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거제시 개표소가 차려진 거제실내체육관 모습. 이 곳에서 A씨의 개표소 출입제한 및 개표업무 방해 행위가 발생했다>

지난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때 거제시 개표소에서 출입제한을 위반하고 개표업무를 방해한 기자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A(60대)씨는 지난 3월9일 실시된 제20대 대선 당일 거제시선거관리위원회 개표소의 일반관람인석으로 마련된 취재보도석에 취재·보도요원으로 출입할 수 있도록 허락받았다.

그러나 당일 오후 10시20분께부터 그 다음날 0시47분께까지 취재·보도요원에게 출입이 허용된 일반관람인석을 벗어나 개표소 안 개함부, 심사집계부, 위원석 및 위원장석까지 무단으로 진입했다.

A씨는 권한 없이 개표소까지 들어간 뒤에는 출입통제를 담당하는 개표사무원으로부터 퇴장 요구를 받았다. 그런데도 A씨는 개표소 안을 돌아다니며 선관위 직원과 개표사무원의 개표업무에 항의하며 개표 중단까지 요구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개표소에는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직원·개표사무원·개표사무협조요원 및 개표참관인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출입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개표에 간섭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A씨는 거제에 본사를 둔 지역신문 기자는 아니며, 소속 신문사 역시 알려지지 않았다. 거제지역언론사 한 대표는 "그가 특정 정당과 관련된 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는 있었는데...어느 신문사 기자냐"고 되묻기도 했다.

거제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월 중순 A씨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혐의가 충분하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이후 재판과정에서 A씨 측은 개표소 출입제한 위반에 대해선 기사 작성에 앞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취재활동을 하던 중 취재원에 접근하면서 벌어진 일이므로 형법 제20조에 규정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개표 간섭행위는 당시 관내 투표함에서 관외 투표용지가 발견되는 등 문제가 생겼고, 더불어민주당 거제시의원들이 포함된 개표참관인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소란이 벌어진 과정을 취재·보도하기 위함이었다고 해명했다. 개표 간섭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만큼,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A씨 측은 이 사건에 대해 배심원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며 국민참여재판도 신청했다.

하지만 최근 열린 국민참여재판 기일에서 배심원 7명은 모두 만장일치로 A씨가 유죄라는 의견을 냈다. 양형 의견으로는 이 중 6명이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나머지 1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를 제시했다.

이 사건을 맡은 창원지법 제4형사부(장유진 부장판사)는 배심원들의 양형 의견 등을 참작해 A씨에게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이뤄져야 할 선거의 공정과 투표의 평온을 해한 것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당시 선거법상 개표참관인이 될 수 없는 거제시의원들이 개표참관인으로 참석했고, 개표과정에서 관외 투표용지가 발견되는 등으로 인해 매우 어수선하던 상황에서 피고인이 선관위 측에 해명을 요구하던 중 범행을 저지르게 된 만큼 그 경위에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양형 이유를 판시했다.

한편 지난 대선 개표 당시 자격이 없는데도 개표참관인으로 참석했다는 이유로 A씨에 의해 112신고된 더불어민주당 거제시의원 2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번 사건은 이들 시의원들이 당시 민주당측 개표참관인으로 개표 진행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자, 기자석에 있던 A씨가 이를 참견하며 선관위측에 격하게 항의하면서 발단이 됐다.

이들 시의원들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서 줄곧 "경남도당에서 도 선관위에 사전 문의를 거쳐 정당한 절차를 밞아 개표참관인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검찰도 이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정상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시의원들은 11일 오전 거제저널과 통화에서 "A씨는 검찰이 우리를 기소유예 처분하자, 이에 불복해 창원지방검찰청에 '항고'를 제기해 현재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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