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정보사령부 부대 이미지>

국군정보사령부(KDIC·정보사)는 해외 및 대북 군사정보 수집 업무를 수행하며 특히 휴민트(HUMINT·인적정보)에 중점을 두고 은밀히 활동하는 군사 조직이다. 일반적으론 과거 대북 침투 특수요원인 ‘북파공작원’의 소속 부대로 잘 알려져 있다.

1990년 육해공 3군에 흩어져 있던 각 첩보부대를 국군정보사령부로 통합했으며, 공식 편제는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예하 기능부대다.

이 부대는 임무에 걸맞게 평소 군 내에서도 보안을 매우 중요시해 취급하는 정보의 대부분이 군사기밀에 속할 정도로 폐쇄적인 조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이 부대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 민간언론에 연일 공개되면서 과연 고도의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군 조직이 맞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보사 소속 군무원 A 씨는 지난달 30일 군사기밀보호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수사를 맡은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는 보안을 이유로 A 씨의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언론에 알려진 A 씨 혐의를 보면 지난달 초 2,3급 군사기밀에 해당되는 자료를 중국 조력자(조선족) 등에게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방첩사는 A 씨가 개인 노트북을 통해 정보사의 '휴민트(HUMINT·인적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정황을 포착됐다.

이로 인해 정보사의 전반적인 국외 대북 첩보활동 위축은 물론, 북·중 접경지대에서 활동하는 '블랙요원(신분 위장 요원)'의 신원이 노출돼 위험에 처하거나, 일부 요원에겐 귀국·철수 명령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방첩사는 A 씨가 북한의 지령을 받았거나 포섭됐을 '간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며, 정보사 내부 조력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군에서는 A 씨가 기밀을 고의 유출하지 않고선 이번 사태를 설명할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구속된 A 씨는 폐쇄된 군의 인트라넷으로 검색조차 되지 않는 블랙요원들의 신상 정보를 왜 수집했는지 현재 납득할만한 이유를 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첩보 전문가들은 휴민트(인적정보)는 한번 붕괴되면 다시는 복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본다. 더구나 자국의 비밀요원 명단을 적국에 넘기거나 유출하는 건 첩보 조직의 생사를 좌우하는데다, 국가 정보기관 체계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

고도의 기밀을 요하는 대북 첩보작전은 국가정보원 해외요원이 전체를 총괄 지휘하고, 실제 비밀공작의 일선 실무책임자는 정보사 요원이 맡는다는 측면에서 이번 사건의 파장을 짐작케 한다.

더욱 기가 찬 건, 이런 부대를 지휘하는 정보사령관인 소장(★★·육사 50기)과 여단장인 준장(★·육사 47기) 간에 고소전이 벌어지고 이런 내용이 언론매체에 공개돼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6일 중앙 매체 보도에 따르면 A 정보사령관은 정보사 소속 B 여단장에 대해 상관을 모욕했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앞서, B 여단장은 지난달 17일 국방부조사본부에 A 사령관을 폭행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B 여단장은 상급자인 A 사령관보다 육군사관학교 3년 선배다.

정보사 최고 지휘관인 두 장군 간 볼썽사나운 고소전은 애초 서울 충정로에 자리한 보안사무실(안가) 사용 문제가 발단이 됐다. 두 장군은 이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A 사령관이 국방부 정보본부장을 지낸 예비역 중장이 속한 민간연구소가 안가를 회의 장소로 사용하는 데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B 여단장은 "조사를 하든 수사를 하든 마음대로 하세요. 법대로 하세요. 어차피 이상 없어요. 이전에도 경험해 보았는데 무혐의로 끝났어요"라고 반발했다.

이에 A 사령관은 상관 모욕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B 여단장 측은 상관 모욕이 아니라고 되받아치며 맞섰다.

이어 지난 6월에는 B 여단장이 다시 관련 내용을 보고하자 A 사령관이 2m가량 떨어져 앉아 있던 B 여단장 방향으로 결재판을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B 여단장은 "(결재판) 던지지 마세요. 비전문가가 지휘관을 하니깐 간섭하는 것이다. 독단적인 결정이다. 다른 방법으로 승인을 받겠다"며 반발했다.

현재 A 사령관은 B 여단장을 '상관모욕' 외 공작과 관련한 '업무상배임'으로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맞서 B 여단장은 결재판을 던진 '폭행' 혐의와 함께 A 사령관이 자신의 출퇴근 시간 등 동향을 감시해 보고하도록 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이처럼 정보사 일개 군무원이 '블랙요원'의 신상 정보 등이 담긴 군사기밀을 통째 누설해(고의든 실수든) 국가 정보조직 체계 근간을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

앞서도 2018년 정보사 팀장급 요원이 돈을 받고 조직 정보를 팔아먹다 구속된 어처구니 없는 사례도 몇차례 더 있다.

그런가하면, 즉시 조직을 추스리고 내부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할 부대 지휘관인 두 장성이 결코 외부에 알려져선 안될 '내밀한' 갈등이 민간 언론에 버젓이 오르내리는 목불인견(目不忍見·차마 눈 뜨고 볼수 없는 광경)의 지경에 이르렀다.

이게 요즘 우리 군대다. 이런 군을 흔한 말로 빗대어 '모택동 군대'라고 부른다. 아무리 좋은 무기로 무장해도 그걸 운용하는 병사의 정신이 흐리멍텅하면 말짱 허사다.

그런데도 이런 썩어빠진 '오합지졸'로 누구와 맞붙어 이긴다고 큰 소리친다면?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나을성 싶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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