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정 67%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된 거제시 행정타운 부지 조성 공사현장을 드론으로 항공 촬영했다>

- 경찰·소방서 이전 끝내 '물거품'
- 도교육청 "장평 초교부지 5월 '일몰제' 해제 후 고교 신설용지 활용" 고집
- 시 "경찰서 이전 장소 선정 시 적극 지원"
- 경찰 '옥포조각공원' 내부 설문조사→"장소·환경·미래가치 부정적" 분위기
- 아주동 일부 주민들, "그렇다면 우리가"...유치 움직임 '눈길'

지은 지 37년이나 돼 신축이 시급한 노후 거제경찰서 이전 문제가 '행정타운'에는 가지 않기로 결정됐으나, 또 다른 '암초'를 만나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거제경찰서는 1986년 신축 이후 현재 소속 경찰관이 400여 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데다, 사무공간 부족으로 '컨테이너 13개동'을 임시 설치할 정도로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해 있다.

특히 청사 노후화로 곳곳이 심한 균열과 함께 불량공사로 지적받는 별관 건물 붕괴 우려 등 중대재해 위험까지 나타나고 있어 경찰관은 물론, 민원인들의 불안과 불편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5일 주민·행정·의회·경찰이 거제시장실에 함께 모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얼굴을 맞댄 이들은 옥포지역 주민대표 3명과 윤부원 시의회의장, 시에서는 박종우 시장을 비롯해 원태희 행정국장·최성환 안전도시국장·조상천 도시계획과장 및 담당 팀장이, 경찰은 정병원 거제서장과 변균석 경무과장·김희택 경리계장·담당 직원·이을영 직협회장 등 5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각 기관의 입장에 따른 여러 제안과 해결 방안이 모색됐다. 합의된 결론은 나지 않았으나, 박종우 시장은 "이제 더 이상 시간이 없다. 빨리 결정을 내자"면서 "예정된 기간(2024년 4월)안에 경찰서 이전은 사실상 불가하다"고 선언했다.

이는 건설업 분야에 전문적 식견을 가진 박 시장으로선 더 이상 막무가내로 경찰서와 소방서의 입주를 강권할 명분과 실리가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역이나 업계 일각에선 박 시장의 판단에 대해 '그나마 다행'이란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당초 목적을 상실한 '행정타운'이 앞으로 어떤 용도로 바뀔지 모르나, 박 시장의 이날 발언은 거제시가 지난 8년간 경찰서와 소방서 이전을 위해 '행정타운' 조성을 추진해 온 본래 계획을 완전히 포기하는 선언적 의미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면밀한 사전 타당성 조사도 없이 주먹구구식 사업 계획에다, 몇 해에 걸쳐 별다른 대책도 없이 무리하게 밀어 붙이다 끝내 실패한 책임을 시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거제경찰서 한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시장직 인수위에 우리가 보고서를 낼 때에도 지금껏 질질 끌어오던 행정타운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답변해 어이가 없었다"면서 "결국 지난 10개월 동안 또 다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시간만 허비한 꼴"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대신 '경찰서가 옥포고개를 넘어가선 안된다'는 옥포동 주민들과 거제시의 중재로 옥포동 산 82번지 일원인 조각공원이 새로운 이전 후보지로 제시됐다. 이곳은 약 5만㎡ 규모로 2018년 7월 대우조선해양측이 118억 원 상당의 지방세를 물납으로 거제시에 넘긴 부지다.

하지만 이번엔 경찰측이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거제경찰서는 현재 직원 내부게시판을 통해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반대하는 직원이 압도적인 걸로 전해졌다. 진입도로 등 지리적 접근성 결여와 근무환경적·미래가치적 이유 등 온갖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옥포조각공원도 시간을 헛되게 끌 소지가 높다"며 "그동안 하도 시에 속고 속아서 이젠 분노가 치민다. 제발 표를 의식해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부질없는 짓 그만했으면 좋겠다. 왜 경찰서가 옥포를 떠나면 안되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유력 이전 후보지로 검토되던 장평동 127번지 일원 교육용지(초교)는 경남도교육청이 오는 5월말 '일몰제' 해제 이후에도 고교 신설용지로 활용할 계획을 밝히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약 3600평 규모인 이곳은 2002년 장평 제2지구 택지개발사업으로 초등학교 용지로 승인됐으며, 관련 법에 의해 20년이 되는 오는 5월 말 해제(일몰제)를 앞두고 있다.

