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재매각 추진설..누구 말이 맞나?

산업은행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이하 KDBI)를 통한 대우조선해양 재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산은은 "KDBI에 지분을 넘기는 방안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거제지역 사회와 노동자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그동안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배제한 채 무리하게 밀어붙인 밀실매각 추진 탓에 '반신반의'하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3일 서일준 국회의원실은 보도자료 형식의 성명을 통해 "지역사회 및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산은은 자회사인 KDBI로 대우조선 지분 55.7%를 넘겨 KDBI가 대우조선을 재매각하는 꼼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KDBI가 등판할 경우 인수·합병(M&A) 기업사냥꾼들을 앞세워 3년 전보다 더 은밀하게 특혜 매각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며 "대우조선 매각의 가장 큰 폐해는 밀실에서 결정된 불공정 특혜 매각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또 "최근 KDBI는 호남을 대표하는 건설사 중흥건설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해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했고 마무리 수순에 있다"며 "업계는 KDBI가 대우건설과 같은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재매각할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산업은행은 이를 뒷받침하듯 KDBI의 새 대표에 그간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전담해온 성주영 수석부행장 임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일부 언론은 이미 대우조선 재매각 ‘키맨’을 KDBI 대표로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도 4일 '불공정 밀실 특혜 매각은 산업은행의 전매특허인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 3년간 대우조선 불공정 특혜 밀실 매각을 진행한 산업은행은 이해 당사자인 노동조합과 단 한번도 소통이 없었다"며 "산업은행과 문재인 정부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 지역민과 이해 당사자들에게 사과와 위로부터 하는 게 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런데 또다시 대우조선의 민영화에 대한 우려스러운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며 "KDBI는 어떤 회사인가? 단순히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아니다. 단기 계약된 M&A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업 사냥꾼들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이와 함께 "대우조선 지분을 KDBI로 넘기는 것을 강력 반대하며, 국가자본법에 따라 공개적 매각 절차를 통해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산업은행의 구체적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산은측은 이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측은 "KDBI를 통한 재매각은 절대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 아니다. 성주영 부행장을 KDBI 대표로 임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지난 달 이동걸 산은 회장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체질 개선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온 뒤 정부 등의 협의를 거쳐 중장기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산은 관계자 역시 "현재 회계법인을 통한 컨설팅을 진행 중이며, 이달 중에 결과를 발표하고 그 토대로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정치권의 한 인사도 "지난 달에 산은에서 서 의원실에 직접 대면보고까지 한 줄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도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사회 및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먼저 혼란을 불러 일으킨 건 극히 유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시민반대대책위에 몸을 담았던 한 단체 대표자는 4일 오후 거제저널과 통화에서 "안그래도 비슷한 소문이 지역에 나 돌았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현재 몇몇 채널을 통해 확인해보니 아직 정확한 팩트는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런 의혹 자체가 지역사회에 먹혀드는 건 전적으로 산은 책임"이라며 "애초부터 거제시민과 노동자를 무시하고 밀실 야합으로 매각을 밀어붙이다 실패하지 않았느냐.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봤나. 불신을 자초한 건 산은 쪽"이라고 단정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