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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새삼 들춰진 KDDX사업 비리...HD현중+방사청 '새빨간 거짓말' 의혹대우조선해양 직원·거제시민들 "훔치긴 훔쳤는데 돈이 안됐다는 꼴"...'짬짜미' 의혹 짙어
서영천 대표기자 | 승인 2023.04.22 12:07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2010년 해군에 인도한 한국 두번째 이지스함인 7600톤급 '율곡이이함'. 이 함정은 함대함 및 함대공 등 120여 기의 미사일과 장거리 대잠어뢰 등 최첨단 무기를 탑재하고 1000여 개의 표적을 동시 탐지 추적해 20여 개 표적을 동시 공격할수 있는 현존 최강의 함정이다. 최대속력 30노트(55.5km)에 300여 명의 승조원이 탑승한다>

최근 HD현대중공업(현중) 직원 9명이 군사기밀보호법위반죄로 법원에서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앞서 이들은 향후 수주 본 제안서 작성을 위해 조직적으로 경쟁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의 차기 한국형 구축함(KDDX) 관련 자료를 도촬해 몰래 빼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8년 4월부터 불시 보안감사를 통해 이 사건을 적발, 수사해 온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는 현중 소속 관련 직원 컴퓨터 안에서 최신형 구축함, 잠수함 등 군사기밀이 모두 26건이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군 13명, 현대중공업 12명 등 25명이 연루됐으며,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기밀보호법위반 사건이라고 단정했다.

기무사는 당시 현중 특수선 사업부 비밀 서버와 사무실을 9차례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183번 소환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군 수사기관이 이 사건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다뤘다는 의미다. 

발견된 군사비밀 26건 중에는 해군 차기 구축함 KDDX 관련 비밀 2건, 차기 잠수함인 장보고-Ⅲ 비밀 1건, 다목적 훈련 지원정과 훈련함 비밀 각 1건 등 16건이 포함돼 있었다.

기무사에서 이름을 바꾼 안보지원사령부는 이들 중 현역 해군중령 등 장교 3명, 국방기술품질원 직원 등 민간인 10명은 군검찰에 송치했고, 현중 직원 12명은 울산지검으로 송치했다.

그런데도 총 7조원 규모인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첫 단계인 ‘기본설계’ 사업 제안서 평가결과 예상을 뒤엎고 KDDX 관련 국책과제를 한 건도 수행하지 않은 현중이 선정됐다. 점수 차이는 불과 0.0565점이었다

탈락한 대우조선해양은 방사청을 상대로 현중 선정의 부적절성을 따지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소용이 없었다.

앞서 해군과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1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KDDX 개념설계를 완성한데 이어, 첨단함형 적용 연구 등 3대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KDDX의 윤곽을 구체화했다.

이 와중에 개념설계 공모에서 떨어진 현중 직원들이 2014년 1월 3급 비밀인 KDDX 개념설계도를 몰래 도둑촬영해 문서로 복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방사청은 KDDX 기본설계 사업 입찰을 공고했고, 대우조선해양과 현중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KDDX 개념설계도를 훔쳐서 기본설계 사업 제안 준비를 해온 현중의 입찰 참가 자격이었다. 왜냐하면 현중의 당시 행위는 형사상 범죄일 뿐만 아니라, 방위사업법 제59조에 따른 청렴서약 위반 또는 국가계약법령상 부정당제재 사유인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가위원들은 일부 항목 평가에서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보다 0.1286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는 두 업체의 최종 점수차인 0.0565점에 비해 2배나 높다.

방사청은 이에 대해 해당 항목은 상대평가이므로 구체적인 기재 내용을 참고해 점수 차를 둘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런 해명을 믿는 이는 별로 없었다. 방사청 내부에서조차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방사청  직원으로서 부끄럽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유사함정 설계 및 건조실적 평가 분야에서도 평가위원들은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보다 0.28점 높은 점수를 주는 이해하기 어려운  평가를 서슴치 않았다.

당시 5년간 실적을 보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은 기본설계 9건, 상세설계 10건, 건조 23건을 수행했다. 현대중공업의 기본설계 7건, 상세설계 8건, 건조 19건보다 오히려 다소 우위에 있었다. 그렇다면 두 업체가 함정설계 및 건조실적 평가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올 이유가 전혀 없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은 KDDX 개념설계 등 국책과제도 그동안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이러니 방산 업계에선 의도적인 '짬짜미'가 아니고서는 현대중공업의 실적평가 점수가 대우조선해양을 압도하긴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 밖에.

무엇보다도 당시로선 현대중공업에서 분리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정부가 별다른 결론도 내리지 못한채 2년이 넘도록 질질 끌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이 전격 불거졌다는 점이다.

더욱 기가 찬 건, 당시 현중 측의 반응이었다. "개념설계도 등을 소속 직원이 도촬하는 방식으로 훔친 건 맞지만, 평가된 기본설계에는 활용하지 않았다"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대우조선해양 안팎과 거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이를 두고 "도둑놈이 물건을 훔치긴 훔쳤는데 막상 팔아보니 돈이 안되더라는 변명과 뭐가 다른가"라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납득이 안가는 건 당시 방사청도 마찬가지였다. 공정한 기준으로 평가해도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치열한 경쟁 판국에 도저히 정부기관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중을 감싸고 돌아 '불신'을 자초했다. 아무리 당시 평가 결과를 되짚어봐도 객관적 사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노골적인 '봐주기' 의혹이 짙었다. 

이 문제를 2020년 11월까지 유일하게 국회에서 강도높게 지적해 온 서일준 국회의원이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다시 들춰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서 의원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자료를 불법적으로 빼돌리고도 방사청이 추진 중인 KDDX사업에서 수주한 건 현대가 대우조선의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라는 갑-을 관계와 당시 문재인 정권의 비호에서 비롯되지 않았나하는 점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이제 진실을 밝혀야 할 때"라며 "최근 법원의 결정에 따라 HD현대 직원 9명이 전원 유죄 판결이 나면서 KDDX 개념설계 절도와 본 사업 제안서 작성의 연관성이 밝혀진만큼 지난 정권에서 이 ‘KDDX 방산 마피아’ 범죄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알고도 묵인한 정황은 없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히고 결과에 따라 철저하게 그 죄값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데 최우선이어야 할 국가 방위사업이 더러운 범죄행위로 얼룩지는 전례를 남기지 않도록 즉각적인 수사는 물론, 추가 범죄 여부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의 지적은 당연하다. 이는 정파적 입장을 떠나,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당 의혹의 진상에 접근하기 위한 매우 올바른 방향 제시로, 우리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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