도교육청이 해당용지를 고교 신설 부지로 활용하겠다는 움직임은 지난해 말 부터 감지됐다. 그 이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별다른 반응이 없었으나,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학급 인원수 조정을 이유로 거제지역에 고교 신설이 필요해지면서 이곳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지난 12일 이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거제시(국장·과장·팀장)와 거제경찰서(경무과장·경리계장·경남경찰청 관계자 1명) 관계자들이 도교육청을 찾아갔다. 학교지원과장실에서 1시간여 걸친 간담회를 가졌으나 교육청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경찰은 일몰제 기한이 도래되면 토지 매수 절차에 본격 나서겠다고 주장했으나, 교육청 측도 물러서지 않았다. 현재 도교육청은 오는 5월께 투자심사를 검쳐 7월 중앙투자심사위에 거제지역 고교 신설 계획을 접수시킬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답답한 거제시는 "LH 동의를 받아 시설해제 연장 등 관련 절차를 밞아 공문으로 공식 통보해 달라"는 선에서 정리하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경찰도 옥포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몰기한이 도래하면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를 거쳐 이곳으로 경찰서를 이전할 계획을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했던터라 허탈감은 더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일몰제가 해제되면 당초 학교용지로 지정돼 있는 이상 도시계획 절차에 따르더라도 교육청 동의없이 타 용도로 변경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양측이 티격태격 하면서 시간이 길어지고 혹 법적 분쟁이라도 발생하면...시는 물론, 경찰도 그런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행정타운 입주를 추진해 온 경찰서 이전이 무산된데 대해 시로선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다만, 경찰서 이전 부지가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며, 현재 경찰서 부지는 옥포 주민들의 뜻에 따라 도심공원 등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있다"고 덧붙였다. 

거제경찰서는 그동안 거제시의 '행정타운 입주' 약속을 믿지 못하는 이유를 공문을 통해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

"거제시는 당초 행정타운 부지 조성 공사를 2019년까지 끝내기로 약속했으나 2018년 시공사 부도 이후, 경찰이2019년 신축예산 227억 원(부지 매입비 73억4800만원 별도)을 확보했음에도 아무런 논의없이 2024년 4월까지 부지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변경 계약해 버렸다. 그래놓고 2021년 4월에는 공기 단축 방안조차 없다고 공문으로 알려왔다"고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했다.

이 때문에 거제경찰서는 지난해 8월5일  경남도·도교육청·거제시·거제시의회에 공문을 보내 '행정타운 입주불가 및 장평동 이전' 방침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이보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3월과 7월 두차례 거제시에 보낸 공문에서 '행정타운 입주 의사 없음(행정적으로도 진행불가)'을 분명히 하고 기획재정부에서 승인받은 거제시 장평동 127번지로 이전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6월 박종우 시장 당선 직후에도 경찰은 거제시장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행정타운 입주 불가 및 장평동 이전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당시 인수위 측도 행정타운을 조속히 완공해 경찰서와 소방서 이전을 제대로 추진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을 뿐,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현재로선 도교육청이 양보하지 않는 한 장평부지로 이전을 고집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옥포조각공원을 선택하기에도 난감한 처지다. 결국 한 시가 급한 경찰서 이전 신축이 해를 넘기고도 해결책을 찾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꼬여버린 안타까운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아주동 주민들 사이에서 "경찰서를 우리가 한번 유치해보자"는 조용한 움직임이 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상지로 거론되는 곳은 과거 후보지로 부각돼 현장실사를 거쳤던 아주동 3개소와 연초면 2개소가 아닌, 제3의 장소로 알려진 아주동 129-2번지 일원의 1만평 가량 녹지다.

이곳은 아주 내곡지구 1151세대 아파트 건립 예정지와 인접해 있다. 현재 부지까지 접근 가능한 폭 20m 도시계획도로와 대체우회도로 아주 방향 우회전 진출입로 개설이 확정돼 있어 향후 어느 방향에서든 접근성도 용이하다는 해당 주민들의 주장이다.

다만, 아주동 주민들은 지금껏  경찰서 이전에 힘을 쏟아온 옥포동 주민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의식해 겉으론 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들은 당분간 물밑 대화를 통해 경찰서 이전을 타진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극적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장평동 부지로 거제경찰서 이전을 촉구하는 현수막>

<옥포주민들이 내건 경찰서 타 지역 이전 반대 현수막>

<옥포주민들이 내건 경찰서 타 지역 이전 반대 현수막>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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