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4년간 거제시 살림살이는 어땠을까.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전체예산 규모 확대를 꼽을 수 있다. 당초예산에 견주어 거제시 사상 최초로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민선 7기 초반인 2018년 7011억원에서 2019년 7137억원, 2020년 9955억원, 2021년 1조17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는 1조1251억원으로 2018년 당초예산 대비 4240억원이 증가해 1.6배(60%)로 크게 늘었다.

이같은 전체예산 증가는 재정의 30%가 넘는 보통교부세(普通交付稅)를 역대 최대로 확보한 힘이 가장 컸다. 보통교부세는 지방자치단체의 매년도 기준 재정 수요액과 재정 수입액과의 차액인 재원 부족액에 대해 정부가 지자체에 교부하는 조세를 말한다.

보통교부세는 무엇보다도 용도가 지정된 특별교부세에 비해, 지자체에서 일반재원으로 자주적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기 위해 매년 전쟁이 벌어진다고 할만큼 각 지자체가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거제시는 2018년~2022년 4년간 전국 226곳의 기초지자체 중 보통교부세 증가율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는 본 예산 편성 기준이다. 따라서 각 지자체의 보통교부세를 최종 산출해보면 미세한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순위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

출범 초기인 2018년 1254억원이던 보통교부세는 2019년 2162억, 20202년 2443억,  2021년 2562억원에 이어, 2022년 3600억으로 증가해 당초보다 곱절이 넘는 2345억원이 불어났다. 물론, 출범 당시 시세(市勢)에 비해 보통교부세 규모가 너무 적었던 점도 증가 원인으로 볼 여지는 있다.

하지만 가까운 통영시가 당초 1898억원에서 올해 2410억원으로 511억원, 고성군이 1723억원에서 2230억원으로 506억원이 각 증가했다. 인구 35만의 양산시도 1801억원에서 2404억원으로 602억원 증가에 그친 점만 보더라도 거제시 보통교부세 증가는 단연 돋보인다.

턱없이 적은 보통교부세를 당장 늘려야되는 입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행정안전부의 거제시 교부세 산정 기준이었다. 당시 행안부 교부세 산정 방식은 과거 거제시가 조선호황을 누릴때 기준 그대로였다. 행안부의 2019년 추계액은 2343억원이나 실제 결산액은 1347억원으로 996억원의 차액이 났을 정도다. 

이는 거제와 시세가 비슷한 경북 경주시(인구 25만) 추계액 2162억원/결산액 1877억원/차액 285억원만 보더라도 거제시가 얼마나 잘못 산정된 기준으로 보통교부세를 못받거나, 적게 받고 있었는지 보여준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행안부 산정기준을 고치기 위해서는 최고 결정권자인 장관의 의지가 반드시 필요했다. 결국 변광용 시장은 당시 김부겸 장관(현 총리)과 수차례 독대 끝에 기준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과거 조선경기 호황으로 잘나가던 때와 판이하게 다른 거제의 어려운 경제 현실에 대해 몇번이나 설명하는 등 거듭된 호소와 설득의 결실이었다.

이어 진영 전 장관 및 현 전해철 장관과는 해마다 직접 보통교부세 담판을 벌여가며 차근차근 증액하는데 성공했다. 다행히 3명의 장관과 평소 쌓았던 친분도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데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실무자들을 제치고 곧장 장관만 상대할 수도 없었다. 이 과정에 대해 변 시장은 "사전에 꼼꼼하게 자료를 준비하고 몇번의 시물레이션을 거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찾아가도 실패하는 일이 허다했다"면서 "어떤 때는 지방에서 온 우리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거나, 면박을 당하기 일쑤였다"고 회고했다. 

변 시장은 "그래도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고나 할까. 그럴때마다 내 뒤에는 25만 시민들이 있다는 생각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며 "한번에 안되면 두번, 세번 자꾸 찾아가니까 귀찮아하면서도 우리의 간절함을 일단 들어보자는 태도 변화를 느끼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행안부 교부세과를 자주 드나들었다는 기획예산담당관실 한 공무원은 "가끔 시장을 수행하다가 꼭 저렇게까지 해야되나 싶을 정도로 보기 민망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면서 "속상해하면서도 '우리가 시민들을 위해서 참아야 안되겠느냐'고 혼잣말을 내뱉곤 하던 생각이 난다"고 기억했다. 

