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거제시 공무원 뇌물 사건에 연루돼 법정에 섰던 40대 전기공사업체 대표가 당시 재판을 받았던 법원 옥상에서 투신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통영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1시14분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옥상에서 A(47·남) 씨가 추락했다. 통영지원 청사는 3층 건물로 지상에서 옥상까지는 약 10m 정도 높이다.

피를 흘린 채 청사 정문 앞에 쓰러져 있던 A 씨는 때마침 법원을 찾은 민원인과 공익요원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법원 주변 CCTV에는 낮 12시50분께 법원 정문을 통과하는 A 씨가 찍혔다. 이후 투신 직전까지 20분 넘게 별다른 용무 없이 청사 내에 머물렀던 걸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A 씨와 관련된 재판은 없었다. 그렇다고 볼 일이 있어서 온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 들어온 뒤 누구를 만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A 씨는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극단적 선택의 이유를 찾던 경찰은 A 씨가 2018년 통영지원에서 형사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거제지역 전기공사업체 대표였던 A 씨는 2018년 거제시가 발주하는 관급공사 수주 편의 대가로 전·현직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당시 겨우 실형을 면하고 집행유예를 받아 석방된 후 재기를 노렸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등으로 다시 송사에 휘말렸다. 결국, 앞선 뇌물 사건을 포함하면 A 씨는 총 7건의 민·형사 소송을 치러야 했다.

이로 인해 최근엔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몸과 마음이 쇠약하고 매우 지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져 주변에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난데없는 투신 사고에 통영지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다만, 재판부와의 인과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통영지원 관계자는 "민사소송은 A 씨가 대부분 승소했다. 형사사건에 대해서도 판결에 큰 불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하필 법원에 와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동기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유족 등을 상대로 전후 사정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당시 사건은 2018년 1월8일 오전 검찰(통영지청)이 전기공사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30대 후반 거제시 8급 공무원을 전격 체포하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이어 전·현직 공무원 4명이 A 씨를 비롯한 거제지역 몇몇 공사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추가 포착돼 검찰수사를 거쳐 2명은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체포·구속됐던 30대 공무원은 재판을 거쳐 징역 2년, 나머지 40대 공무원 1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둘다 공직에서 배제됐다. A 씨를 비롯한 업체관계자들도 재판을 받고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당시 사건의 발단은 A 씨 업체에서 내부적으로 회사자금 등을 놓고 40대 후반 경리여직원과 갈등을 빚던 끝에 거제경찰서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경리여직원도 거제시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준 정황 등이 담긴 진정서를 국민권익위에 제출, 검찰에 이첩 돼 수사가 시작되면서 본격 불거졌다.

A 씨가 운영하던 업체는 1980년대를 전후해 한때 호황을 누렸던 거제지역 1세대 전기공사업체다. 70대 부친이 A 씨에게 업체를 물려준 후 상호도 바꿨다. 경리여직원은 초창기 20대에 업체에 들어와 부친이 수양딸을 삼을 정도로 가족들과 가깝게 지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리여직원은 20여 년간 경리로 일하면서 회삿돈 5억 여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횡령·업무상배임)로 2018년 3월14일 거제경찰서에 구속됐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 사건은 2018년 4월 구치소에 수감중이던 경리 여직원측이 거제시 공무원 30여 명의 명단이 적힌 속칭 '뇌물명단'을 한 지방일간지와 지역매체를 통해 터트리면서 또 한번 소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전문증거(傳聞證據: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의 진술)'인 경리여직원의 주장 외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어 전원 무혐의 처분·종결됐다.

반면 경리여직원은 1심인 통영지원에서 징역 1년6월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크게 늘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수법이 불량하고, 횡령과 사기 피해금액이 6억원에 달하는데다, 피해 회복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며 징역 4년형을 선고·확정돼 복역중이다.

이와 관련 당시 거제시청 안팎에서는 구속 기소된 피고인의 일방적 주장을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거제시 공무원 30여 명이 마치 뇌물을 받은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한 일부 매체의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한 보도 행태를 두고 적잖은 비판이 이어졌다.<부산일보 일부 인용>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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