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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공직 출신 원준희·신삼남씨, 한반도문학 시 부문 신인상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21.12.08 14:30
<왼쪽부터 원준희, 신삼남씨>

오랜 기간 공직에 봉사했던 퇴직공무원들이 평범한 일상에 안주하지 않고 시작(詩作)에 정진해 속속 시인으로 등단, 후배 공무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2019년 거제경찰서 경무과장(경정)을 지내고 정년퇴직한 원준희(62)씨와 2020년 1월 거제시 주민생활국장(지방서기관)을 퇴직한 신삼남(62)씨.

친구지간인 둘은 최근 중앙문예지 '한반도문학' 시 부문 신인상에 나란히 당선됐다. 원준희 씨의 「고추밭에서」 「철새는 날아가고」, 신삼남 씨는 「엉겅퀴꽃」과 「나의 길」 등 각 두 편의 시가 제10집(겨울호 : 아시아예술출판사 刊)에 실렸다.

심사를 맡았던 성기조(교원대) 신상성(용인대) 권태주(장학관) 위원은 이들의 시에 대해 "오랜 삶의 뒤꼍에 혼자 통곡할 수밖에 없는 고난과 고뇌 속에서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어떤 존재론적 철학의 논의를 통해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뒷모습을 발견해 냈다"고 평했다.

원준희 씨는 거제경찰서 재직 시절에도 '거제 K4악단'에서 색소폰 연주자로 각종 공연에 빠짐없이 초청될 정도로 다재다능한 끼를 지녀 지역에는 웬만큼 알려진 인물. 원 씨는 퇴직 후에도 거제시 재향경우회장과 거붕백병원 상임고문을 맡아 제2의 인생을 보람있게 이어가고 있다, 또 신삼남씨와 함께 청마기념사업회(회장 양재성) 이사와 거제시문학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들보다 앞서, 2019년엔 거제시 문화공보과장을 지낸 손삼석(64)씨, 2020년엔 거제시 자원순환과장을 마치고 퇴직한 원철승(61)씨도 '한반도문학'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해 먼저 등단했다.

원준희 시인은 "당선 소식에 한동안 먼 산만 바라보았다. 지금껏 35년간 경찰공무원으로 살았지만, 문학에의 길은 전혀 낯선 영역이라 마냥 조심스럽다"면서 "눈 덮인 설원을 걷는 새벽길의 나그네처럼 깊은 사유의 발자국을 또박또박 남길 수 있도록 열심히 정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삼남 시인도 "오래전 저명 시인의 시를 보고 생소한 단어와 현란한 비유로 점철된 문장은 난수표처럼 어려웠고 그 핑계로 시를 외면해 왔다"며 "그러나 나태주 시인께서 '좋은 시란 짧고 단순해야 한다. 누구나 읽어도 알 수 있는 쉬운 언어로 꼭 필요한 말을 쓰는 것'이라는 말에서 비로소 시에 대한 퍼즐이 풀렸다"고 담담하게 소회를 적었다.

이들을 '시인의 길'로 인도한 이는 역시 친구인 양재성 시인(62). 양 시인은 거제시 고현동에서 오랫동안 법무사(법학박사)로 활동하면서 거제문협지부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거제시문학회장과 청마기념사업회장, 한반도문학 경남지부장을 맡아 향토 문학 발전에 헌신하고 있다.

<고추밭에서 / 원준희>

<한반도문학 제10집 표지와 양재성 시인>

어머니의 쌈지처럼

여름내 키워온 금화 주머니인가
땡볕과 비바람과 폭풍우 속에서
모난 계절도 견뎌야 하기에
맵고 독하게 마음먹었더니
맺힌 이슬도 검푸르게 물들고
길고 짧고 원초적 카리스마 오르네
늦여름 고추잠자리 가을 몰고 오면
검푸른 매움도 살며시 내려놓고
양지바른 장독대 곁 당찬 칼끝 존재감
달콤하게 익어가는 붉은 태양초라네

<엉겅퀴꽃 / 신삼남>

산책로 뚝길에 숨은 듯 몰래 핀 엉겅퀴꽃
거친 털로 휘감은 줄기와 가시 삐친 이파리
독을 품은 검보라색 꽃봉오리도
등산객의 눈길조차 외면 받아왔던가
어느날 폭풍우에 쓸려 사라졌는지
구름이 꾀어서 데려 갔는지
그 자리 홀연히 네가 없어지고 나서야
새색시 박하분 솔처럼 꽃봉오리 내밀었네
비로소 네가 진정 고귀한 보랏빛 엉겅퀴꽃
우리마을 얼굴 꽃임을 이제 깨달았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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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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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2021-12-09 09:47:04

    축하드려요. 퇴직후에도 보람된 삶을 위해 노력하는 두 분의 앞날에 건강과 행복이 시처럼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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