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정재헌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오전부터 이틀간 ‘상해치사’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 피고인 A(4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지난해 9월 고성군 대가면 한 마을 앞 도로에서 발생한 형제지간의 교통 사망사고였다.

당시 사고는 5형제 중 막내동생인 A(47)씨가 평소 정신병과 알콜중독 등으로 자신을 괴롭혀 온 큰 형(57)을 집 앞 도로에서 고의로 충돌 후 역과(轢過)해 사망케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이었다.

통상 국민참여재판은 대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진행되나, 이번 재판에는 이례적으로 통영시 소재 김한중 변호사와 창원시 소재 법무법인 금강 소속 이미나 변호사가 선임 돼 적극적인 변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 재판에서 검찰은 동생 A씨가 테라칸 승용차를 시속 40km의 속도로 진행 중, 형이 도로에 뛰어들어 가로막는 것을 보고 화가 나 제동을 하지 않고 그대로 충격 후 역과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론에 나선 김한중 변호사는 “이번 사고는 동생 A씨가 시속 70km로 진행 중에 형이 갑자기 도로에 뛰어들어 발생한 단순 교통사고”라며 검찰 주장을 정면 반박,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김 변호사는 이어, “이 사건은 애초 초동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담당경찰관이 가해차량의 충격흔 등과 사망자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급제동시 무조건 스키드마크가 발생한다는 오판에 의해 잘못된 수사를 진행했다”며 경찰 초동수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 나갔다.

김 변호사는 또 “도로교통공단에서도 실제 시속 70km에서 급제동시 ABS장착 차량의 경우 스키드마크 없이 20m 내 급정지가 가능함에도, 32m 제동거리가 필요하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과거 계산공식을 회신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잘못된 수사였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출고되는 ABS장착차량은 시속 70km에서 급제동시 제동거리가 18m 전후이며, 이 장치의 특성상 스키드마크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켜 경찰수사의 모순점을 지적한 것이다.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이 적용한 공식(제동거리 32m)라면, 전방 15m 지점에서 뛰어든 형은 A씨가 급제동을 했더라도 충격에 의해 크게 튕겨나가야 했지만, 실제로는 살짝 부딪치는 정도에 불과했다. 김 변호사는 동생 A씨가 당황한 나머지 형이 넘어져 있는데 후진해 역과하므로서 결국 형이 사망했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사고 당시 형의 사망원인은 ‘다발성 장기손상’이었다.

이번 재판의 배심원 9명중 6명은 무죄를, 나머지 3명은 유죄를 평결했다. 정 재판장은 이같은 배심원단의 평결과 재판부의 의견이 일치한다며 동생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후 이날 오후 7시께 석방했다.

한편, 검찰의 항소 여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수정>

서영천 대표기자  gjnow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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