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로마에서 인생의 80 후반을 보내고 계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불경스러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 거제시의회에서 새로운 교황을 뽑으려는 소동으로 시끌벅적합니다. 아직 교황청에서는 이 사실을 모르고 계신 것 같아 몇자 적어 올립니다.

으레 교황의 선종이 있고 난 후 전 세계 120여 분의 추기경이 모여 다음 교황을 선출하는 방식을 지금 거제시 일부 시의원들은 앵무새같이 쫑알거리고 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전반기 의장을 지낸 분이 의정 연속성을 강조하며 예수의 부활처럼 후반기 의장에 다시금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에 반발해 제동을 걸고 있는 부류가 두 파로 나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더욱 복잡하게 보입니다.

연일 거제시의회 청사 앞에서 피케팅과 구호 시위를 외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과 당원 관계자들의 결사 항쟁의 투지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 사달의 시작은 202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6월1일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세가 급격히 꺾였습니다.

거제시장을 비롯한 경남도의원 3자리 모두를 국민의 힘이 차지하고, 시의원은 10명에서 8명으로 쪼그라 들었지만 그나마 선방을 한 셈입니다.

공교롭게도 여당과 야당의 의원 수가 8:8이 된 것입니다. 차라리 한쪽이 절반을 넘어갔으면 타협이 좀 더 쉬웠을텐데 동수이다 보니 제각각의 당내 사정에 비춰 욕심들이 생겼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두 4선 의원들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3선이 최고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끝장 결선투표까지 가면 선수와 연장자 우선 원칙에 의장 자리를 내줄 판이니, 공세적인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전·후반기 원 구성을 주거니 받거니 공평하게 양분하는 안이었습니다. 전반기에 국민의힘이 의장과 상임위원장 한자리를 갖고 더불어민주당은 부의장과 나머지 상임위원장 두 자리를 차지하는 타협안이었습니다.

따라서, 후반기는 전반기 자리를 그대로 바꾸는 제안이었습니다. 표결에 자신이 없었던 더불어민주당이 거제시민들과 유권자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감행한 궁여지책이었습니다.

이제 2년이 흘러 서로가 약속한 자리를 맞바꾸려는 시점에 전반기 현 의장의 연임 폭탄선언에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잠잠하던 이중 거래의 실체가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또 다른 국민의 힘 4선 의원이 이제는 자기가 할 차례라면서 2년 전에 발표된 야당과 약속을 깡그리 무시하면서 전방위로 총구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결국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그야말로 대내외적으로 두 개의 전쟁을 치러는 셈입니다.

그는 의장 선출은 교황식 선출 방식이니 누구나 후보가 되고 또 많은 표를 받은, 자기 같은 선수가 높은 후보가 의장이 된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2년 전, 전반기 원 구성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의 불참으로 의회 파행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때 한편으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과의 대외적인 거래가 오가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적인 이중 거래가 국민의힘 내에서 은밀하게 이뤄진 꼴입니다.

그래서 일이 이리저리 꼬이고 있습니다. 설마 하다가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처지가 됐습니다.

이 틈을 타 일부 언론은 의장의 교황식 선출 방식을 두둔하면서 애초에 중재 합의안 자체가 교황식 선출 방식의 원칙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더불어민주당을 나무라고 있습니다.

더군더나 지난 2년 동안 시의장 선출 방식을 후보등록제 형식으로 미리 바꾸지 못한 야당에게 꿀밤을 한 대 더 주고 있습니다.

아이러니 한 건, 지난 전반기 우연히도 여야 각각 한 명씩 탈당해 당적이 바뀌면서 7:7이라는 동수에 무소속 2명이라는 변수를 또 맞게 됐다는 것입니다. 동상이몽의 상황극이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탈당한 두 명의 시의원들이 친정과 행동을 같이하고 있어 결국 8:8의 상황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내칠 때는 언제고 아쉬울 때는 두말하지 않고 있는 양당의 모습이 처연하기도 합니다.

양당이 당시 원 구성에 있어서 상호 입장을 이해를 했든 혹은 동의했든, 그 합의문을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or Agreement)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비난의 화살은 결국 본 거래에 앞선 상호 양해나 합의 각서인 MOU를 쓰레기 매립지에서 날리는 종이 쪼가리쯤으로 취급한 국민의힘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시의원 자신들의 거래인 그 MOU(합의문)도 무시한 채 시치미를 떼는데 대외적인 투자 계약이나 사업 프로젝트를 위한 MOU인들 거제시의회나 거제시 행정의 공신력에 무슨 담보가 될까 걱정이 앞섭니다.

지난달 26일 현 거제시장은 시의회 정례회 시정질의 응답에서 2002년부터 지금까지 거제시가 체결한 MOU가 50건인데 성사된 건 단 3건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시금 체결된 MOU를 51건으로 추가해야겠습니다. 겨우 5%를 넘긴 부끄러운 성사율입니다.

교황님, 거제시의회는 동수(同數)가 문제라고 하니, 혹 가만히 있는 재선의 김동수 의원이 움직이면 변수가 될까요?

거제저널  gjjn3220@daum.net

<저작권자 © 정의로운 신문 거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