실제 당시 일부 언론을 비롯한 지역일각에선 '시장이 뭘 모르니까 허구한 날 시청을 비우고 청와대, 국회, 중앙부처로 서울 출장만 다닌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시적 성과가 나오면서 이제와서 굳이 해명할 필요가 없게 됐다.

변 시장은 이에 대해 "솔직히 돈이 없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지 않느냐"면서 "뭐라도 하려면 돈을 갖고 와야 하는데 시장에 집무실에 가만히 있으면 누가 돈을 갖다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보통교부세 확보 성과는 당장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 지급 등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또 아이키우기좋은도시 사업 지원, 주민숙원사업 해소, 면동 주민참여예산 대폭 증액, 동서연결도로 조기 개통, 코로나19 거제형 재난지원금 지급, 도시계획 도로확충, 조선업고용유지모델 시행, 각종 관광기반 시설 조성사업 등을 막힘없이 펼치는데 든든한 밑천이 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해 2020년 시민 1인당 5만원씩 124억원, 2021년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 제외대상 시민 2만3713명에게 1인당 25만원씩 59억원 등 도합 183억원의 '거제형 재난지원금'도 지급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전체 예산증가율도 지난 4년간 전국 기초지자체에서 14위, 도내에서는 1위를 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2018년 출범 초기에는 당초 예산 7011억원으로 비슷한 인구 규모의 타 지자체에 견주어 턱없이 예산이 적었다. 그러다보니 가용할수 있는 예산 또한 거의 전무하다시피했다.

조선업 장기 침체에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주민 숙원사업이나 복지 수요를 충족시키고 싶어도 돈이 없었다. 시가 도저히 자체적으로 대형사업이나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없는 재정 형편인데도 지역 일각에서는 '시장이 행정을 너무 모르니까 갈팡질팡한다'는 식으로 비꼬았다.

시는 크게 3가지 방향의 가닥을 잡아 예산 확보에 총력을 다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보통교부세 확보, 공모사업 대거 선정, 각종 국도비 확보 등이 그것이다.

공모사업에서는 꽤 쏠쏠한 성과를 올렸다. 시는 정부 및 경남도 등 외부기관에서 주관하는 각종 공모사업에 초기부터 시뮬레이션 등을 이용한 전략적·체계적인 대응을 통해 꼼꼼하고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 결과 어촌뉴딜사업, 도시재생사업 등 총 76건에 1276억 원의 재원 확보로 시정 경쟁력 강화에 큰 밑거름이 됐다.

이 밖에 복권기금, 산림복지기금, 재난안전특별교부금, 일반특별교부금, 교육특별교부금 등 각종 국도비 확보를 위해 수시로 청와대, 국회 및 중앙부처 등을 오가며 동분서주했다.

결국 이런 노력끝에 올해 정부 예산안 편성에 거제시 사업이 적극 반영되고,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도 관련 예산이 삭감되지 않고 오히려 증액이나 신규 편성되는 성과를 냈다.

변 시장은 이 모든 성과 이면에 '절박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행정을 처음 접해봤지만, 그런 절박함을 느끼지 못했으면 오늘의 성과가 나오긴 힘들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과거 거제는 조선산업 호황과 더불어 나름 풍족한 생활을 하면서 가까운 미래에 닥쳐올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지역발전의 추동력이 될 각종 기반시설 확충에도 일부 소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단 잘모를때는 두려움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또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하면 글쎄...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4년간의 일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18~2022년 전국 기초자치단체 보통교부세 증가율 순위. 거제시가 1위로 나타났다>

<전국 기초지자체 예산 증가율 순위. 거제시가 경남 도내 1위, 전국 14위를 차지했다>

<2021년 7월16일 변광용 시장이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을 만나 일운~남부 간 국도 14호선 개량사업을 비롯해 통영~대전 간 35호선 고속도로의 거제 연장 및 조기 건설, 남부내륙고속철도 조기 착공을 적극 요청했다>

<2021년 8월3일 김부겸 국무총리 면담>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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