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상품권 구매 및 환전 흐름도. 자료=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친구, 지인 등 명의 28개 가맹점 활용
18억 상품권 구입 20억 환전

거제사랑상품권 등 지역화폐의 제도적 허점을 노려 친구나 지인 명의로 대량 구입한 뒤 수억대의 할인액을 부당하게 챙긴 일당 4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17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반부패경제수사2계는 거제·고성 지역화폐를 법인명으로 대량 구매한 뒤 허위 가맹점을 개설해 불법 환전한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 씨 등 30~40대 3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실혼·부부·사돈 지간인 이들은 2018년 9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거제사랑상품권(거제)과 경남고성사랑상품권(고성)를 법인 명의로 도합 20억 원어치를 구입했다.

이후 일당은 지역화폐를 지인·친구 명의로 개설한 허위 가맹점을 통해 환전해 할인 판매액(10%)인 2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범행 당시 개인 명의로 지역화폐를 구매할 경우 월 50만 원밖에 사지 못하는 반면, 법인에는 구매한도가 없다는 허점을 파고들었으며, 법인 14개를 개설해 거제·고성에서 매달 1000만~6000만 원씩 지역화폐를 구매했다.

이어 지인과 친구 명의로 28개 허위 가맹점을 만들어 상품을 팔고 결제대금으로 지역화폐를 받은 것처럼 속여 받은 상품권을 환전했다.

이런 수법으로 13개월 동안 지역화폐 20억 원어치를 10% 할인된 금액인 18억 원에 사들여 허위 가맹점을 통해 판매대행점에 제출해 총 58회에 걸쳐 20억 원을 환전받아 2억 원을 가로챘다.

특히 이들은 지인과 친구 명의로 개설한 허위 가맹점을 계속 열어 두면 세금 등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상품권을 환전하면 곧바로 폐업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금융계좌 압수수색을 통해 범인들의 수상한 거래 흔적을 포착하는 한편, 주거지에서 다량의 타인 명의 신분증과 통장, 지역화폐 가맹점 명패 등을 증거로 확보하는 등 끈질긴 수사로 이들의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경찰은 경남도와 시·군에 지역화폐 가맹점의 등록 시점과 실제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실태를 확인하도록 점검을 요청하고, 최근 다른 시·군에도 유사한 불법환전 사례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고성군이 경찰에 수사의뢰하면서 시작됐으나, 거제시는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도·거제시 등 행정당국은 경찰수사를 통해 이들의 범행수법이 일부 드러나자 뒤늦게 지역화폐 부정유통 행위 일제단속에 나서는 등 뒷북 행정으로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사용되고 있는 새로운 디자인의 거제지역사랑상품권. 자료=거제시청>

경남도 관계자는 "이들은 2018년 지역사랑상품권 제도가 도입된 직후 이 제도의 허술한 부분을 악용했다"면서 "2020년 5월 이전까지는 개인과 법인 모두 구입액의 10% 할인된 가격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 구입액은 20만~70만원으로 제한됐고, 법인은 한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개인에게만 할인 혜택을 주고, 법인에게는 할인 혜택없이 판매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범행이 불가능하다"며 "다만, 개인은 소액이지만 여전히 부정유통의 가능성이 남아있어 정기적으로 일제단속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발행하며 해당 지자체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경남에서는 지난해 9478억원, 올해 9597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한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는 정부가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다시 전액 복구하는 등 첨예한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수정 14:55→기사 보강>

<범인 일당의 가족 또는 지인인 허위 가맹점별 대표 관계도. 자료=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범인들의 거제시 주거지에서 압수된 지역사랑상품권. 자료=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압수된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 명패. 자료=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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