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개  '매리'와 자견 '복'  (1986년 사진)

 주인 아들 목숨 구한 거제개 설화(說話)

거제시 장목면에는 주인의 아들 목숨을 구한 개의 설화(說話)가 전해져 오고 있다.
‘부인이 아이를 낳지 못해 첩을 들였는데 때마침 부인이 임심을 했다. 그런데 집에서 기르던 개도 어느새 새끼를 배 사람과 개가 같은 달 출산을 하게 됐다.하루는 부인이 개의 먹이를 주며 말했다. “너와 내가 같은 달 출산을 하게 되거든 너는 다른데 가서 새끼를 낳고 나는 사람이니 우리 집에서 낳도록 하자” 하고 말했다.
얼마 후 개는 다른 곳에 가서 새끼를 낳았다. 그리고 며칠 후 주인도 아기를 낳았지만 남편이 먼 곳으로 다니러 간 후 였다.

늘그막에 출산한 부인이 기진맥진해 의식을 잃고 있는 사이 첩과 이웃집 산파(産婆)가 짜고 아이를 버리기로 했다. 겨우 정신을 차린 부인에게 첩이 말했다. “사산(私産)입니다. 서방님이 돌아오시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시겠습니까. 아이의 시신은 버려야 하겠지요?”

첩과 산파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밖으로 나갈 때 어디선가 개가 나타나 이들을 따라 갔고 그들은 어느 산모퉁이 돌무더기를 헤치고 아기를 생매장 했다. 사람들이 떠난 후 개는 아기를 파내 포대기와 함께 자기의 새끼들이 있는 바위동굴로 옮겨 아기를 품고 젖을 먹였다.

얼마 후 출장에서 돌아 온 남편에게 개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가 바지가랑이를 물고 당기기 시작했다. 어디론가 가자는 신호였다. 남편이 따라 나서자 개는 아기가 있는 동굴로 향했다. 사람이 가다 멈추면 개는 다시 바지가랑이를 물며 계속 따라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동굴에 도착하자 개는 포대기에 놓인 아기에게 젖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 때서야 남편은 그간의 정황을 눈치 채고 아기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개는 아기를 보살피느라 자신의 새끼는 돌보지 않아 모두 죽어 있었다.    

장목면에는 개에 얽힌 또 다른 설화도 있다.
몸이 아픈 부인을 두고 남편은 혼자서 큰 형님 댁으로 제사를 모시러 갔다. 자정쯤 되자 부인은 증세가 악화됐다. 고통의 신음소리를 들은 개가 주인이 간 집으로 달려가 크게 짖으며 위험을 알렸고 남편은 급히 집으로 달려가 부인의 목숨을 구했다. 

개에 얽힌 전설들
하동(河東) 의구총(義狗?)
경남 하동군이 펴 낸 향토지 ‘내 고장의 맥(脈)’에는 ‘옛날 하동군 지리산 근처에 의로운 개가 있었는데 그 개는 주인의 억울한 죽음을 관가에 호소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과부 한 사람이 딸 하나와 비녀(婢女:계집종)를 데리고 하동으로 흘러 들어왔다. 그 집에는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늘 주인 곁에 붙어 다녔다. 과부는 젊고 자태가 너무 고와 보는 사람들마다 호감을 가졌고 특히 옆집에 살던 남정네는 과부에게 음탕한 마음을 갖고 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옆집 남자는 담을 넘어 과부 방으로 침입했다. 과부는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며 돌아 갈 것으로 권유했다. 그러나 남자는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욕심을 채웠다. 울고 있는 여자를 보자 남자는 갑자기 뒷일이 걱정이 됐다. 그는 칼로 과부를 죽이고 다시 건너 방으로 들어가 딸과 비녀도 함께 살해했다.

평소 이웃과 내통이 없던 집이라 이후에도 나무 탈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관청 앞에 개 한 마리가 나타나 하루 종일 짖어 댔다. 귀찮아 여러 번을 쫓아냈지만  개는 다시 와 짖기를 계속했다. 개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관원들이 길을 열어 주자 개는 동원 앞마당으로 달려가 사또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며 짖기 시작했고 잠시 후에는 사또의 옷자락을 물고 끌어 당겼다.

사또는 필히 어떤 사연이 있음을 직감하고 개를 따라 나섰는데 개는 자기가 살고 있는 과부집 앞에 멈춰 서서 다시 짖기를 계속했다. 수상하게 여긴 사또 일행이 문을 두드려도 집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관원들을 시켜 문을 차례로 열자 그 곳에는 심한 악취와 함께 시체 3구가 있었다. 그러나 시체가 너무 부패해 아무런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 때 개가 옆집으로 달려가 심하게 짖어대기 시작했다. 사또는 옆집 남자를 잡아들여 문초하게 했다. 그리고 집을 샅샅이 뒤져 범행에 쓰였던 칼과 피 묻은 옷가지도 찾아내며 사건 전모의 자백을 받아냈다. 사또는 그 남자의 죄가 너무도 악랄하다며 사형을 결정하고 여자들의 시체는 고이 묻어 주었다.

개는 주인의 무덤을 찾아가 몇 날을 슬피 울다 결국 그 자리에 쓰러져 죽었다.
관청은 주인의 은혜를 갚을 줄 아는 개의 충정심을 기려 ‘의구총’을 만들어 주었다. 

산청군(山淸郡) 의구비(義狗碑)
경남 산청군 신등면(新等面) 용산리 도장골에는 개의 용맹함을 닮은 비석 하나가 있다.
‘이 곳에는 약수터가 있었는데 어느 날 어떤 부인이 약수를 가져가기 위해 길을 가던 중, 괴승이 나타나 부인을 납치하려 했다. 그 때 마침 부인 곁에는 기르던 개가 따라 가고 있었는데 개는 곧바로 달려 들어 괴승을 물어 죽이고 자신도 죽었다. 부인은 개의 죽음을 슬퍼하며 후하게 장사를 지내 주고 비석을 세웠는데 이것이 바로 높이 1.5m 너비 80cm의 ‘의구비’다.
    
거제 개의 특징
거제개는 진돗개보다 약간 큰 체구에 정면에서 보면 온순함이 베여 있는 것처럼 보일만큼 얼굴의 선 자체가 완만했다는 것이 거제개를 사육했던 사람들의 증언이다.
거제개는 사냥도 잘 했지만 특히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는 영민함도 보였다. <계속>
   

반용근 편집국장  gjnow3220@hanmail.net

<저작권자 © 정의로운 신문 거제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