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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진실 밝혔다고?..경남경찰 '보완수사 성공사례' 정면 반박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22.04.23 15:21
<사건현장에서 범인 A씨가 피해자 B씨를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캡처 보도한 2018년 11월5일 오전 KBS2 뉴스 따라잡기 갈무리>

극한 대치를 이어가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이 여야가 입법 중재안을 수용키로 한 가운데, 최근 검찰이 보완·재수사 성공사례로 소개한 경남지역 사건 3건에 대해 경찰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경남경찰은 검찰이 사례로 제시한 3건이 검찰수사권과 별개 사건임에도, 교묘하게 본질을 비켜난 확대 해석을 통해 사실상 경찰의 수사능력이 부실하다는 식으로 호도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대검찰청 형사부는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검찰 보완·재수사 성공사례 22건을 언론에 소개하며 민주당이 추진중인 '검수완박'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홍보자료로 활용했다.

이날 대검이 성공사례로 소개한 사건 중 경남에서 발생한 사건은 '거제 묻지마 살인', '마산 무학산 살인', '창녕 동거녀 납치·감금·성폭행' 등 3건이었다.

◇'거제 묻지마 살인' 사건 경위

이들 사건 중 '거제 묻지마 살인' 사건 경위는 이렇다. 2018년 10월4일 새벽 2시40분께 군 입대를 앞둔 A(당시 20세)씨가 친구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만취한 채 귀가 도중, 거제시 고현동 (구)미남크루즈 선착장 부근 신오교 다리 밑에서 노숙하던 여성 B(당시 58세) 씨를 별다른 이유도 없이 주먹과 발로 머리 부위 등을 무차별 폭행했다.

키 132㎝에 체중 31㎏으로 왜소한 피해자 B씨는 건장한 A씨로부터 30여 분간 집중 폭행당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119에 의해 거붕백병원으로 후송돼 치료 도중, 5시간 후인 이날 오전 8시께 뇌경막하 출혈 등으로 안타깝게 숨을 거두었다.

범인 A씨는 현장에서 의식을 잃은 B씨의 다리를 잡고 끌고 가는 걸 목격한 행인 3명에게 제압당한 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목격자의 증언과 경찰 수사결과, 범인 A씨는 이미 20여분간 폭행당해 실신하다시피 한 피해자 B씨가 살기위해 기어가자 두발을 잡아당겨 질질 끌고 다니며 10여 분간 발로 계속 걷어차는 등 잔인하게 폭행한 걸로 드러났다.

당시 이 사건은 즉시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이 사건을 공개하지 않고 언론보도가 없었던 탓인지,  "2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가 피시방 알바 20대 남성 2명"이라거나, "숨진 B씨가 여장 남자였다" "경찰이 늑장 출동해 사람이 죽었다"는 등 여러 억측이 SNS와 입소문을 통해 지역에 나돌았다.

이를 사건발생 20일쯤 지난 2018년 10월25일 지역 인터넷신문 모닝뉴스가 '신오교 괴담...카더라 뉴스로 확산'이라는 제목으로 첫 기사화 했다.

이어,  26일 거제저널이 직접 사건현장 취재를 거쳐 보다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을 머릿기사로 크게 보도해 사건의 실체가 본격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엔 요즘처럼 수사기관의 언론보도 관련 지침이 엄격하지 않아 비교적 자유롭게 사건 취재와 보도가 가능했다. 따라서 거제저널은 사건 경위나 수사 진행과정 및 1, 2심 재판까지 깊이있는 취재와 보도가 이어질 수 있었다.  

◇ '살인 vs 상해치사' 논란

그런데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경찰이 피의자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폐쇄회로(CC)TV 등 관련 증거를 철저히 수집해 고의성을 규명, 살인 혐의로 기소해 징역 20년을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회 일각에서도 경찰이 혐의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 부실 수사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또 이름만 대면 금방 알수 있는 유력매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살인죄가 처음부터 명백한데도 경찰이 상해치사로 축소 수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거나, '20여일간 쉬쉬하다 부실수사 의혹이 커지자 뒤늦게 공개했다'는 식의 엉터리 보도를 마구 쏟아냈다. 

당시 거제저널은 11월3일 '[논평] 살인 vs 상해치사 논란, 본질 아니다' 와 11월5일 '[논평] 50대 여성 살해사건…추측성 언론보도, 너무 나갔다'는 2편의 논평 기사를 통해 이를 지적했다.

물론, 사건을 수사하는 거제경찰서도 브리핑을 통해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등 범행 전후 행적을 면밀히 확인하지 않은 부분은 "일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피해 여성이 무차별 폭행당한 건 맞지만, 가해자 A씨와 일면식도 없고, 범행과정에서 흉기를 사용하지 않은 점, 치료받다 5시간 후에 숨진 점 등을 미뤄 살인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해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고 경찰은 해명했다. 경찰로서는 수사 초기 당연한 법률 적용이라는 것이었다.

반면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A씨 기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머리 부분을 발로 집중 구타하는 등 30분간에 걸쳐 무차별 폭행한 점, 피해자가 전혀 저항할 수 없었던 점,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죄명을 살인죄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범인 A씨가 휴대전화로 '사람이 죽었을 때' 등의 문구를 검색한 사실을 확인하고 살해의 고의성을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검찰수사권 연계, 억지 논리"

당시 검찰관계자는 상해치사와 살인죄 적용 여부 논란에 대해선 "경찰 단계에서 수사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었고 검찰을 거쳐 최종 결론에 이르면 혐의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상해치사로 송치했다고 이를 지적하거나 수사가 부실했다는 언급은 없었다.

경찰이 초기 수사과정에서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더라도, 법률전문가로서 향후 기소와 재판을 통해 유죄를 이끌어내야 할 책임과 권한을 가진 검찰이 보완수사와 법리 검토를 거쳐 살인죄로 바꿔 의율하는 건 현행법 체계에선 당연하다.

따라서 경찰이 고의적으로 수사를 태만히 하지 않은 이상, 이를 단순히 경찰의 수사 미흡이나 수사 부실 차원으로 몰아갈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경찰은 결과적으로 살인과 상해치사를 가르는 고의성 여부에 대한 부분은 절대적이거나 객관적일 수 없어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며, 이는 현재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 고유의 영역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사건 송치 후 검사는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사실관계 및 증거자료 재검토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보완·재수사 성공사례'에 경찰이 발끈하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보완·재수사 성공사례로 제시한 경남지역 사건 3건은 검찰 수사권 여부와 연관성이 전혀 없기에 검찰 측의 논리 자체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피해자 B씨가 숨진 현장에 빈소가 차려지고 시민들이 조화를 갖다 놓았다. 출처=2018년11월5일 오전 KBS2 뉴스 따라잡기 화면 갈무리>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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