단)과 거제관광개발공사(이하 공사)에서 이사장과 상임이사(관광개발본부장 겸)를 새로 뽑았습니다. 두 기관의 인선 절차는 모두 마무리 됐지만, 그 뒷맛은 요새 날씨처럼 찝찝합니다.

재단은 조직 개편을 통한 이사장의 상근·유급화 논란으로 꽤나 홍역을 치렀습니다. 별안간 사무국장 직제를 없애고 2개팀으로 개편하면서 이사장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복안이었습니다.

현실을 거꾸로 가는 듯한 이 방안은 의회와 언론으로부터 집중 난타 당했습니다. 그것도 이사장이 한번 더 자리에 욕심을 낸다는 소문이 돌면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새 이사장이 선임됐지만, 아직도 상근·유급화 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공공기관 임원을 지낸 전임 이사장은 호되게 당하고도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이번엔 이사로 또 나섰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논란은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모양새로 남아있습니다.

재단이 비슷한 논란에 휩싸일때마다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합니다. 왜 만들었을까? 의문은 마치 주홍글씨처럼 재단을 늘 따라 다닙니다. 과거 위·수탁 논란으로 크게 시끄러울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후 불거진 종합복지관에 대한 감사와 징계, 소송에 또 맞소송, 비난과 원망 등으로 점철된 지난 날까지. 재단은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로 시정에 적잖은 걸림돌이었습니다. 그 상처는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채 새로운 갈등과 분열을 안고 고스란히 곳곳에 살아 꿈틀거리는 듯 합니다.

공사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상임이사 공모 전부터 특정인이 유력하다는 '설'이 한 인터넷 신문을 중심으로 퍼졌습니다. 그 특정인은 잘 알려진대로 지역에 있는 대형조선소 임원 출신입니다. 그는 현 시정 초반기부터 몇몇 직함을 갖고 시청 주변에 부쩍 자주 모습을 드러내 왔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 상임이사 공모에서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 2차 면접대상자 4명 가운데 한명이 되면서 기염을 토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최종 2명의 추천후보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유별난 그 신문의 '설'은 그냥 '설'로서 끝난 셈입니다.

우연인지 몰라도, 현 상임이사도 다 아는 또 다른 대형조선소 임원 출신입니다. 그는 2018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 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현직 시장을 지지한 후 출마를 접었습니다. 이후 공개 채용 형식으로 상임이사에 선임 돼 3년을 잘 지냈습니다.

공사법에 따르면 그의 임기는 오는 9월15일에 끝납니다. 그러나 임기를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는데도, 새 상임이사를 뽑은 걸 보면 대충 짐작이 갑니다. 거부당했거나 삐졌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공사는 시설관리공단에서 2012년 확대 출범한 이후 첫해를 빼고는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거제시로선 200명에 달하는 대식구를 거느린 그야말로 계륵같은 존재입니다. 오죽하면 현 시장도 취임 초기엔 몇년간 경영상태를 살펴본 후 존폐 문제를 논의하겠다 해놓고..현재로선 별 묘책이 없는 모양입니다.

종사자들에게는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항간에는 두 기관의 반복되는 논란이 불거질때마다 이를 빗대 '거제시 역사에 절대 태어나서는 안되는 기관'이란 우스갯 소리도 들립니다.

이처럼 거제시로선 마뜩잖은 두 기관에서 매번 임원 인선때나 내부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사실상 능력 검증은 뒷전인 채 공모라는 형식을 빌어 오로지 내 편을 사장과 상임이사에 차례로 앉혔기 때문입니다.

일류 대학을 나와 대기업이나 공기업 임원 출신이라는 화려한 스펙이 경영 성공의 보증수표라도 됩니까. 거제의 특성이나 사투리 한마디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외지 인사가 어떻게 거제시와 소통하고 조직을 제대로 추스릴 수 있겠습니까. 결과는 모두 허장성세(虛張成勢)로 끝났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운 대목은 당사자들의 처신입니다. 앞서 언급한 이들은 한결같이 이름있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임원 출신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그들은 모두 이순(耳順 60세: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는 나이)을 훌쩍 넘겼습니다. 말하자면 세상사를 깨닫고도 남을 나이라는 겁니다. 또 뭐가 더 부족하고 아쉽습니까?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그에 걸맞는 행동과 처신이 필요한 게 우리네 인생삽니다. 찬란한 봄이 가면 무성한 여름이 오고, 풍성하게 채운 가을이 저물면 모든 걸 비워야 하는 겨울이 반복되는 게 '채움과 비움'의 자연적인 순리입니다.

여름날 시원하게 매미를 울리던 초록빛 이파리들이 이젠 곧 바뀔 계절의 문턱에서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합니다. 우리의 젊음도, 아무리 매혹적인 꽃도 세월을 이기지 못합니다. 가을이 왔는데도 여름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면 웬지 거북해 보입니다.

필자는 그들과 평소 알고 지내는 고향이나 사회 선후배지간입니다. 그들의 탐욕을 무턱대고 나무라거나, 사소한 감정을 가진 적은 결코 없습니다. 다만, 이제라도 '비워야 될 이치'를 스스로 깨닫고 남은 삶을 건강하고 여유롭게, 또 후배들에게는 떳떳한 선배로 기억되길 바랄 뿐입니다.

굳이 덧붙이자면, 요즘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너도나도 앞다투어 출마를 선언하거나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출세를 하고 싶고, 될수 있으면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합니다. 따라서 출마는 개인의 자유이니 함부로 탓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능력이나 덕망을 두루 갖추지 못했는데도 제 분수에 맞지 않게 시장이나 의원하겠다고 나댄다면 여간 큰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과거 선거를 통해 자신이 서야 할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늘 선거판을 기웃거리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수 많은 정치 낭인들을 경험했습니다. 

제발!!! 스스로 바른 몸가짐과 청렴한 마음으로 청탁(請託)을 물리칠 목민관(牧民官)의 각오가 돼 있지 않다면,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보고 부질없는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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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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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선봉 2021-08-31 15:28:16

    조선소 공기업임원 출신
    그동안 명예와 부를 다 누린사람들 또 뭘 더할려고 그렇게 욕심을부리는가
    과욕 부리지 말고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건강하고
    즐거운 은퇴이후 삶 누리기
    바랍니다.
    지역엔 교육자 출신 등 유능한 많은 인물이 고향을
    지키고 있습니다.   삭제

    • 독자 2021-08-31 11:49:13

      잘 읽고 갑니다. 다른 지역 신문과 수준이 다릅니다. 기사를 쓴 기자의 성품이 엿보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기대합니다. 거제저널 화이팅!   삭제

      • 독봉산 나그네 2021-08-29 11:40:57

        지역신문에서 보기드문 좋은 글입니다. 누구라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네요. 감정에 치우치거나 크게 드러내지 않고 담담하게.. 하고싶은 말에 깊은 울림을 느끼고 공감합니다. 건필하십시요.   삭제

        • 환경거제 2021-08-28 11:48:41

          가을하늘은 맑음 그 자체...
          채움과 비움의 뜻과 내용은 너무나 맑고 선명한 가을하는 같은 글이네요..

          일부 흙탕물식 "설"만 내던지는 언론과는 다르다는 것이 명백히 느껴지네요.   삭제

          • 나도 한마디 2021-08-28 11:34:02

            채움과 비움의 이치! 정말 많은 뜻이 서린 말이네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런 이치를 깨닫고 지킨다면 훌륭한 삶이 되겠죠? 의미있는 글 잘읽었습니다.   삭제

            • 애독자 2021-08-27 17:46:01

              캬 명문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즐건 주말되시길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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