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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後] '박종우 표 첫 인사' 뚜껑 열어보니..거제시청 안팎 "대체로 무난"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23.01.11 12:49

지난해 12월30일 점심시간 직후 거제시에서 다소 생뚱맞은 보도자료가 왔다.

'2023년 상반기 정기인사 단행'이라는 제목과 함께 '인사혁신 5대 선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얼핏 제목만 보고선 '새해도 안됐는데 벌써 인사를 했나' 싶었다.   

메일을 열어보니 승진 인사를 앞두고 민선8기 공약사항인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시스템 구축』을 위한 인사 방향과 '인사혁신 5대 선언'이 들어 있었다.

다소 느닷없기도 해 이를 굳이 보도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7월 박 시장 취임 이후 핵심보직 4~5자리 교체 이후 사실상 첫 승진인사와 조직개편 컨설팅 결과가 반영된 전보인사를 앞둔 각오 정도로 받아들였다.

인사혁신 5대 선언은 대개 이랬다. △인사청탁 근절, 공정한 인사 △필수보직기간 준수 △합리적 승진요인 결정, 직급별 정원 적정 관리 △시민중심 행정, 면·동 기능 강화 △능력 성과위주 공정한 평가와 보상. 

또 5대 선언을 기조로 [제도혁신]→청렴하고 예측가능한 인사·성과 보상, [인재혁신]→인재발굴 공직전문성 강화, [문화혁신]→소통·공감·배려 인사문화 정착을 목표로 설정, 세부과제를 실천해 나가겠다는 취지였다. 크게 눈에 띄는 대목도 없었다.

다만, 과거부터 인사 방향에 대해 시장이 연말이나 새해 인터뷰 또는 언론간담회 등을 통해 간혹 언급은 있었다. 하지만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미리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단 한번도 기억에 없다.

그만큼 생소했고 과연 제대로 실행될까 반신반의(半信半疑) 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행정 경험이 없는 초선의 박 시장이 겨우 6개월 동안 거제시 공직사회를 얼마나 꿰뚫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었다.

근 한달전부터 승진인사를 앞둔 시청 내부에선 인사고과 평정을 두고 불평과 불만 섞인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잡음은 정치성향이 전혀 다른 집행부가 들어선 분위기에선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다.

승진 대상자들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 시청 안팎에선 온갖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특히 박 시장이 면·동장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한 말이 시청 안팎에 떠돌면서 화제가 됐다.

"경찰이나 소방 이런데서 승진 청탁 전화가 오고 있다. 제가 알아서 하겠으니 걱정마시라" 했다고. 그런데 웃기는 건 시청 직원들조차 그 말을 제대로 믿지 않는 눈치였다.

또 하나, 이른바 지방선거 공신들을 주축으로 한 소위 '빽'들의 물밑 움직임도 치열하게 느껴졌다. 평소 가깝거나 인연있는 공무원을 승진시키기 위한 그들의 안간힘은 그럴싸하게 포장돼 가만히 있어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인사를 앞둔 시청 안팎의 이런 분위기는 어쩌면 당연했다. 지역에서 공직에 근 30년 있었고 언론에 몸담은지 10년이 넘은 기자로선 인사철이 되면 그 전에도 그랬고, 훨씬 전에는 더했으면 더했지 지금보다 결코 덜하지 않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거제저널은 지난해 말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 인사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차원에서 두 편(줄을 서시오~, 알아야 면장을 하지)의 칼럼 형식 기사를 잇따라 보도했다.

시는 앞서 박종우 시장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위해 4천여 만원을 들여 외부용역을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 개편안의 부분적 윤곽이 나올때마다 관계부서별 내부 토론회와 행정의 최일선 협조자인 이통장들을 상대로 의견 수렴에 나서며 공을 들이는 모습은 다소 이채로웠다. 

결국  지난 2일 정기 승진인사에 이어, 9일에는 조직개편 결과를 반영한 600여 명이 넘는 대규모 전보가 이뤄지면서 '박종우 표 첫 인사'가 실체를 드러냈다.

승진인사에서는 연공서열과 근무성적을 기준으로 한 기본원칙이 깨지지 않았다. 5급 사무관은 승진 폭이 좁아선지 과거처럼 발탁인사라는 명목으로 의외의 승진자도 없었다. 6급 이하 직원들은 부서장 평가를 중심으로 실적주의를 반영한 것으로 읽혀졌다.

전보인사도 5급 이상은 조직개편에 따른 승진연한 및 퇴직시기, 보직 순환의 원칙을 지키려고 애쓴 흔적이 다소 보였다. 전체 직원의 절반을 이동시키면서 장기보직자 교체 원칙을 지키되, 조직 안정 기조를 크게 흔들지 않으려는 의지도 엿보였다.

물론, 2년이 지났는데도 교체되지 못한 일부 직원들의 불평도 없진 않았다. 꼭 흠을 찍어내자면, 실무진이 착오라고 주장하는 소동은 당사자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는 '옥의 티'였다.

또 4급 서기관의 'TF팀장' 발령은 집행부측에선 해양박람회나 대중교통망 등 중요사업을 거론하나, 그가 전임시장 시절 핵심보직을 지냈다는 점에서 다소 눈에 거슬리는 면도 없지 않다.

뒷 얘기도 흘러 나온다. 지난 지방선거를 도운 공신 일부는 "믿었는데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는 표현으로 강하게 불만을 터뜨리는 모양이다. 자기네들의 입김이 전혀 안 먹히니 약이 바싹 올라있다는 느낌이다.

이는 박 시장이 평소 강조한대로 "내가 알아서 한 것"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인사 뒷끝을 짐작할 수 있는 공노조 홈피나 시청 복도 통신도 비교적 잠잠한 편이다.

인사는 아무리 잘해도 한쪽이 영광을 누리면, 반드시 한쪽은 물을 먹게 돼 있다. 그래서 인사는 만사(萬事)지만, 잘해봐야 본전(本錢)이라는 게 정설이다. 

이번 인사 한번에 앞으로 거제시 인사가 공정해질거란 보장은 없다. 다만 이런 작은 시도나 노력이 실력있는 공무원들에게 승진은 물론, 주요 직위에 나아가 열심히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다는 믿음을 주게 된다면 "대체로 무난"한 인사라 해도 그다지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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