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개 보존육성회(회장 신홍규)가 지난 1994년 까지 사육하던 거제개 '순이'

지난 1970년대까지만 해도 당시 거제군에는 수렵성이 뛰어나고 주인에게 충직했던 거제개가 존재했다.
때로는 고라니를 잡아 주인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도 했고 또한 새끼를 많이 낳아 이웃에 인심을 쓰게하기도 했고 이를 팔아 아이들의 신발이며 가정에 필요한 각종 생활용품을 사게도 했다.

그러나 지난 1971년 거제대교가 개통되고 거제는 급속한 산업화에 휩싸이며 지역 고유의 각종 문화재원도 서서히 파멸되기 시작했다.

거제개도 이를 기점으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 이제는 그 흔적조차 찾아 볼 수없이 전설 속의 이야기로만 전해질 뿐이다.

거제개는 분명히 존재했다.

‘스포츠서울’ ‘경남일보’ ‘광주일보’ ‘대전일보’ ‘강원일보’ 등에 수렵 소설을 게재하는 김왕석 선생은 그의 저서(著書:1987년 작) 맹수와 명포수 제3권 303페이지와 305페이지에 거제개를 소개하고 있다. 내용은 이러하다.

(303페이지 17째 줄) ‘우리나라 토종개는 그 몸집과 성격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대형이며 맹수사냥에 쓰일 수 있을 저오로 용감한 풍산개.... 둘째 중형견으로 거제도, 제주도산 토종개이다.

지금은 그의 잡종화되고 말아 순수한 혈통의 순종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예부터 사냥개로서 이용하려는 사냥꾼의 수요에 공급이 못 미치자 지방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잡종들과 번식시켜 순종을 보존치 못하였으며 제주도에서는 수년에 걸친 공비토벌에 이용되어 지금은 멸종해 버렸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또 305페이지 9째 줄은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경북 선산의 한 작은 마을에 한 사냥꾼이 거제산 중견 두 마리와 잡종견 한 마리로 노루사냥을 하러갔다. 이 샤냥개 세 마리가 산중턱에서 노루를 발견하고는 그 노루를 내몰아 아래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노루가 아래쪽으로 쫓겨 내려왔을 때 뒤를 쫓던 개는 두 마리 분이었다. 그 사냥꾼은 으레히 한 마리는 도중에 낙오한 줄 알았는데 이 얼마나 영리한가! 노루와 두 마리의 개가 일단 아래쪽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건너 산 위로 올라갈 동안 낙오한 줄 알았던 그 한 마리 개가 산허리를 가로질러서 건너산 중턱으로 달려가 있지 않은가, 마치 사냥꾼이 노루목을 잡아 지켜선 것처럼 노루가 올라올 목으로 직행한 것이다. 마침내 노루가 목까지 이르자 그 개는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어 노루와 개는 한 덩어리가 되어 뒹굴었다’

후각 발달, 추적성도 탁월

거제개는 다른 개들에 비해 영리한 면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냥개는 가축과 산 짐승을 구별할 줄 모르고 동물들이 눈앞에 나타나면 무차별 공격하지만 유독 거제개는 가축과는 함께 놀아주지만 산 짐승은 발견하면 재빨리 달려들어 포획하는 것이 특이 했다.

또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오거나 산 짐승이 지나간 지 6~7시간이 지나도 냄새를 맡고 추적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거제개를 이용해 사냥을 즐겼던 사등면 장좌부락 조규봉씨(67), 둔덕면 시목리 이재우씨(작고), 수월리 신봉근씨, 사등면 오량리 김경도씨 등 지역민들은 아직도 거제개의 향수에 젖어 있다.

거제개 사냥의 실체

조규봉씨는 1967년 봄, 일운면 예구리 어느 할머니 댁에서 사온 거제개 봇지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봇지는 주인 할머니를 따라 밭에 갈 때 할머니가 넘어지면 옷깃을 물고 일으켜 세워주기도 했고 때로는 고라니를 잡아 집으로 끌고 와 할머니를 즐겁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씨한테로 온 봇지는 아무리 잘 보살펴도 두 달 가량, 밥도 잘 먹지 않고 멍하니 먼 하늘을 쳐다보며 끙끙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봇지를 데리고 앞산, 도둑골재로 간 조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한꺼번에 두 마리의 고라니를 발견한 봇지는 잽싸게 덩치가 좀 작은 고라니에 달려 들어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를 물어 부러뜨려 놓은 다음 큰 놈을 추격했다. 결국 1시간 정도 지난 후 또 한 마리를 해치워 놓고 봇지는 주인에게 돌아왔다.

봇지는 주인이 따라오게 앞서 가며 포획물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조씨는 봇지와의 사냥 첫날, 두 마리의 고라니를 포획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후부터 봇지는 산에 갈 때 마다 고라니 포획에 실패하는 날이 없었고 때로는 멧돼지 사냥도 잘해 주었다.
봇지를 인수하고 5년 동안 조씨는 생애 가장 즐거움을 맛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씨 집에 김해서 손님이 찾아왔다. 그 손님은 봇지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자신의 사냥개와 사냥시합을 하자고 제의했다.

거제개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던 조씨는 쾌히 승낙했다, 그러나 손님을 보낸 후 내심 걱정스러웠다. 봇지의 나이 벌써 9살에 가까워 사람으로 따지면 환갑, 진갑을 다 보낸 70세 고령인 셈이다.

특히 조씨는 근래 들어 봇지의 체력이나 지구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껴 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후 당초 약속대로 김해 사람은 일행 두 사람과 자신의 사냥개를 데리고 왔다 그 개는 독일 개 도벨만 교잡종으로 체구가 봇지의 배 가까이나 됐다.

살얼음이 언 그날, 그들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연초면 앵산으로 향했다.

산중턱쯤 달했을 때 먼저 봇지가 노루를 발견하고 추격하기 시작했다. 김해서 온 개도 같은 방향으로 뛰었다.        

개들은 산고개 하나를 넘어 계속 노루를 추격하고 있었고 이곳 지리를 손바닥 보듯 훤히 아는 조씨는 개가 사라진 곳으로 향해 뛰었다. 김해사람들보다 먼저 산 고개를 넘어 6부 능선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조씨 눈에 들어 온 것은 김해개가 봇지보다 20여m 앞서 가는 것 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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