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한 4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현금 4870만원을 날릴 뻔했으나, 경찰의 기민한 대처로 모면하고 돈도 모두 회수했다.

거제시 수양동 모 아파트에 사는 40대 여성 A 씨는 지난 19일 오후 자신의 아파트로 찾아온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인 20대 여성에게 4870만원을 건넸다.

A 씨는 앞서 보이스피싱 범인으로부터 "이자가 좀 더 싼 대출을 받게 해줄 테니, 기존 대출은 현금으로 먼저 갚아라"는 일명 '대환대출' 알선 전화를 받고 돈을 준비해 둔 상태였다.

대출금 때문에 다급한 심정이던 A 씨는 돈을 건네주고 난 후에야 퍼뜩 '보이스피싱에 당했구나' 싶었다. 그는 곧바로 112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때가 오후 5시24분.

A 씨는 112로 신고하면서 "돈을 받으러 온 20대 여자가 택시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A 씨는 돈을 건네준 후 혹시나 싶어 얼핏 택시번호를 기억해 둔 게 마침 주효했다.

A 씨 진술을 토대로 경찰은 택시회사와 협조해 운전기사와 다행히 연락이 닿았다. 이어 거제경찰서 신현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수거책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 경찰관 개인 차량으로 신속하게 택시기사가 여성을 내려줬다는 현장으로 출동했다.

결국 경찰은 19일 오후 6시3분께 시내 한 금융기관 지점 앞에서 20대 여성 수거책을 붙잡았다. 신고부터 검거까지 약 40분밖에 걸리지 않는 발빠른 대처가 빛났다.

더구나 20대 여성 보이스피싱 수거책의 수중에는 아직 입금하지 못한 A 씨의 돈 4870만원이 그대로 남아있어 전액 회수돼 A 씨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20대 여성 보이스피싱 수거책은 이날 앞서 밀양, 창원, 김해시 등지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 4명으로부터 9천만원을 수거해 ATM기를 돌아 다니며 받은 돈을 상부책에게 송금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사기(방조) 혐의로 긴급체포된 20대 여성 수거책을 1차 조사 후 일단 석방하고, 현재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진행중이다.

경찰은 해당 여성의 휴대폰 등을 압수해 진술의 진위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 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울산에 사는 20대 여성 수거책은 경찰조사에서 "인터넷 OO천국에 구직 광고를 냈는데 연락이 와 단순히 돈을 받아 송금하면 20~30만원 씩 수당을 준다길래 취업하게 됐다"면서 "아르바이트로 심부름만 하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현금수거책이라해서 별다른 대책도 없이 관용을 베풀어선 보이스피싱 범죄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한 전직 수사관은 "법원이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에 대한 구속영장을 대부분 기각하다보니 요즘은 아예 불구속이 대세"라면서 "상부책들이 이들에게 만약 검거될 경우 단순히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심부름했다고 둘러대도록 가르친다는 걸 경찰이나 법원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들이 바보도 아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하루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거액을 건네받아 송금시키는 일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정말 모르겠느냐"며 "대개 돈에 눈이 멀어 범죄인줄 알고도 가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거제경찰서 김태영 형사과장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도 과거 동종 범죄전력 여부와 함께 휴대폰 포렌식 등을 통해 철저히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면밀히 수사한 후 신병을 처리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금수거책의 경우 큰 돈 버는 아르바이트라며 주로 형편이 어려운 청년이나 대학생 등을 범죄에 끌어들이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며 "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처럼 괜한 돈 욕심에 범죄에 연루돼 더 심한 고초를 겪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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