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순 황당한 문자를 받았다. 모 정당의 한 예비후보가 필자에게 보낸 것이었다. 내용은 이러 했다.

"000 기고에서 내가 현직시장을 모략, 모함하는 투서를 선관위에 전달했다고 했는데 이는 서대표가 아는 것처럼 명백히 허위사실공표요, 후보자 비방입니다. 000 에게는 엄중경고 하였습니다. 즉시 내리지 않으면 후배님도 공범으로 고발조치하겠음을 알려드립니다. 000."

휴대폰을 보니 앞서 전화가 한번 왔지만 운동 하느라 받지 못했다. 당황스런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 문자를 제게 보낸게 맞습니까"라고 물으니 "맞다"는 짧은 답변이 왔다. 필자는 단번에 "좋습니다. 기사를 내리지요. 하지만 다음부터 제게 절대 전화도 하지말고 이런 문자도 보내지 마세요"라면서 전화를 끊을려고 하자 저쪽에서 말을 이어 갔다. "이게 후배인 저에게 보낸 문자가 정말 맞습니까"라고 재차 되물으니 "전화를 안받으니까 그렇지. 왜 선배를 자꾸 갈구는데"라고 말했다. 어이가 없었다. 요즘은 '녹취 전성시대'라 그날 통화내용은 고스란히 녹음해 두었고 문자도 저장해 두었다.

그 후보와 필자는 학연이 있다. 평소 그는 점잖고 고위공직자로 오래 재직한 분이라 듬직한 선배로 생각해 왔다. 선거시즌 전에는 두어 번 만나 서로 막걸리 잔을 주고받으며 세상사를 나누었고, 선거전이 시작된 이후에도 가끔씩 통화를 주고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본격적인 경선과정에 들어서면서 후보측의 반응이 딴판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공무원 구속사건이 터지고 한창 지역이 시끄러울때 그 강도는 더 했다. 특정 기사내용을 놓고 마치 가르치듯 지적하고, 심지어 외부 기고문까지 문제삼아 "너무한 것 아니가" "내려달라"고 했다. 간혹 요구에 응하기도 했지만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이렇게 돼 버린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분의 관점에서는 필자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한시가 다급한 예비후보로서 다소 섭섭하게 여길수 있는 측면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또 후배로서 직접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사실보도를 전제로 그분께는 다소 뼈아픈 기사가 계속 나가자, 선배로써 만만히 여기고 그런 문자를 보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경선도 끝났으니 부디 좌절하거나 용기를 잃지 말았으면 한다.

언론인 대다수가 그러하듯, 필자 역시 인터넷언론 대표로서 선거관련 보도에 있어 분명한 중심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마타도어(Matador:흑색선전)나 비방을 근간으로 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 공직에 있을 때도 각종 선거를 치뤄면서 온갖 네거티브 사범을 비롯한 '선거꾼'들을 상대했고 '선거 끝나면 그만'이라는 상투적인 그들의 처신에 진저리를 친 경험이 있다.

선거때마다 흑색선전 '한방'에 승부를 거는 후보자들을 볼때 그가 왜 시민들을 먹여 살리는 공직후보자로 나섰는지 안스러울 때가 많았다. 선거판이 으례 그렇다치더라도 차라리 남의 뒤를 전문적으로 캐는 다른 직업을 선택하는게 휠씬 나을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줄곧 네거티브전 보다 건전한 정책대결을 권장했고 이를 통한 사실보도에 충실하고자 했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지역언론은 시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건전한 비판과 대안 제시를 통해 지역정치와 함께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할 동반자 관계다. 아무리 선거판이라 해도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보도했다고 언론을 농단(壟斷)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언론구제절차도 엄연히 존재한다.

비록, 지역언론이 상대적으로 수준이 높지 않다거나, 또 지역언론 과잉으로 인한 혼란스러움과 잡음까지도 인정하고 받아 들인다. 또 지역언론 스스로 특정후보에 편향된 처신을 하거나, 작심 한채 '진흙탕'에 뛰어 들어 파문을 일으킨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럴 땐 소위 '언론밥'을 먹는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대단히 부끄럽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일부 지역언론인들이 경솔하게 처신한다 해서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방도도 없다. 그런 부분은 오로지 독자들이 판단할 몫이고, 자유시장체제에서 서로 경쟁하거나 도태될 것이 자명(自明)하다.

이제 본선에 나서는 각 후보진영에 꼭 당부 드린다. 지역언론을 경시(更視)하거나 자기 편으로 끌어 들이려 하지 말았으면 한다. 누가 당선되든, 지역언론을 선거판에 끌어 들여 승리하면 권력의 일부가 돼 토호세력처럼 군림타가 끝내 감방 들락거리고, 낙선하면 추풍낙엽처럼 함께 몰락하는 어리석은 반복을 이젠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출마자가 낙선했다고 신문사도 함께 문을 닫아서야 되겠는가.

벌써 5월이다. '뉴스앤거제' 대표로 취임한지 오늘로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일천한 언론 경력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족한 품성에도 독자 여러분과 주변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잘 견뎌 온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독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인터넷 언론으로 발전을 약속하며, 끊임없는 성원과 격려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로 크나 큰 아픔을 겪고있는 애끊는 유가족들과 채 피지도 못하고 스러져 간 어린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영혼들의 명복을 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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