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폭행 가해자가 신분증을 제시했더라도 주소지가 사건 현장과 멀리 떨어져있고 범행을 부인한다면 경찰이 현행범체포하는 게 적법하다는 대법원이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거제시민이 대상자여서 관심을 끈다.

4일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경범죄처벌법위반 모욕죄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거제시에 주소를 둔 A씨는 2019년 7월 술에 취해 경기도 안양시 한 식당에 들어가 처음보는 손님에게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는 등 폭행을 하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지구대로 이동한 뒤에도 소란을 피우고 경찰관들을 향해 "X가지 날려 버린다"라거나 "가까이 오면 때린다"라며 위협적인 말과 욕설을 한 혐의(모욕죄)가 추가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당시 출동한 경찰에 신분증을 제시했고, 도주나 증거인멸 염려가 없는데도 경찰이 현행범으로 위법하게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구대 안에서 소란을 피운 것도 이러한 위법한 체포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줄곧 변소했다.

1심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60만원을 선고했다. 경찰이 신분증을 확인한 결과 주소지가 사건현장과 거리가 멀리 떨어진 거제시여서 실제 A씨가 사는 곳을 알 수 없었고, A씨가 범행을 부인하는데다 피해자의 진술도 상반돼 도주 우려에 따른 체포 필요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신분증을 제시해 신분을 밝혔고 주소지가 거리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신분이 불확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음식점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증거도 충분히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체포 전까지 폭행 범행을 부인했을 뿐, 수사협조를 정면으로 거부하지는 않았다"며 "특별히 도망이나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정황은 엿보이지 않기 때문에 경찰이 체포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한 고려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A씨는 범행을 계속 부인하며 피해자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제시한 신분증의 주소지는 거제시로 사건 현장과 멀어 추가적인 거소 확인이 필요했다"면서 "A씨에게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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